식용유 대란, 우려에서 그칠까…정부·업계 "수급에 문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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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유 대란, 우려에서 그칠까…정부·업계 "수급에 문제 없다"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2.05.18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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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소비자 '식용유 대란' 우려
일부 판매 채널 구매 수량 제한
우크라 침공·인니 팜유 수출 금지로 가격 상승
국내 업계는 "수급 차질 없을 것"
서울 시내 식자재 전문 마트의 식용유 판매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최근 식용유 가격이 급등하며 "'식용유 대란'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오뚜기 콩기름(900mL)의 5월 평균 판매가격은 491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판매가격인 3674원에서 33.8% 올랐다. 해표 식용유(900mL)의 경우 같은 기간 4071원에서 4477원으로 올랐다. 해당 제품은 18일 현재 쿠팡에서 1개당 8000~9000원 정도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일부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은 식용유 수급에 대한 불안으로 식용유 '사재기'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창고형 할인점들은 식용유 구매 수량 제한에 나섰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전국 20개 매장에서 1인당 2개까지의 식용유 구매가 가능하다고 밝혔으며 코스트코는 일부 식용유 제품 구매 가능 수량을 1인당 하루에 한 개로 정했다. 롯데마트의 창고형 할인점 맥스도 1인당 식용유 구매 개수를 2개로 제한했다. 

마트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대량 발주를 통해 상품의 판매 가격을 낮추는 창고형 할인마트 특성상 보유 물량과 수요를 조절하기 위해 구매 제한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쿠팡에서 판매중인 해표 식용유 900ml. 사진=쿠팡 홈페이지 캡처
쿠팡에서 판매중인 해표 식용유 900ml. 사진=쿠팡 홈페이지 캡처

최근 이커머스 업계도 대량 주문으로 인한 식용유 품절이 반복되자 구매 수량에 제한을 걸기 시작했다. 

쿠팡은 로켓배송 이용시 식용유 구매 개수를 10개로 제한한다. 롯데온에서는 식용유를 하루에 15개까지만 구매할 수 있다. 홈플러스몰은 올리브유와 포도씨유 등을 2개까지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SSG닷컴은 업소용 식용유 제품 2종(1.5L, 1.8L)에 대해 1인당 2개까지의 구매 제한을 설정했다. SSG닷컴 측은 "일부 사재기로 다른 고객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상승에 대비해 온라인에서 식용유를 대량 구매하는 자영업자분들이 많아지며 품절이 반복돼 구매 제한을 설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크라 침공·인니 팜유 수출 금지로 국제 가격 상승 

국제 식용유 가격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점차 오르기 시작하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급등했다. 전세계 공급의 50% 수준을 차지하던 우크라이나의 해바라기씨유 생산이 막혔기 때문이다. 대체품인 대두유, 팜유 등의 가격도 덩달아 상승했다.

이에 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가 지난달 28일부터 팜유 원유와 파생상품의 수출을 금지한다고 밝히며 국제 식용유 시장의 혼란이 가중됐다. 인도네시아의 팜유 생산업자들이 수출에 집중하면서 내수시장의 식용유 품귀 현상이 벌어져 정부가 가격 안정화에 나선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대용량(벌크) 식용유 가격이 리터(L)당 1만4000 루피아(약 1230원)까지 내려가면 수출 금지를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한때 2만6000 루피아까지 치솟았던 식용유 가격은 지난 13일 기준 약 1만7000 루피아 선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지 조치가 이어지자 수입에 타격을 입은 인도네시아의 팜 농민들은 수출 금지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말레이 팜유 주로 사용…큰 차질 없어"

국내 식용유 공급사들은 식용유 수급에 큰 차질이 없다는 설명이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와 CJ제일제당, 롯데푸드, 사조대림, 농심, 오뚜기 등 식용유 공급사 5개 업체는 식용유 수급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국내 업체들은 주로 말레이시아산 팜유를 사용하며 2~4개월분의 재고량을 보유해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오는 5~6월에도 평년 수준의 팜유 사용량인 3만3000톤을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18일 이마트 용산점의 식용유 판매 코너. 사진=김솔아 기자
18일 이마트 용산점의 식용유 판매 코너. 사진=김솔아 기자

실제로 18일 창고형 할인점이 아닌 일반 대형마트를 둘러보니 구매 수량 제한이 없음에도 식용유 품귀 현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날 이마트 용산점의 식용유 코너의 매대는 가득 차 있었다. 비교적 대용량인 1.8L 식용유 제품이 놓인 매대만 듬성듬성 비어있었다.  

이날 식용유 제품이 놓인 매대를 둘러보던 장은실(58)씨는 "장보러 온 김에 식용유가 귀해졌다고 들어서 한번 살펴보고 있었다"며 "그런데 식용유가 꽤 있는 걸 보니 굳이 지금 안사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씨는 "집에도 한동안 요리를 해서 먹을 만큼의 식용유는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불안 심리로 인한 '사재기'로 일부 유통 채널에서 일시적인 품절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며 "대부분의 슈퍼, 마트에서 식용유는 정상적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가정용 식용유 공급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매일 대량의 식용유를 사용하는 자영업자들은 가격 상승의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돈가스, 호떡, 치킨 등 튀김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자영업자의 시름은 더욱 깊다. 돈가스집을 운영한다는 A씨는 "얼마 전 3~4만원에 구매했던 18L 용량 식용유가 이제 5~6만원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한 자영업자 카페에는 "식용유에 꼬박 꼬박 월급을 주는 기분"이라는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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