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속 태풍'에 그친 롯데家 장남 신동주의 신동빈 흔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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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 속 태풍'에 그친 롯데家 장남 신동주의 신동빈 흔들기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5.09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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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회장, 日 롯데 계열사 상대 손배소 패소
6월 롯데홀딩스 주총 앞두고 주주의견 제시 '아직'
롯데그룹 "사실상 경영권 분쟁 재점화 가능성은 없다"
롯데가(家)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6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난달 20일 열린 재판에서 패소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롯데가(家)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권 흔들기 행보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본 롯데 계열사와 소송에서 또다시 패소하는 등 경영 복귀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지적이다. 

'또 패소' 점점 약해지는 경영 복귀 명분

지난달 20일 도쿄지방법원은 풀리카(POOLIKA) 사업에 대해 "사업 판단 과정에서 현저하게 불합리한 점이 있어 실행하지 않았어야 한다"며 신동주 회장에게 약 47억원을 롯데서비스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신동주 회장이 일본 롯데의 주요 임원직에서 경질된 결정적 계기였던 풀리카 사업은 소매점의 상품 진열 상황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해 데이터로 만들어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업으로 롯데홀딩스 사내 벤처 아이템으로 거론됐다가 무산됐다.

위법 가능성이 높고 롯데와 소매업자 간 신뢰를 파괴하는 행위라는 게 이유다. 그럼에도 신동주 회장은 롯데가 장남이라는 신분을 활용해 지난 2011년 돌연 사업을 강행했고, 2014년 수십억원의 손해를 봤다. 결국 2015년 1월 신동주 회장은 일본 롯데와 롯데상사, 롯데물산, 롯데부동산에서 보유하고 있던 모든 이사직을 박탈당했다. 

신동주 회장은 2017년부터 롯데홀딩스를 비롯해 자신을 해임한 계열 4개사를 상대로 해임 무효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일본 대법원은 2019년 6월 신동주 회장의 해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신동주 회장의 경영복귀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18일 신동주 회장은 일본에서 운영되는 '롯데 경영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에 일본어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판하는 글을 게재했다.

신동주 회장은 "진정으로 롯데와 고객, 종업원 등 관계자들을 위한 경영을 되찾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신동주 회장은 201년부터 매년 모두 7차례에 걸쳐 롯데홀딩스에 자신의 경영 복귀 안건을 주주제안 형식으로 제기해 왔다. 올해는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홀딩스 최대 주주인 광윤사 대표 자격으로 매년 주주 안건을 제시하고 있지만 광윤사는 지배 주주가 아니기에 안건 통과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신동주(왼쪽)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영권 분쟁 불씨 살아있나

일각에선 복잡한 롯데의 지배구조 탓에 경영권 불씨가 남아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일본 ㈜롯데의 지주사인 롯데홀딩스가 한국 롯데의 핵심인 호텔롯데를 지배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의 지분 11%를 보유했고, 롯데쇼핑(8.86%), 롯데물산(32.83%), 롯데알미늄(38.23%) 등 핵심 계열사 지분도 갖고 있다.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광윤사(28.1%)로 신동주 회장은 광윤사 지분 50%+1주를 가진 최대주주다. 신동주 회장이 꾸준히 일본 웹사이트 '롯데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에 신동빈 회장을 비판하는 글을 게재하는 것도 이런 지분 구조를 밑바탕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신동빈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한국 호텔롯데와 일본 ㈜롯데의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롯데는 2018년 제과회사인 일본 롯데가 판매 유통사인 일본 롯데상사, 빙과업체 롯데아이스를 흡수 합병해 설립한 회사로 호텔롯데와 마찬가지로 롯데홀딩스의 지배를 받고 있다. 호텔롯데와 ㈜롯데가 IPO에 성공하면 신동빈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지주를 호텔롯데와 합병하는 등의 방식으로 일본 롯데홀딩스와 관계를 끊어낼 수 있다. 

신동빈 회장 흔들기를 통한 신동주 회장의 롯데 경영 복귀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

신동주의 신동빈 흔들기 '찻잔 속 태풍'

재계에선 신동주 회장의 신동빈 회장 흔들기를 통한 경영 복귀는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신동주 회장은 이미 경영권과 임직원의 신뢰를 모두 잃었다는 평가다. 신동주 회장은 '프로젝트L'과 '풀리카 사업' 등으로 롯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켜 그룹을 해체 위기에 빠뜨렸다는 지적을 받아오고 있다.

프로젝트L은 신동주 회장이 전 산업은행장인 민유성 나무코프 회장과 2015년 경영자문 계약을 맺고 진행한 프로젝트로 ▲2015년 롯데면세점 영업특허 취득 방해 ▲2016년 호텔롯데 상장 무산 ▲국적 논란 프레임 ▲검찰 자료 제공을 통한 신동빈 회장 구속 등 해사 행위를 담고 있다. 

프로젝트L은 지난 2016년 롯데가 월드타워 면세점 사업자로 재선정되고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며 실패로 끝났다. 성과가 없자 신동주 회장은 2017년 민유성 회장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민 회장은 2018년 1월 신동주 회장을 상대로 자문료를 요구하는 용역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신동주 회장이 승소했지만 송사 과정에서 여론은 등을 돌렸고, 임직원의 신뢰도 잃었다. 

프로젝트L과 풀리카 사업으로 신뢰를 잃은 신동주 회장과 달리 신동빈 회장은 유통과 화학 부문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총수로 선택받은 것도 신동주 회장과 다른 경영 능력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주 회장이 가지고 있는 일본 지분으로 경영권을 노리기 힘들다"며 "특별결의 사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분을 보유했지만 특별결의는 말 그대로 정상적인 경영 상황에서 벌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 재점화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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