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규제 논란]② 혁신은 대기업만 해야하나...스타트업도'혁신'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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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규제 논란]② 혁신은 대기업만 해야하나...스타트업도'혁신' 해야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5.06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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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스타트업 혁신율 17%대 그쳐
규제 개혁과 함께 자금 지원 나서야

 

지난해 스타트업 시장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훈풍이 불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조사 결과 지난해 스타트업 총 투자 건수는 1186건으로 약 11조7287억원이었다. 외형적 성장과 함께 질적인 성장도 이루고 있는걸까. 해외에서 혁신기업으로 평가 받은 국내 스타트업이 정작 우리나라에선 규제에 발목이 잡힌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혁신을 가로막고 실효성마저 불분명한 규제라면 풀어야 마땅하다. 규제로 인해 성장판이 닫힌 스타트업들 실태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은하수의 시대가 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디지털, 바이오, 나노 등 산업의 종류가 은하수의 별처럼 많다. 수 없이 많은 새로운 산업이 수시로 등장하고 또 소멸한다. 더 이상 기간산업이 존재하지 않으며 선진국의 특정 산업분야를 따라해서 성공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저서 '한국의 시간' 中 발췌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4차 산업혁명은 한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필연적으로 한국 경제 구조의 재편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핵심 하드웨어 대기업과 스마트 파워(서비스, 게임, 콘텐츠, 헬스케어, 바이오 등) 기반 스타트업 기업 간 긴밀한 협업으로 경쟁력을 확보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 전체적으로 성장 잠재력에 대한 집중 투자와 과감한 스타트업 육성 정책이 병행되면서 세계를 선도할 4차 산업 분야의 선도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미국은 하드웨어의 혁신(애플·테슬라)과 서비스기업의 확대(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7개 기업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 요소를 반영한 스마트형 비즈니스로 바뀌었다. 중국도 소위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로 대표되는 혁신 기업들이 자국 경제를 선도해가고 있다.

'세계 50대 혁신기업' 된 삼성전자·LG전자·현대차

세계적 컨설팅기업 BGC(Boston Cunsulting Group)이 지난해 발표한 '가장 혁신적인 세계 50대 기업'에 한국기업으로 삼성전자(6위), LG전자(12위), 현대차(39위) 가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동종 산업관련자 설문 30%, 타 산업관련자 설문 30% 및 TSR (Total Shareholder’return) 40%의 비중으로 선정하는 이 명단에 삼성전자는 2005년 이후 2011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선정됐다. 특히 2013년의 경우 2위에 오르기도 했다. LG의 경우 2020년 18위에서 6단계 오른 12위를 기록했고, 현대차는 2013년 이후 8년 만에 재진입했다. 

1~4위는 미국의 4대 IT기업 MAGA(MS, Apple, Google, Amazon)가 휩쓸었다. 주목할 건 2020년에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노바티스가 유일했으나 지난해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7개 기업이 선정됐다. 또 하나 관심이 가는 대목은 혁신이 더이상 정보통신(ICT)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월마트와 나이키, 디즈니 등 전통산업군에 속한 기업도 다수 혁신 선도 기업으로 자리했다. 

혁신은 대기업의 전유물일까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 등 극소수 초일류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국내 기업의 '혁신'은 어떨까.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혁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MAGA 역시 1980~1990년대 중소기업이었다. 단적으로 20여년 전 차고에서 창업한 구글은 현재 전 세계를 이끌어가는 선도기업이 됐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2020년 말 발표한 '한국기업혁신조사(KIS·Korean Innovation Survey) 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의 상품 혁신율은 14.2%, 비즈니스 프로세스 혁신율은 17.8%로 전체 혁신율은 20.6%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등을 감안하더라 직전 2018년 조사의 44.6%와 비교해 눈에 띄는 감소세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주목할 건 초일류 기업과 중소기업의 혁신 역량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종사자 500인 이상 대기업의 혁신율은 72.6%인 반면 50인 이하 중소기업의 혁신율은 17.2%에 그쳤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오른쪽)이 지난해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1' 혁신상 수상자 및 미국 포브스지 선정 '2021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인 청년 스타트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혁신 마중물 될 투자, 적재적소에 이뤄져야

가장 먼저 이야기되는 건 과도한 규제다. 그러나 규제는 혁신에 있어 양면성을 지닌다. 식품산업이나 환경 이슈가 있는 산업군에선 규제가 오히려 산업 혁신을 촉진시키기도 한다. 단적으로 ESG는 기본적으로 규제 속성을 갖지만 이를 통한 기업혁신과 사회·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KIS 조사에서 드러난 기업의 혁신을 가로막는 요인은 뭘까. 먼저 자금문제다. 특히 데스 밸리(Death Valley)로 불리는 창업 초기 기업의 자금 부족 문제는 혁신생태계 존립의 출발점이다. 한국의 벤처 투자 규모는 2020년 4조3045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19년의 4조2777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GDP 대비 비중으로 미국, 이스라엘, 중국에 이어 세계 4위권의 수준이다. 

아쉬운 점은 데스 밸리를 건너게 해 줄 엔젤투자의 상대적 부족이다. 2018년 기준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GDP 대비 엔젤투자 규모는 0.03%로 미국의 0.11%의 4분의 1 수준이며 영국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영국의 경우 GDP 대비 벤처 투자 규모가 한국 보다 열위에 있음에도 엔젤투자 부분에서는 한국을 앞선다.

엔젤투자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엔젤투자자에 대한 보다 과감한 세제혜택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행 세제혜택은 투자시점에 한정한 소득공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의 국가가 예외 없이 엔젤투자의 모든 단계 즉 투자, 회수, 재투자 단위로 세제 혜택을 주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특히 영국 세제 혜택은 ▲투자의 모든 단계에서 (투자-회수-재투자) 이루어지고 있고 ▲소득공제가 아닌 세액공제를 기반으로 하며 ▲규모가 크고 ▲상속세까지 연계돼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GDP 대비 엔젤투자 규모가 한국의 두 배에 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KIS 보고서는 "현행 편중된 벤처생태계의 자금이 자금이 가장 절실한 창업 초기 단계에서의 투자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한 물꼬를 뚫어내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벤처자금 투자 이외에도 "대기업 지주회사의 여유자금이 신산업 발굴과 투자에 지원되도록 CVC(Corporate Venture Capital) 제도의 제한 없는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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