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였던 FAANG, 어쩌다 골칫거리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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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투수였던 FAANG, 어쩌다 골칫거리 됐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05.0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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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실적 탄탄했으나 공급망 경색 등 우려 요인도 많아
미 기술주 바닥 여부 놓고 전문가들 의견 엇갈려 
미 기술주가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것이 기술주의 바닥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서로 엇갈리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미 기술주가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것이 기술주의 바닥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서로 엇갈리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그간 시장이 어려울 때마다 구세주로 나섰던 미국의 기술기업들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현재 나스닥 지수는 지난해 11월 고점 대비 23% 급락하며 약세장에 진입했는데, 지수의 약세장 진입을 이끈 것이 바로 기술주다.

한 때 시장의 구원투수였던 기술기업들이 이제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한 셈이다. 

1분기 어닝시즌을 지나면서 기술기업들이 혹독한 현실에 마주하고 있음을 투자자들이 재차 확인한 가운데 이것이 기술주의 바닥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서로 엇갈리고 있어 주목된다. 

FAANG, 빛 바랜 승자..이제는 시장 골칫거리

페이스북(메타)과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의 앞글자를 딴 'FAANG' 주식은 수년간 글로벌 주식시장의 구원투수로 활약해왔다. 

시장이 부진한 흐름을 보일 때마다 앞장 서 반등하며 새로운 동력을 제공했던 FAANG 주식이지만, 이제는 시장을 꽁꽁 얼어붙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 불과 몇 달 만에 시장의 최고 승자들이 패배자로 돌아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JS)에 따르면, 메타와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알파벳 등 5개 FAANG 주식은 4월 한 달 동안 총 1조달러 이상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넷플릭스의 경우 4월 한 달 동안 무려 49% 하락했다. FAANG에 속하지는 않지만 기술주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엔비디아 또한 4월 한 달간 32% 급락했고, 페이팔 홀딩스는 24% 내렸다. 

WSJ은 "투자자들이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회사, 소셜네트워크 회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술 부문에서 광범위한 매도에 나서면서 수조 달러의 시가총액을 증발시켰다"고 언급했다. 

기술주가 시장의 패배자로 전락한 원인은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탓이다.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기술기업들이 내놓은 지난 1분기 매출은 비교적 탄탄했으나, 이들이 향후 전망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내면서 기술기업이 마주한 냉담한 현실을 투자자들이 재차 인식하게 된 것.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22년 매출은 강하지만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경색,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역풍은 실리콘밸리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에 대한 기업들의 경고는 마주한 현실이 이들에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강조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기술기업들은 공급망 경색에 주목했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국의 봉쇄 조치 강화 등은 공급망 경색을 악화시킬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PP포사이트의 분석가인 파울로 페스카토레는 "공급망 경색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기업은 아무도 없다"며 "이 도전은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앞으로 1년 동안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당분간 모든 기업이 상당한 제약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본격적인 긴축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기술주에는 부담 요인이다. 

미 10년물 국채수익률은 4월 말까지 2.885%까지 올라 2009년 12월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WSJ는 "이러한 높은 수익률은 기술주와 성장주의 매력을 떨어뜨린다"며 "미래 이익 가치를 중시하는 기업의 주식을 덜 매력적으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기술주 하락, 투자 기회로 삼아야" 

일각에서는 기술주를 둘러싼 환경이 여전히 쉽지 않지만 이미 하락세가 상당히 진행된 만큼 추가 하락세는 완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문남중 대신증권 글로벌 스트래티지스트는 "올해 상반기 증시는 코로나19 이전의 일상과 투자환경으로 회귀하는 과정 중에 나타나는 성장통으로 결론짓고 있다"며 "4월 미국 기술주 하락도 탈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있는 건전한 옥석가리기가 진행되는 과정으로 생각해 일회적 현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간으로 볼 때 4월 하순을 최저점으로 5월부터 미국 기술주의 반등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것. 그 바탕에는 미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인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 흐름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1980년대부터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디지털 산업이 부각됐고,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혁신은 중장기 경제 성장의 원천으로 자리매김했다"며 "미국의 디지털 전환을 감안하면 현 기술주 하락을 역발상으로 투자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주 바닥을 알기 위해서는 실적을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로 인해 봉인됐던 컨택트 수요 회복이 일시적으로 언택트 사업 수요 부진으로 이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고물가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대형 기술기업들의 비용 부담에 따른 적자 지속 여부가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80% 이상의 기업들이 현재 투입재 가격 상승 및 공급망 차질을 경험하고 있다"며 "중국 봉쇄 정책, 5월 FOMC 앞두고 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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