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은 회장 '사임'…대우조선해양·쌍용차 매각 등 尹 정부 숙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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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은 회장 '사임'…대우조선해양·쌍용차 매각 등 尹 정부 숙제로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4.29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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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회장 사임, 다음 주 중 공식화 전망
'이동걸式 구조조정' 절반의 성공 평가도
금융위원장 인선 난맥, 차기 산은 회장 인명 지연 예상
올해 신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모습. 이동걸 회장은 지난 26일 금융당국에 사임 의사를 밝혔다. 사진제공=산업은행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29일 산업은행은 이 회장이 지난 26일 금융당국에 사임 의사를 전달했으며 다음 주 중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회장의 임기는 내년 9월가지로 1년 반 가량 남았지만 정권 교체로 새 정부가 들어서는 상황에서 스스로 자리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동걸式 구조조정 '절반의 성공'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산업은행 회장에 오른 이 회장은 2020년 9월 산업은행 역사상 26년 만이자 역대 4번째로 연임에 성공하며 지난 4년7개월 동안 산업은행을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산업 전반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을 받는다. 

2017년 9월 취임 직후 이 회장은 금호타이어를 중국 상용차 타이어 회사 더블스타로 매각한다. 신주를 발행해 경영권은 넘기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2대 주주로 남는 방식이다. 더블스타의 경영능력에 의문부호가 따라붙었지만 강행했다. 2018년 매각 이후 금호타이어는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자본은 줄곧 일부잠식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은 '아픈 손가락'이다.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넘기고 현대중공업이 설립한 ㅈ우간지주회사 지분을 대신 받는 방법으로 인수합병을 시도했다. 세계 1, 2위 업체의 독점이 우려됐지만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월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이 기업결합 불허를 선택하면서 결국 인수합병은 불발됐다. 현대중공업은 EU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지만 승부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대한항공과 합병을 추진 중인 아시아나항공도 아직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다. 미국, EU, 일본, 영국, 중국, 호주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합병은 깨진다. KDB생명도 2020년 말 사모펀드인 JC파트너스에 매각했지만 이후 1년 반이 넘도록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JC파트너스의 출자능력이 걸림돌인 것으로 전해진다. 경영정상화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쌍용자동차 역시 아직까지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재임 기간 중 새 주인 찾기에 성공한 곳은 최근 중흥건설로 넘어간 대우건설이 유일하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매각에 성공한 주체는 산업은행이 아닌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다. 2018년 초 산업은행이 직접 매각을 주관해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까지 선정했지만 대우건설의 해외부문 잠재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계약이 결렬됐다. 

KDB산업은행 전경. 사진=연합뉴스

차기 산업은행 수장, 누가·언제 되나

차기 산업은행 회장이 정해지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문제는 대통령직인수법이다. 해당 법에 따르면 대통령 당선인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후보자만 지명할 수 있다. 차기 금융위원장은 새 정부가 출범한 후에야 인선이 진행된다. 또 내각 구성을 위한 인사 청문회 일정이 지연되면서 차기 금융위원장 인선 작업이 더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장 인선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산업은행 회장 지명도 늦어질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현재 금융위원장으로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은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 등이다. 여기에 현 고승범 금융위원장의 유임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유력 후보였던 최 전 1차관의 청와대행이 유력한데다 산업은행 회장이 금융위원장 보다 먼저 사의를 밝히면서 고 위원장이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동걸 회장 사퇴로 그동안 추진하던 구조조정 작업이 동력을 잃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대우조선해양, 쌍용차 매각 등이 차기 정부에 숙제로 남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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