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0년 만의 엔저에도 금융완화 고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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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20년 만의 엔저에도 금융완화 고수 이유는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2.04.2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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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하루히코(黒田 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28일 기자회견에서 "전체적으로 엔저가 플러스라고 하는 생각을 바꾼 것은 아니지만 과도한 변동은 마이너스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사진=니혼게이자이
구로다 하루히코(黒田 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28일 기자회견에서 "전체적으로 엔저가 플러스라고 하는 생각을 바꾼 것은 아니지만 과도한 변동은 마이너스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사진=니혼게이자이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일본 엔화 가치가 28일 달러당 130엔선까지 떨어지면서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이날까지 이틀간 개최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융완화를 유지하기로 하자 미국과 일본 간 금리 격차가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에 엔화가치가 더 떨어졌다.

엔저로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할지 관심이 쏠렸지만 기존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물가상승률 2% 도달'할 때까지 금융완화···'나쁜 엔저' 지적도

일본은행이 엔저를 용인하는 이유로는 저물가와 국채이자 부담이 주로 꼽힌다.

일본은행은 통화정책 목표를 '물가상승률 2% 도달'로 내걸어 왔다.

일본은행은 금융완화와 엔화 약세를 통해 투자 증가와 수출 기업의 실적 개선을 꾀하고 이는 임금 인상과 소비 확대로 이어져 물가가 상승하는 선순환을 기대한다.

구로다 하루히코(黒田 東彦) 일본은행 총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체적으로 엔저가 플러스라고 하는 생각을 바꾼 것은 아니지만 과도한 변동은 마이너스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엔화가치 급락을 경계하고 있을뿐 엔저는 전체적으로 긍정적이라는 견해는 유지하고 있다고 확인한 발언이다.

구로다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를 넘는 미국과 0.8% 정도에 그치는 일본은 환경이 전혀 다르다"고 강조하고 "물가상승률 2%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실현을 목표로 끈기 있게 완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이 일본 경제의 문제가 수요 부족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 긴축으로 돌아서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최근 수입 물가 상승에는 엔화 약세보다는 자원과 에너지 가격 상승이 더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물가 대책의 기본은 에너지 정책이 주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업의 공장 해외 이전 등으로 최근 엔저는 물가 상승만 부추기고 긍정적 효과는 예전만 못한 '나쁜 엔저'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GDP 250% 넘는 국가부채···금리상승 시 이자 부담 급증

엔저가 심화하는 이유로는 미국과 일본 간 금리 격차가 꼽힌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에 시동을 건 반면 일본은행은 금융완화를 유지하며 장기 금리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는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올해 초 달러당 115엔 정도이던 환율이 130엔선까지 오른 것이다.

일본은행은 이날 회의에서도 10년물 국채금리를 0.25% 이내로 방어하는 정책을 계속하기로 했다.

장기금리 상승을 억제하는 이유는 금리 상승 시 일본 정부 부채의 대부분인 10년 만기 국채 이자 상환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국채 잔액은 작년 말 기준 처음으로 1000조엔(약 9700조원)을 넘었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1∼2%포인트 올리면 정부의 연간 원리금 부담액이 3조7000억∼7조5000억엔 늘어나게 된다.

작년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본의 국가부채 비율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256%다. 금리 인상이 재정부담 급증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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