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기업 5곳 '상폐 예비명단' 올려 ··· 회계감독 갈등 재부상
상태바
美, 中기업 5곳 '상폐 예비명단' 올려 ··· 회계감독 갈등 재부상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2.03.11 11: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외국회사문책법을 근거로 지난 8일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5곳을 '예비 상장폐지 명단'에 올리고 이달 29일까지 상장 유지 자격을 입증할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사진=바이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외국회사문책법을 근거로 지난 8일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5곳을 '예비 상장폐지 명단'에 올리고 이달 29일까지 상장 유지 자격을 입증할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사진=바이두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미국 증권감독 당국이 회계 감독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뉴욕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 일부를 퇴출 예비명단에 올렸다.

미중 간 회계 감독권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다시 부상하면서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 급락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외국회사문책법을 근거로 지난 8일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5곳을 '예비 상장폐지 명단'에 올리고 이달 29일까지 상장 유지 자격을 입증할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해당 기업은 바이지선저우(百濟神州), 바이성중궈(百勝中國), 성메이(盛美)반도체 등이다.

미국은 2020년 말 자국 회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외국 기업을 증시에서 퇴출하도록 규정한 '외국회사문책법'을 도입했다. 미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회계 감독권을 둘러싼 중국 정부와의 오랜 갈등이 입법의 주된 배경이었다.

미국은 오랫동안 자국 회계 감독 기구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가 미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직접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중국은 국가 주권을 앞세워 자국 기업들이 PCAOB의 감사에 직접 응하는 것을 제한해왔다.

외국회사문책법이 PCAOB에 회계 감독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의 퇴출까지 3년의 유예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세부규정 해석상 이르면 올해부터 일부중국 기업이 퇴출당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중국 기업들은 중국 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어 미국 측에 회계 자료를 제공하기 어려운 처지다.

앞서 중국은 2019년 증권법을 개정, 정부 승인 없이는 자국 회사가 자의적으로 외국 당국에 회계 자료를 제출할 수 없도록 '대못'을 박은 상태다.

이 같은 소식에 10일(현지시간) 나스닥(NASDAQ)에 상장한 90여개 중국 기업 주가를 반영하는 골든드래곤차이나 지수는 10.01% 폭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인 2008년 10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알리바바가 7.94% 하락한 것을 비롯 아이치이(-21.81%), 핀둬둬(-17.49%), 징둥(-15.83%), 비리비리(-14.10%), 니오(-11.9%), 디디추싱(-10.58%), 샤오펑(-9.01%), 바이두(-6.29%) 등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다.

시장에서는 회계 감독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 '치킨 게임'이 지속되면 3년 유예 기간이 모두 끝나는 2024년 무렵부터 알리바바, 바이두 등 중국 기업들의 무더기 퇴출이 현실로 닥치면서 글로벌 자본시장에 큰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을 합쳐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230여개로 이들 기업의 합산 시가총액은 2천조원대에 달한다.

알리샤 아프 시티그룹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 통신에 "SEC의 상장 폐지 관련 업데이트는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며 "중국 기업의 미국예탁증서(ADR)의 진짜 상장 폐지 위기는 SEC의 3년 연속 회계자료 제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2024∼2025년부터 현실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증시 퇴출 우려가 커지면서 알리바바, 바이두, 징둥, 비리비리 등 많은 대형 기업이 중국의 영향권인 홍콩 증시에 추가 상장을 하면서 미국 증시에서 서서히 발을 빼는 중이다.

중국 정부 역시 이런 상황이 경제 안보에 위협 요인이 된다고 보고 디디추싱의 미국 상장 '강행 사건' 이후 자국 기업의 미국 상장을 사실상의 허가제로 바꿔 강력히 제약하는 규정을 도입하면서 미국과 중국 자본시장의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미국에 상장된 자국 기업의 주가 폭락 사태에 중국 증권 감독 당국은 11일 새벽 성명을 내고 미국과 협상 의지를 밝히면서도 당국 간 채널을 거쳐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되풀이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는 "우리는 해외 감독 기구가 회계 정보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존중하지만 일부 세력이 증권 감독을 정치화하는 잘못된 행동에 반대한다"며 "감독당국 간 협력을 통해 미국 감독부문의 조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