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고차 진출 드라이브 거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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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중고차 진출 드라이브 거는 까닭은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3.07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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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개설…디지털 전시장 운영
시장점유율 2024년 5.1%로 자체적으로 제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 후 진출 여부 최종 결정
현대자동차가 7일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현대차는 구입 후 5년, 주행거리 10만km 이내 자사 차종 중 성능검사와 수리를 마친 차량만을 대상으로 인증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특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가상현실(VR) 등 디지털 기술 기반 중고차 시장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중고차 업계와 상생을 위해 시장점유율은 2024년 5.1% 수준으로 자발적으로 제한한다.

현대차는 이런 내용을 담은 중고차 시장 사업 방향을 7일 공개했다.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사업 방향성과 목표를 제시한 건 처음이다. 다만 이날 발표에는 현대차 브랜드만 포함됐으며 제네시스와 기아 브랜드는 제외됐다. 제네시스와 기아는 향후 별도의 비전을 내놓기로 했다. 

현대차는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와 함께 성장하면서 국내 중고차 시장의 양적, 질적 성장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수입차와 역차별 깬다…5년·10만km '신차급' 상품화

현대차는 성능검사와 수리를 마친 인증 중고차만 시장에 공급한다. 현재 수입차 브랜드가 제공하고 있는 인증 중고차 판매와 동일한 개념이다.

최초 구입일로부터 5년, 주행거리 10만km 이내 차량이 대상이다. 국내 최대 수준인 200여개 항목의 품질검사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신차 수준의 까다로운 상품화 과정을 거친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매집점검, 정밀진단, 인증검사로 이어지는 3단계 품질검사 및 인증체계도 마련한다. 중고차 진단과 정비, 내외관 개선까지 할 수 있는 인증중고차 전용 하이테크센터도 구축한다. 

현대차는 또 소비자가 타던 차량을 매입하고 신차 구매 때 할인을 제공하는 보상판매 프로그램도 도입한다. 현대차가 구축한 시스템을 통해 향후 중고차시장에 유통될 차량의 성능과 이력 정보를 관리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현대차는 소비자와 판매자의 정보 비대칭 탓에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중고차 매매 환경 개선에도 나선다. 구입하려는 중고차의 성능, 침수 및 리콜 여부, 적정가격, 허위매물 가능성 등 정보를 분석하는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가칭 중고차연구소)도 구축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중고차 시장에 모바일 앱과 VR, 인공지능(AI) 등을 도입해 디지털 환경으로 변화를 추진한다. 현대차는 소비자에게 가상 전시실에서 상품을 확인하고 AI 응대 서비스를 이용해 '온라인 도슨트 투어' 등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VR을 활용해 차량 하부와 내외부 점검 및 초고화일 이미지를 이용한 시트 질감과 타이어 마모 정보도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울러 도심에 무인으로 운영되는 랜드마크 딜리버리 타워를 순차적으로 구축해 소비자들이 직접 방문하고 구입한 차량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다음주 열릴 생계형 적합업종 심사위원회 결과 여부에 따라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사진=연합뉴스

넘어야 할 산 '생계형 적합업종'

현대차의 모든 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선 다음주로 예정된 생계형 적합업종 심사위원회에서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이 아니라고 재확인돼야 한다. 재확인이 없을 경우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불가하다. 

자동차 업계는 중고차 매매업이 2019년 이미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된 만큼 현대차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르면 올해 안에 현대차의 중고차 매매업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는 중고차 업계와 상생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계획안에서 현대차는 현대차 브랜드만 중고차로 판매하며 20204년까지 시장 점유율을 자체적으로 5.1%로 제한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업계에선 중고차 시장 성장 속도를 감안할 때 2024년 현대차가 점유율 5.1%를 달성할 경우 유통할 물량은 10만~20만대로 추산하고 있다. 

현대차가 제시한 중고차 거래 플랫폼 가칭 '중고차연구소' 이미지. 사진제공=현대차

중고차에 사활 거는 이유

현대차가 새로운 수익창출 여지가 크지 않고 생계형 적합업종 논란 등 구설에도 중고차 시장 진출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선 '데이터'를 이유로 꼽는다. 완성차 생산부터 폐차까지 이어지는 전주기를 관리하면서 축적한 빅데이터 활용처가 무궁무진하다. 판매와 생산 전략, 부품 수급 계획까지 보다 정확한 모니터링과 예측이 가능하다. 미래차 전환을 위한 전방위적 행보가 진행되는 중인 상황에서 그 속도와 효율성을 자체 조율하는 데에도 좋은 데이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금융과 보험, 운송, 정비 등 분야에서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다. 

실제로 볼보와 르노 등 유럽의 경쟁 업체들은 모빌리티 서비스에 중고차를 활용하고 있다. 볼보는 북미와 독일에서 운영하는 차량 구독서비스 '케어 바이 볼보'에 신차급 중고차를 투입하고 있다. 르노그룹은 지난해 9월 유럽 중고차 거래 서비스 플랫폼 '헤이카' 지분을 인수하면서 새로운 모비리티 서비스 출시를 예고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구독서비스 같은 모빌리티 서비스를 활성화하려면 향후 서비스에 사용한 차량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라도 중고차 사업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고차가 신차 가치에 끼치는 영향도 현대차가 잰걸음을 걷는 배경이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시장의 장밋빛 전망을 보고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었다기 보다는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신차보다 더 큰 거래시장을 확보함으로써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지고 중고차 관리를 통해 신차 가치도 끌어올리는 선순환 시너지가 가능해진다”고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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