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여수 경도, 亞 모나코 만들겠다" 박현주의 꿈 '좌초 위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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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여수 경도, 亞 모나코 만들겠다" 박현주의 꿈 '좌초 위기', 왜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2.11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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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던 경도 개발, 미래에셋 등장 판도 바꿔
세계적 관광 휴양지 조성 청사진 호평 이끌어
전남도의회·여수시의회 타워형 레지던스 강력 반대
공정위까지 나서자 미래에셋 “사업 전면 재검토”

 

 

"여수 경도를 아시아의 모나코로 만들겠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2017년 발언 내용 中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2017년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전라남도 여수의 작은 섬 경도를 찾아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경도 일대에 1조 원을 투자해 꿈과 낭만이 가득한 '아시아의 모나코'로 만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6성급 리조트 호텔과 빌라 그리고 물놀이 공원을 새로 만들고 섬을 오가는 해상 케이블카도 건설하기로 했다. 해양 스포츠의 꽃인 요트를 정박할 수 있는 시설도 조성하기로 했다. 

이낙연 당시 전남도지사는 "아시아 최고 수준의 복합 리조트, 6성급 호텔을 포함한 아시아의 모나코로 우리 경도를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면서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수 돌산과 경도를 연결하는 다리는 미래에셋과 전남도 등이 함께 놓기로 했다. 

특히 박 회장은 목표로 한 경도 개발이 마무리되는 2029년까지 미래에셋이 투자한 투자금이 1조원이 되지 않을 경우 지연배상금 3%를 내겠다고 밝히며 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로부터 5년여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좌초 위기에 빠졌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 조감도. 사진제공=여수시

'윈-윈' 게임의 발목 잡은 레지던스 논란

경도 개발은 애초 전남개발공사가 총사업비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추진했던 사업이다. 하지만 자금난이 닥치면서 민자 유치로 전환했다. 전남개발공사 측이 30여 개 국내 유수 리조트 기업 및 대기업을 찾았지만 투자 유치에 실패했다. 이후 사업은 표류했다. 2016년 중국 기업이 관심을 보였지만 여수 안팎에서 중국 기업이 투자 후 분양 수익만 챙기거나 투자 중단 가능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또 분양권을 사놓고 막상 여수를 찾지 않을 경우 유령도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시민의 항의가 빗발쳤다.

2016년 7월 전남개발공사는 이미 준공된 1단계 사업 자산을 포함해 경도 해양관광단지 사업권을 경쟁 입찰을 통해 매각하기로 했다. 미래에셋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입찰에 참여했다. 미래에셋컨소시엄은 중국 자본 두 업체와 경쟁입찰에서 승리하며 2016년 8월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경도를 세계적 관광 휴양지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이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는 말이 새어 나왔다. 이후 미래에셋은 남해안의 다도해를 개발해 국내 관광산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을 제시하며 투자에 적극 나섰다. 

박 회장은 지난해 6월11일 열린 착공식에서 "여수 경도를 최고의 퀄리티로 창의적으로 개발해 문화를 간직한 해양관광단지로 만들겠다"면서 "경도 개발에 따른 이익은 단 한 푼도 서울로 가져가지 않겠다. 전부 여수에 재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미래에셋과 여수시 모두 '윈-윈(win-win)'하는 게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문제가 불거진 건 미래에셋컨소시엄이 레지던스 건립을 추진하면서다. 미래에셋컨소시엄은 2020년 10월 싱가포르 센토사(Sentosa)섬이 장기 체류형 숙박시설인 레지던스를 도입해 비수기 슬럼화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사례를 벤칭마킹해 레지던스 건립 의사를 밝혔다. 미래에셋컨소시엄의 계획대로라면 성수기와 비수기 간 매출 격차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다. 실제 센토사섬엔 1600여개의 레지던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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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숙박용 리조트와 호텔 및 장기 숙박을 위한 레지던스를 동시에 짓는 건 세계적 트렌드다. 쌍용건설은 두바이 팜 주메이라((Palm Jumeirah) 인공섬에 46층 초특급 호텔 3개 동과 37층 최고급 레지던스 3개 동을 시공했다. 또 지난해 4월 문을 연 글로벌호텔그룹 아르코의 SLS두바이는 254개의 호텔객실, 371개의 레지던스, 321개의 호텔아파트로 구성돼 있다. 롯데건설이 2023년 완공을 목표로 베트남 하노이에 2018년 착공한 롯데몰 하노이도 호텔과 레지던스를 같이 짓고 있다. 

전남도의회 및 여수시의회는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 조성 사업이 미래에셋에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전남도의회 회의 모습. 사진제공=전남도의회

"투기로 흐르고 있다" 여수시의회의 반발, 왜

지난해 4월 전라남도 건축경관심의위원회는 레지던스가 여수 국동항에서 바라보는 경도 경관을 해치고 위압감을 조성할 수 있다며 재검토를 의결했다. 그리고 같은 해 6월 여수시의회는 경도 레지던스 건립계획과 관련해 "미래에셋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개발보다 지역민과 함께하는 가치 있는 투자가 돼야 한다"며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리고 한 달여 뒤인 그 해 7월 전라남도 건축경관심의위는 경도 레지던스의 층수 및 규모를 축소할 것을 조건으로 재심의 끝에 조건부 의결했다. 

예산 삭감 등 구체적인 움직임도 포착됐다. 지난해 12월 여수시의회는 여수시가 경도 진입도로와 관련해 부담해야 할 239억원 중 올해 부담금 73억원에 대한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결정을 했다. 미래에셋이 개발하는 경도에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이유다. 

여수시는 시의회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권오봉 여수시장은 모두 1조500억원이 투입되는 경도해양관광단지 개발에 따른 진입도로 예산을 전액 삭감한 시의회를 향해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권 시장은 지난해 12월10일 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주간업무보고회에서 "여수의 미래 먹거리와 관광 콘텐츠 다변화를 위해서라도 경도 진입도로 개설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경도 교량은 단순한 교량이 아닌 앞으로 경도와 돌산 간 교량으로 연결되면 제3돌산대교 사업의 시작으로 봐야한다"면서 "돌산의 관광 상황 등으로 볼 때 지금 시작해도 이르지 않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경도 교량은 경도 내의 개발과는 무관하게 1986년에 여수시 도시계획도로로 지정된 오래된 숙원 사업이자 시민에게 꼭 필요한 사회간접시설"이라며 "특정 지역의 개발과 특정 기업에 대한 반감으로 예산을 삭감한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여수경도지구 진입도로 개설공사는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이 총사업비 1195억원을 들여 1.35km에 해당하는 연륙교를 2024년까지 개설하는 사업이다. 교통난이 심각한 돌산도 진입을 위한 세번째 다리를 건설할 수 있는 주춧돌이 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최초 계획은 신월동~경도~돌산 간 교통량 분산 처리를 목적으로 1986년에 수립된 도시계획도로로 36년된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도 여수시의회의 문제 제기에 선을 긋는 모습이다. 경제자유구역청은 타워형 레지던스가 비수기 관광객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봤다. 개정된 건축법 시행령과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주택으로 사용이 불가해 투기 시설로 보기 어렵다는 게 경제자유구역청 측 견해다.

시민사회 의견도 갈린다. 여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여수항 일대 경관을 훼손하는 부동산 개발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는 경도 레지던스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여수 대경도 발전협의회는 “반대를 위한 반대나 분열된 시민의식으로 원주민의 고통과 피해는 무시한 여론 형성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고, 여수관광발전 범시민운동본부는 “여수시의회가 경도 개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경도 개발 프로젝트와 관련해 전남도의회와 여수시의회의 반대를 비롯해 공정위의 계열사 부당대출 의혹 관련 수사 등 여러 외풍에 사업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사진=연합뉴스

朴 회장 "사업 전면 재검토하라"…경색되는 경도 개발

경도 해양관광단지 조성 사업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튀고 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미래에셋의 경도 개발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자금 대출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수목적법인(SPC)를 세워 계열사 자금을 끌어온 것이 적법한지가 핵심 사안이다. 

공정위가 의심하는 정황은 이렇다. 미래에셋컨설팅 자회사인 YKD는 2016년 전남개발공사로부터 경도 개발 시행권 및 토지 소유권을 위임받아 2020년 사업을 시작했다. YKD는 경도에 생활숙박시설을 조성 및 시행할 특수목적법인 GRD를 설립했고, 미래에셋증권과 생명은 GRD에 대출을 실행했다. 공정위는 YKD가 자본시장법상 계열사인 미래에셋증권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지 못하자 GRD를 설립해 편법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봤다. 

미래에셋은 "편법이 아니라"고 맞선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태평양, 율촌, 광장, 지평 등 법무법인 4곳의 법률 자문을 거쳐 GRD를 비(非)계열회사로 판정한 만큼 법적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통상의 거래 범위를 초과해 거래하거나 지배력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있을 경우 공정위는 YKD를 계열사로 강제 지정할 수 있다. 미래에셋은 공정위의 억측이라고 강변한다. GRD는 YKD가 보유한 의결권이 20.5%에 불과하고 BSG(시행사)가 출자금과 의결권 비율이 가장 높아 YKD가 GRD를 독자적으로 지배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GRD 의결권은 YKD와 BSG 이외에도 현대건설, 호반건설 등 시공사 및 분양대행사가 갖고 있다. 

박 회장은 경도 해양관광단지 조성 사업 전면 재검토 지시를 내리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9월 "여수시의회에서 발목을 잡고 있는 사이 계열사 부당대출 오해까지 받고 있다"고 과거와 사뭇 달라진 심경을 전했다.   

미래에셋은 경도 해양관광단지 조성 프로젝트의 전면 재검토에 따라 현대건설, 호반건설, BSG에 앞으로의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한 의견을 구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의 방향 선회로 사업이 추가 지연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도 해양관광단지 조성 사업 내용을 잘 알고 있는 한 인사는 "(경도 해양관광단지 조성 사업은) 전국에서 재정 자립도가 가장 낮은 여수시가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갈림길"이라면서 "무엇이 정말 여수시를 위한 길인지 다시 한번 관계 단체 및 기업 모두 신중히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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