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車 '순정부품'의 배신...공정위 "더 싼 가격 '대체부품' 품질격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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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車 '순정부품'의 배신...공정위 "더 싼 가격 '대체부품' 품질격차 없다"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1.13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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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순정품과 비순정품 성능 차이 없어"
순정품, 최대 5배 비순정품보다 비싸기도
수입차 역시 순정품이 60% 가량 더 비싸
순정품 선호 심리와 대체부품 낮은 인지도 개선해야
공정위는 12일 현대차그룹에 순정품을 쓰지 않으면 고장이 날 수 있다는 식으로 거짓·광고를 한 혐의로 경고 처분을 내렸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믿고 썼던 순정품의 배신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자사가 제작한 순정부품을 쓰지 않으면 고장이 날 수 있다는 식으로 거짓·과장 광고를 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현대차와 기아에 경고 처분을 내렸다. '비순정품은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우려 속에 '순정부품'을 고집해 온 소비자들을 기만한 행태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공정위 "성능 저하 입증 안돼"

공정위는 12일 현대차와 기아가 자동차부품 품질이나 성능을 부당하게 표시한 행위에 대해 경고 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2012년 9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제작·판매한 차량 취급설명서에 '차량에 최적인 자사 순정부품을 사용해야만 안전하고 최상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비(非)순정부품 사용은 차량 성능 저하와 고장을 유발할 수 있다'고 표시했다. 해당 차종은 그랜저, 쏘나타, 아반떼, G70 등 현대차 23종과 레이, 모닝, K3 등 기아 17종이다.

순정부품은 완성차를 제작할 때 사용하는 부품과 동일한 부품을 말한다. 현대차와 기아가 쓰는 순정부품은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하청업체에서 납품 받아 공급한다. 반면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인증기관에서 OEM 부품과 품질이 유사한 것으로 인증받은 인증대체 부품, 규격품 등은 비순정부품으로 불린다. 

공정위 조사 결과 비순정부품은 안전과 성능 시험에서 기준을 통과했다. 품질이나 성능에서 순정부품에 비해 떨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현대차와 기아는 비순정부품을 사용했을 때 성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실증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표시광고법에 따르면 사업자는 자기가 한 표시, 광고 중 사실과 관련해 내용을 실증할 수 있어야 한다. 

공정위는 객관적 실증 없이 비순정부품의 품질이나 성능이 떨어지거나 위험하다고 알린 현대차와 기아의 행위가 거짓·과장 광고로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 선택권을 방해하고 합리적인 부품 구매 결정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등 국외 판매에서는 순정부품과 관련한 표기를 하지 않았다. 국외 차량에는 '모조품이나 위조품, 불량품을 쓰면 성능이 떨어지거나 고장 날 수 있다' 정도만 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공정위 조치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2018년 11월 이후 나온 신차에 취급설명서부터 해당 문구를 수정 중이었고, 일부 수정이 완료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순정품과 비순정품이 성능 차이 없는데 가격은 최대 5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성능은 같은데 가격은 최대 5배 격차

참여연대는 지난 2019년 시중에 판매되는 브레이크 패드와 에어크리너, 에어컨필터, 배터리, 엔진오일, 전조등 등 모두 6개 항목을 수거해 대기업 OEM 제품과 중소업체의 인증 부품의 가격을 비교했다. 비교 결과 OEM '순정품' 제품이 정부 규격품인 중소업체 인증 부품보다 최대 5배 비쌌다. 하지만 성능에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브레이크 패드의 경우 한국GM 제품 가격이 중소업체 인증 부품과 최대 4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현대차의 항균 필터 역시 중소기업의 품질인증제품보다 최대 4.1배, 기아차의 항균 필터는 최대 3.8배 차이를 보였다. 르노삼성의 전조등은 최대 5.1배의 가격 격차가 났다. 

수입차도 마찬가지다. 2020년 한국소비자원은 수입차의 전방 범퍼 5종을 대상으로 OEM부품과 대체부품 간 성능·품질을 비교·평가했다. 전방 범퍼는 자동차 사고 때 교체빈도와 대체부품 인증비율이 높은 항목이다. 시험 결과 전방 범퍼의 주요 성능인 물리적 특성(인장강도, 충격강도 등)은 모두 대체부품이 OEM부품과 동등한 수준이었다. 외관 및 형상 겨시 모든 대체품이 관련 기준을 통과했다. 

성능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OEM 부품이 약 59~65% 수준 비쌌다. 2020년 한국자동차부품협회에 공개된 가격 정보에 따르면 아우디 A6 전방 범퍼 가격은 OEM 76만8100원, 대체부품 45만3170원으로 OEM부품 대비 대체부품의 가격 비율은 59%다. ▲BMW 3시리즈(OEM 65만6000원, 대체부품 38만7500원)와 ▲포드 익스플로어(OEM 97만2800원, 대체부품 57만4000원) ▲렉서스 ES(OEM 45만7600원, 대체부품 27만원)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OEM 72만8000원, 대체부품 42만9600원) 모두 대체부품보다 59% 비쌌다. 

대체부품에 대한 낮은 인지도와 소비자의 순정품 선호 심리가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왔다. 사진=연합뉴스

왜 '호갱님'이 됐나

순정부품을 강요하는 시장구조와 동시에 낮은 대체부품에 대한 인지도 및 부정적 인식이 소비자를 일명 '호갱님'으로 내모는 주된 이유로 작용했다. 2020년 7월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대체부품을 알고 있는지 확인한 결과 50.3%(503명)가 '모른다'고 답했고, '들어본 적 있다'는 39.5%(395명), '알고 있다'는 10.2%(102명)에 불과했다. 

가격은 더 싸고 성능은 동등한 대체부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부정적이었다. 조사 결과 64.3%(643명)이 부정적 응답을 했다. 응답 내용을 살펴보면 '중고·재생부품과 유사'가 35.7%(357명)으로 가장 많았고, '저가부품' 9.9%(99명), '모조품' 9.2%(92명) 순이었다. 

대체부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 후 사용할 의향이 있는지 조사한 결과 응답자 49.6%(496명)이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그 이유(중복응답)로는 '저렴한 가격'이 66.1%(328명)로 가장 많았고, 'OEM부품과 유사한 품질 수준'이 50.0%(248명)로 뒤를 이었다. 

프리시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에 따르면 2019년 3814억 달러(약 426조원)였던 글로벌 자동차부품 AS 시장은 2020년부터 2027년까지 5131억 달러(약 57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연평균 3.8%의 성장률이다. 

지난 2019년 기준 국내 보수용 자동차부품 시장 매출규모는 10조5000억원으로 부품 전체매출 121조원 대비 8.7% 수준으로 미국과 유럽에 비해 적은 규모다. 매출 규모는 미국과 유럽에 비해 적지만 수리에서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29%인 반면 미국과 유럽은 평균 15%로 한국이 높다. OEM 부품으로 교체를 선호하는 소비자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윤영한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소비자가 품질인증부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품질인증부품을 찾아보기 쉽게 인프라를 구축하고, 자동차보험에서 품질인증부품 사용기회를 확대하는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부품업계도 OEM부품과 동등 이상의 품질 향상,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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