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40조규모 중고차 시장'...영세업자의 '소탐대실'인가, 대기업의 정당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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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40조규모 중고차 시장'...영세업자의 '소탐대실'인가, 대기업의 정당성인가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1.11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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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14일 중고차 생계형적합업종 심의 첫 회의
현대차그룹, 독점 우려 속 중고판매업 적극적
롯데·SK 등 렌탈사업자 사업 확장 속 시장 진출 모색
중기부는 오는 14일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를 논의할 생계형적합업종 심의위원회 첫 회의를 연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지난 3년여 간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를 저울질 해 온 정부가 오는 14일 최종 판단을 위한 첫 관문을 넘는다. 중소기업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이날 생계형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중고차 판매업에 대한 생계형적합업종 지정여부 심의를 위한 첫 회의를 연다.

대기업의 중고차 판매업 진출은 2019년 2월 이후 3년째 진통을 겪고 있다.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이 진출할 경우 생계에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며 중고차판매업의 생계형적합업종 지정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완성차 및 렌탈 사업자 등 대기업 측은 중고차시장 선진화와 소비자 후생 개선, 수입차와 형평성 등을 주장하며 중고차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했다. 현재 수입차는 직접 중고차 판매도 병행하고 있다. 

심의위 구성

이번 심의위 회의는 중기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중기부는 지난해 12월30일 심의위 개최를 공식 요청했다. 소상공인 생계형적합업종 지정 특별법 시행령은 중기부 장관 또는 위원 3분의 1 이상이 회의를 소집할 경우 생계형적합 심의위는 즉각 회의를 열도록 규정하고 있다. 

심의위는 소상공인 생계형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위원장을 포함해 15인의 민간 위원만으로 구성된다. 위원은 소상공인,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 단체 추천 위원 각 2명씩 모두 8명, 동반성장위원회 추천 위원 2명, 공익위원 5명으로 구성됐다. 위원회에서는 생계형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심의, 의결할 수 있다. 

단기간에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 여부가 판가름 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생계형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언제까지 마무리해야 한다는 구체적 규정은 없다. 여기에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를 앞두고 있어 논의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중고차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차 '신차↔중고차' 선순환 구조 조성 

중고차 시장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현대차그룹이다.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을 종합해 볼 때 현대차와 기아는 대리점을 통해 중고차를 매입할 것으로 보인다. 신차를 구매하러 온 소비자가 보유하던 중고차 매각을 원할 경우 매입하는 방식이다.  그렇다고 모든 중고 차량을 매입하는 건 아니다. 매입 대상은 출시 5년 내 차량 중 주행거리가 10만km 이하 차량으로 한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고차 시장 진입 속도로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합의된 내용을 정리하면 2021년 3%, 2022년 5%, 2023년 7%, 2024년 10%로 시장점유율 상한을 정했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의 전제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정부가 허가하고, 기존 중고차 업계와 합의가 원만하게 마무리 됐을 때다. 

독점적 지위 남용 우려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현대차그룹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차량의 제조부터 신·중고차 판매까지 독점하게 돼 시세를 조정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신차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와 최접점에 선 현대차그룹은 양질의 중고차 물량을 대량으로 확보할 개연성이 크다. 이를 통해 영량력을 확보한 뒤 독점에 가까운 시장 지배적 지위로 신차와 중고차 시세를 조정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실제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에서 현대차그룹은 압도적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국내 점유율은 각각 41.8%(1038만대)와 28.0%(696만대)로 합산 69.8%에 달한다. 전체 등록대수는 2486만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독점적 지위를 남용할 우려가 있는 만큼 감시와 견제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롯데렌탈은 중고차 판매업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렌터카

SK·롯데도 노리는 중고차 사업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그룹 뿐만 아니라 렌탈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SK와 롯데에 이어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는 신세계도 중고차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는 중고차 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지 않을 경우 주요 렌터카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렌터카 업체들의 시장 진출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유는 업종의 특성 영향이 크다. 대량으로 차량을 취득, 운영하기에 중고차 매물이 풍부하다. 실제로 렌터카 업체들은 기업간거래(B2C)로 중고차를 이미 팔고 있다. 중고차 판매업은 신사업 진출이라기 보다는 사업영역 확장에 가깝다.

업계 1위 롯데렌탈은 자체 경매장(롯데오토옥션)을 통해 렌탈 기간이 끝난 차량을 딜러에게 매각하고 있다. 자체 경매 플랫폼이 없는 SK렌터카 역시 공매나 케이카, 엔카 등 중고차 판매업체와 제휴를 통해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다. 

매출 규모 역시 크다. 롯데렌탈의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롯데렌탈의 주요 사업은 렌탈사업부와 오토리스 및 할부금융 부문으로 나뉜다. 이 중 렌탈사업부문은 ▲차량렌탈 ▲중고차 ▲일반렌탈 등으로 구성된다. 중고차는 매출 비중에서 27.3%를 차지하며 차량렌탈(64.2%)에 이어 두 번째다. 일반렌탈 등(8.5%)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다. 

SK렌터카 역시 B2C 중고차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제공=SK렌터카

SK렌터카도 상황이 비슷하다.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중고차 매매를 통한 수익은 25.6%로 기타매출(3.3%)의 8배를 넘는다. SK렌터카의 차량 대여로 얻는 렌탈매출 비중은 71.1%다.

렌터카 업체들은 정부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렌터카 업계 관계자 "이제 막 심의위 첫 회의를 앞두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중고차 판매업 진출을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면서도 "중고차 판매 시장이 열린다면 진출할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케이카(K-Car)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39조원이며 오는 2025년 5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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