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혈주의 옛말”…‘非롯데맨’ 대거 영입한 신동빈, ‘뉴롯데’ 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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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혈주의 옛말”…‘非롯데맨’ 대거 영입한 신동빈, ‘뉴롯데’ 그리나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11.26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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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쇼핑·호텔 부문 CEO 4명 모두 외부인사
백화점·컬처웍스는 경쟁사 임원 대표로 앉히기도
이유는 실적 악화…미래 먹거리 부진에 위기의식↑
신동빈의 ‘뉴롯데’, 2022년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
(왼쪽부터)김상현 롯데쇼핑 유통 사업군 총괄대표 부회장, 안세진 롯데 호텔군 총괄대표 사장,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 부사장, 최병환 롯데컬처웍스 대표이사. 사진제공=롯데그룹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롯데그룹이 몇 년간 지속된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섰다. 필요하다면 경쟁사 임원 영입도 마다하지 않는 ‘승부사’ 기질을 보이고 있다. 이번 임원인사에는 ‘뉴롯데’를 위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지가 담겼다.

롯데쇼핑·호텔 부문 CEO 4명 모두 외부인사

지난 25일 2022년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한 롯데그룹의 키워드는 '외부인사 수혈'로 정리된다. 롯데는 유독 공채 출신을 우대하고 임원으로 승진시키는 ‘순혈주의’ 문화가 강한 기업이었지만,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타파하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외부 인재 수혈이 필수적이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신동빈 회장은 1979년 롯데쇼핑 출범 이후 42년만에 처음으로 유통 사령탑에 롯데맨이 아닌 외부 인사를 앉혔다. 새 유통 사업군 총괄 대표로 선임된 김상현 부회장은 한국 P&G 대표와 동남아시아 총괄사장, 홈플러스 부회장을 지낸 글로벌 유통 전문가다. 

호텔 총괄 대표도 외부에서 영입했다. 안세진 총괄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 커니에 재직한 뒤 LG화학, LG상사, 알릭스파트너스, LS그룹을 거쳐 2018년부터 놀부 대표이사를 지냈다. 호텔 사업을 이끌어본 적은 없지만 컨설팅 회사 및 사모펀드(PEF), 대기업 등을 두루 거친 경험이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롯데백화점 사업부 대표에는 신세계 출신인 정준호 롯데GFR 대표가 내정됐다. 1965년생인 정 대표 내정자는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해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패션본부 본부장, 조선호텔 면세사업부 사업 담당, 신세계 이마트 부츠 사업 담당을 거치며 2019년부터 롯데GFR 대표를 맡고 있다. 손영식 신세계백화점 대표와는 1987년 12월 삼성그룹 공채 28기로 신세계백화점 입사 동기다. 

롯데시네마 영화관 운영사 롯데컬처웍스 대표로는 최병환 CGV 전 대표를 부사장 직급으로 영입했다. 이밖에 모바일 멤버십 서비스를 총괄하는 롯데멤버스에는 신한DS 디지털본부장 출신 정봉화 상무를 DT전략부문장으로 임명했다. 실적 부진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경쟁사 인재도 과감히 영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직 자체도 기존 비즈니스 유닛(BU·Business Unit) 체제를 없애고 대신 헤드쿼터(HQ·HeadQuarter) 체제를 도입했다. 식품, 쇼핑, 호텔, 화학, 건설, 렌탈을 6개 사업군(HQ)으로 묶었고, 식품·쇼핑·호텔·화학 사업엔 각각 1인 총괄 대표를 앉혔다. 

지난 2017년 3월 BU 체제 도입 후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등 4개 BU장이 해당 사업군의 경영을 총괄했다. 하지만 롯데정보통신,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건설 등의 경우 4개 BU에 속하기 어려운 산업군임에도 임의적으로 포함돼있어 시너지를 내기 어려웠다. 

롯데는 약 4년만에 BU체제를 폐지하고 더욱 빠른 변화 관리와 실행, 미래 관점에서의 혁신 가속화를 위해 이번 조직개편을 추진하게 됐다. HQ는 기존 BU 대비 실행력이 강화된 조직으로, 사업군 및 계열사의 중장기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것뿐만 아니라, 재무와 인사 기능도 보강할 예정이다.

롯데쇼핑 3개년 실적 추이. 자료제공=롯데쇼핑
롯데쇼핑 3개년 실적 추이. 자료제공=롯데쇼핑

미래 먹거리 부재·경쟁력 약화로 실적 악화 ‘지속’

롯데그룹이 이 같은 파격적 인사를 단행한 것은 부진한 실적과 무관치 않다. 미래 먹거리 부재에 대한 지적을 받아온 롯데그룹은 지난해 시가총액이 전년대비 두 계단 하락한 7위에 머물렀으며, 시총 순위 10위권 그룹 중 유일하게 시총이 감소했다. 

롯데는 ‘재계 5위’ 타이틀을 지니고 있지만 지난 10년간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와 일본 불매운동, 코로나19까지 연이은 내·외부 악재들로 인해 기업 성장이 더뎠다. 특히 그룹의 핵심 축인 유통, 호텔, 식품 부문 등의 성과가 부진했다.

실제 롯데쇼핑의 실적은 갈수록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롯데쇼핑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지난 2016년 9400억 원을 기록한 이후, 2017년에는 5000억 원대로 거의 반 토막이 났고, 2018년 5970억 원, 2019년 4279억 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3461억 원에 그쳤다. 시총도 한때 13위까지 기록했던 적이 있지만 10년 새 톱 100위권 밑으로 내려왔다.

최근 발표한 올 3분기 영업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73.9% 감소한 289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 역시 2.4% 감소한 4조66억 원을 기록했다. 3분기까지의 누적 영업이익은 983억 원으로 40.3% 줄었고, 누적 매출은 11조789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줄었다. 

삼성·현대차·SK·LG 등 다른 그룹들이 바이오, 배터리, 전장, 전기차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빠르게 투자를 확대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것과 달리, 그간 롯데그룹은 이렇다 할 미래 성장 동력이 없었다. 최근에서야 롯데지주 산하에  헬스케어팀, 바이오팀을 신설하며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사업 부문 역시 ‘아직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이다’는 내부 인식 때문에 국내 최초로 인터넷 쇼핑몰 롯데쇼핑닷컴을 선보였음에도 쿠팡 등 이커머스 공룡 업체들은 물론이고 다른 전통 유통업체들에 비해서도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제공=롯데쇼핑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제공=롯데쇼핑

연내 구조조정 마무리…내년부터 ‘뉴롯데’ 시동 건다

롯데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대대적 변화를 예고한 상태다. 우선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내년부터 차·부장급 직급을 통합한다. 직급 체계를 간소화해 능력 있는 젊은 인재를 임원으로 기용하기 위해서다. 

또한 롯데쇼핑은 ‘뉴롯데’를 위해 백화점·할인점 희망 퇴직과 대규모 신규 채용 등 세대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2017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주사 출범과 함께 ‘뉴롯데’를 선언했다.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던 지배구조의 개선을 약속하며 내놓은 개혁안이다. 

지난 9월 롯데백화점은 197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근속 20년 이상 직원 2000여 명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545명이 퇴직한다. 해당 자리는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통해 젊은 인재들로 메운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도 올 들어서만 두 번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오프라인 채널 구조조정도 올해까지 마무리한다. 롯데쇼핑 입장에서는 인적 구조조정과 물적 구조조정을 동시해 단행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부터 올 3분기까지 줄어든 롯데쇼핑 오프라인 점포는 백화점 1개, 할인점 12개, 슈퍼 124개, 롭스 66개 등 총 총 203개다. 애초에 선언했던 구조조정 목표치를 거의 다 마무리한 것으로, 2년이 채 안 걸렸다.  

호텔롯데의 상장도 재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타격을 받은 호텔롯데는 롯데지주와 롯데건설(43.07%)·롯데알미늄(38.23%)롯데물산(32.83%)·롯데쇼핑(8.86%)·롯데렌탈(47%) 등 핵심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호텔롯데 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19.07%)·광윤사(5.45%) 등 일본 롯데 자본의 지분율이 사실상 99%에 달한다.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롯데 지분을 희석해야 2017년 출범한 롯데지주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지을 수 있는 셈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호텔롯데 IPO(기업공개)를 추진할 전망”이라며 “호텔롯데 IPO는 이후 롯데지주와의 합병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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