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디즈니플러스, 한국에서도 고전... 넷플릭스는 '넘사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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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디즈니플러스, 한국에서도 고전... 넷플릭스는 '넘사벽'?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1.11.26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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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사용자 감소, 과감한 투자 해법 모색
넷플릭스 '망 사용료' 논란 가속, 사용료 인상 압박
토종 OTT 법적지위 획득 실패…정부 산업 진흥 '표류'
디즈니플러스 등 국외 업체가 국내 OTT 시장에서 과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넷플릭스에 속속 도전장을 내미는 가운데 국내 OTT 업체 지원 방안은 표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어벤저스', '알라딘', '토이스토리' 등 시대를 풍미한 애니메이션의 고향 디즈니가 글로벌 OTT(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 격전장 한국에 지난 12일 상륙했다.

웨이브 등 토종 OTT 업체와 전통의 강자 넷플릭스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디즈니플러스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남기고 있다. 

실망감으로 바뀐 기대감, 이용자 감소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집계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는 12일 출시 이후 하루 사용자수(DAU)가 59만3066명에서 21일 39만9426명으로 32.7% 감소했다.

경쟁사인 넷플릭스가 19일 첫 선을 보인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의 흥행돌풍 속에 DAU가 전일 대비 30만 명가량 늘어난 350만700명을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11월 셋째주 기준 디즈니플러스와 넷플릭스를 교차 사용한 이용자는 65만5609명이다. 

디즈니플러스의 부진은 기대에 못 미치는 콘텐츠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디즈니는 100년 가까이 구축해 온 애니매이션 왕국으로 대표 캐릭터는 일일히 열거하기 힘들정도로 많다.

이런 캐릭터에 대한 팬들의 충성도 역시 높다. '스타워즈', '어벤저스', '심슨가족' 등 엄청난 팬층을 확보한 대작이 모두 디즈니 작품이다. 그럼에도 '볼 게 없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대부분 콘텐츠가 개봉한 영화 중심인 점과 국내 콘텐츠가 부족한 점 등이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자막 뒤에 검정 백그라운드 박스를 깔아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자막 역시 오류가 많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디즈니가 가지고 있는 가족적 분위기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런 이미지 탓에 자극적이거나 연령 제한물에 대한 공급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 '지옥' 등 자극적이고 신선하며 다양한 소재로 OTT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도 이런 이유로 디즈니의 가치를 하향 책정했다. 바클레이스는 디즈니의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유보'로 하향 조정했다. 목표주가 역시 기존 210달러에서 무려 35달러 낮춘 175달러로 책정했다. 

12일 첫 선을 보인 디즈니플러스가 기대와 달리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ㅣ로이터=연합뉴스

돌파구는 역시 투자

디즈니는 2019년 스트리밍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넷플릭스에 납품하던 기존 자사 콘텐츠를 모두 회수하고 2019년 11월12일 디즈니플러스라는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였다. 전 세계 출시 하루 만에 디즈니플러스는 100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지난해 4월 구독자 5000만 명을 돌파한 후 꾸준히 상승해 올 2분기 서비스 출시 2년이 안 돼 1억 명 구독자를 확보했다. 2분기 기준 디즈니플러스의 글로벌 구독자는 1억1600만 명으로 같은 기간 넷플릭스의 2억900만 명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충분히 위협적인 성장세로 업계는 2025년쯤 구독자 2억 명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외형적 성장 이면을 바라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디즈니플러스의 월간 평균 이용자당 결제액은 지난해 2분기 5.64달러를 기록한 뒤 계속 하락세다. 올 2분기 3.99달러까지 떨어졌다. 3분기 4.16달러로 반등했지만 여전히 수익성 향상은 더디다. 

돌파구는 결국 투자다. 디즈니플러스 역시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제이 트리니다드 디즈니 아태 총괄은 지난달 14일 열린 디즈니플러스 한국 출시 간담회에서 "전 세계에 고품질 콘텐츠를 적극적인 투자로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콘텐츠 제작사와 손잡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대거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힌 디즈니플러스는 아태지역에서 모두 18개 오리지널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 중 4개('너와 나의 경찰수업', '그리드', '키스 식스 센스', '무빙')를 한국 제작사와 손잡았다. 이들 작품은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전 세계적으로도 디즈니는 2023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 50개 이상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넷플릭스가 구독료를 기습인한데 이어 추가적인 인상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향후 있을 망 사용료 관련 비용 증가를 구독료 인상으로 전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ㅣ로이터=연합뉴스

넷플릭스 사용료 인상, 계속되는 망 갈등

국내 OTT 점유율 1위 넷플릭스 역시 좋은 상황은 아니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두고 국내 인터넷업체(ISP)와 갈등을 빚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상당한 트래픽을 유발하는데도 아무런 대가도 지급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징어게임'과 '지옥' 등이 흥행하면서 망 사용료 압박은 더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 소송전 1심에서 패소했다. 현재 2심을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는 ISP가 넷플릭스에 부과하는 망 사용료는 이중과금이라는 입장이다. ISP는 이용자가 요청하는 넷플릭스 콘텐츠 데이터를 전송해주고 그 대가로 이미 이용자에게 망 사용료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넷플릭스는 자체 구축한 '오픈커넥트'(OCA)에 콘텐츠를 저장·전송하는 만큼 트래픽 부담도 크게 줄이고 있다고 강조한다.

토마스 볼머 넷플릭스 글로벌 콘텐츠 전송 부문 디렉터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망 사용료는 인터넷 콘텐츠에 부과하는 통행료로서 콘텐츠의 한국 내 현지화를 저해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면서 "CP들이 한국 외부에 콘텐츠를 두고 가져오려면 비용 증가와 트래픽 혼잡이 발생하고 전체적으로 이용자 속도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18일 기습적으로 구독료를 인상한 넷플릭스는 추가 인상을 암시하고 있다. 2명이 이용할 수 있는 스탠더드는 월 1만20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4명이 이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은 1만45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인상했다. 인상률은 각각 12.5%와 17.2%다. 다만 1명만 쓸 수 있는 베이직 요금제는 월 9500원 그대로다.

업계는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 논란 여파로 이어질 각종 규제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국회에선 세계 최초로 넷플릭스와 같은 OTT 사업자에게 의무적으로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향후 지불할 망 사용료 재원을 요금 인상으로 마련하려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넷플릭스는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해 구독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망 사용료 논란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법안소위에서 OTT 사업자에 법적지위를 부여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의결 보류됐다. 사진=연합뉴스

OTT 법적지위 부여 무산…표류하는 정부 산업 진흥

OTT 사업자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려던 정부의 계획이 또다시 무산됐다. 올해 마지막 정기국회(12월9일)를 앞두고 관련 법안이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25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의결 보류됐다. OTT 사업자를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규정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안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로 정의한 추경호 의원(국민의힘)의 안을 두고 논의했지만 본회의 상정은 끝내 무산됐다.

정부는 토종 OTT 산업 진흥을 목표로 OTT 사업자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지원을 모색하려 했지만,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상황이다. 

법안처리를 호소했던 토종 OTT 업체들은 반발했다. 웨이브, 티빙, 왓챠 등이 결성한 한국OTT협의회는 "1조원대 국내 OTT 시장의 주도권을 글로벌 사업자가 선점하기 전에 산업 진흥책을 시행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 OTT 시장은 글로벌 플랫폼의 치열한 각축장이다. 넷플릭스에 이어 최근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 등 국외 대기업이 진출했다. 여기에 드라마 '왕좌의 게임' 영화 '해리포터' 등으로 유명한 HBO맥스도 한국 상륙을 앞두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구독자를 확보한 글로벌 사업자와 직접 경쟁을 펼쳐야 하는 토종 OTT 기업으로선 뚜렷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OTT 업체 관계자는 "한국 OTT 시장의 균형 발전을 위해 관련 법 통과가 시급하다"면서 "OTT 사업자의 법적지위 획득이 물거품이 돼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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