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자릿수 성장에 수익률 30%안팎”…제약·바이오, CMO에 꽂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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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자릿수 성장에 수익률 30%안팎”…제약·바이오, CMO에 꽂힌 이유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10.08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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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CMO 사업으로 성장세 뚜렷
제약·바이오업체 설비 구축·M&A 잇달아
2025년 CMO 글로벌 시장 30조 달해
다른 제약사 의약품을 대신 생산해주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산업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최근 몇년간 제약바이오 시장의 중심축이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옮겨간 데 이어 CMO 산업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기(轉機)를 맞았다. 

전통 제약기업·대기업도 뛰어들어

CMO는 일종의 장치 산업이다. 배양기가 갖춰진 대규모 생산설비와 매번 같은 품질의 의약품을 생산해낼 수 있는 기술력, 전세계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제조 능력이 필요하다. 반도체 제조를 통해 공정 관리에 탁월한 노하우를 지닌 삼성과 SK가 CMO 사업에서 빛을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를 계기로 높은 성장을 보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1648억 원과 2928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4%, 216% 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다국적 제약회사 로슈와 4억385만 달러(약 4444억 원)CMO 계약 건을 체결하기도 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 대비 63.34%를 차지한다. 오는 2031년까지 수주한 항체의약품 규모가 최소 69억5900만 달러(8조 2248억 원)에 달한다. 대부분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을 이끌고 있는 유수의 제약바이오 기업과의 계약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건은 앞으로도 밀려들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의약품 공장 추가 건설과 가동에 따른 생산능력 향상과 함께 신뢰가 축적되면서 CMO 수주 물량도 급증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현재 오는 2023년 전체 가동을 목표로 4공장 건설을 진행 중이며, 중장기적으로 5·6공장도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4배 정도 증가한 800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CMO 사업의 가치가 크게 치솟은 덕분이다. 이미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은 2573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 매출인 2256억 원보다 크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377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199억 원으로 가뿐히 흑자전환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 CMO·CDMO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당초 올 연말까지였던 감염병대응혁신연합(CEPI)와의 코로나19 백신 생산시설 사용 계약 기간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기도 했다. 

자금력이 탄탄한 국내 전통 제약사들도 올 초부터 본격적인 CMO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5월 제넥신과의 계약으로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 GX-19N의 CMO를 생산한다. 이미 올 초 유전자 백신 위탁 생산 사업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동아쏘시오그룹 에스티팜도 유전자 백신 핵심 기술을 확보해 코로나 백신 CMO 수주에 나서고 있다. 차병원 계열의 차바이오텍은 세포 유전자 치료제 CMO 사업을 위한 허가를 취득하고 500억원을 들여 연말까지 미국에 생산 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대웅제약도 용인 바이오센터 일부를 활용해 CMO에 진출하겠다고 밝혔고, GC녹십자도 CMO 업체 바이넥스와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녹십자 측은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 자회사 얀센과 코로나19 백신 CMO 논의 중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CMO 사업 현황. 자료=각 사

높은 성장성…“2025년에는 30조 원”

그런가하면 바이오기업들도 CMO 시장 진출을 위해 기업 인수 및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지놈앤컴퍼니는 최근 미국 새너제이에 본사를 둔 마이크로바이옴 CMO 리스트랩을 312억원에 인수했다. 

바이오의약품 개발 기업 진원생명과학은 현재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기존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유전자치료제의 핵심 원료인 플라스미드DNA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다. 최근 외관 공사가 마무리됐으며, 내년 4월부터 가동이 가능하다

헬릭스미스도 세포·유전자 치료제 CMO를 신사업으로 낙점했다. 지난달 서울 마곡에 CMO 설비 구축을 마무리 지었다. 그간 세포·유전자 혁신 신약만 개발하던 데서 CMO로 사업 영역을 넓힌 것이다. 엔지켐생명과학도 내년까지 1억 도스 규모의 mRNA 백신 공장을 충북 오송에 지을 예정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CMO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성장성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및 컨설팅 기관 프로스트&설리번(Frost&Sullivan)에 따르면, 글로벌 CMO 시장은 2019년 119억 달러(약 14조 원)를 기록했으며 연평균 13.7% 성장해 2025년에는 253억 달러(약 30조 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수익성도 높다. 통상 바이오의약품 CMO의 수익률은 20~40%에 달한다. 특히 대량 생산중인 코로나백신의 경우 CMO 수익률이 50%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CMO 생산 설비와 기술력을 모두 갖추고 있어도 높은 수율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은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모더나도 그렇듯, 이미 글로벌적으로도 제약기업이 거금을 쏟아 부어 자체 생산시설을 만들기보단 CMO 기업에 외주를 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면서도 “한번 수주를 맡기게 되면 생산처를 바꾸는 일이 없어 벤처들이 끼어들 틈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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