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대출 한도 축소 2금융권까지 번져…대출 절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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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대출 한도 축소 2금융권까지 번져…대출 절벽 우려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09.15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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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 신용대출 한도 연봉 수준으로 제한
카드대출 이용액·보험회사 대출 일제히 증가세
"금리인상 동반되지 않은 가계대출 규제는 한계 존재"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대출 한도 축소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대출 한도 축소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서 카드·보험 등 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우대금리를 축소하고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자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다.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우리WON하는 직장인대출'과 '우리주거래 직장인대출'을 비롯한 8개 주요 신용대출 상품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했다. 이는 신규, 증액에만 적용되고 만기 도래하는 대출의 기한 연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앞서 신한은행도 지난 10일부터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의 100% 이내로 조정했다. 한도 축소는 주요 신용대출 상품인 엘리트론, 쏠편한직장인신용대출, 전문직우대론 등의 신규 거래, 증액, 대환, 재약정 등에 적용된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역시 지난달부터 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축소한 바 있다.

KB국민, 16일부터 개인신용대출 한도 조정

KB국민은행의 경우 오는 16일부터 개인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한다. 이는 신규만 해당되며 기한 연장은 제외된다. 또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의 금리를 각각 0.15%포인트 인상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운용기준도 강화한다. 주택담보대출은 100~120% 이내였던 DSR을 70% 이내로 제한한다.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100% 이내에서 70% 이내로 축소한다. 다만 신규 계약을 위한 대출은 DSR 100%를 유지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대출 규제의 영향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산돼 가계대출 적정 성장 관리를 위해 상품 우대금리 조정과 함께 일부 대출의 DSR 운영 기준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지난 8일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수준으로 낮췄다. 이와 함께 신용대출 최대한도를 7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마이너스통장의 최대 한도를 5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줄였다.

또다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 역시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금융권 풍선효과 나타나…카드론·보험사 대출 늘어

시중은행의 대출 한도 축소에 대한 풍선효과가 보험과 카드업권 등 2금융권으로도 번지는 추세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특히 늘어난 것은 카드론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중 카드대출 이용액은 56조10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8%(3조1000억원) 증가했다.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 이용액은 1.8%로 소폭 감소한 반면 장기카드대출인 카드론 이용액이 28조9000억원으로 13.8% 증가했다. 

금감원은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카드대출이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향후 금리상승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보험사의 대출도 늘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보험회사 대출채권 잔액은 260조3000억원으로 전분기 말 대비 5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 중 가계대출은 전분기 말보다 1조7000억원 증가한 126조6000억원, 기업대출은 3조4000억원 증가한 133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보험사 자체적으로도 대출을 관리하는 추세다. 삼성생명은 차주별 DSR을 2금융권 규제 한도인 60%로 관리하되, DSR이 40%를 초과하는 대출은 일정 비중 이하로 운영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외에도 삼성생명은 대출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개인신용이나 담보물건 등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식으로 대출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의 6월 말 기준 가계대출 채권은 39조601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6625억원(4.4%) 증가했다. 

아예 대출 중단 결정까지 내린 보험사도 있다. DB손해보험은 지난 1일부터 신용대출 신규 영업을 중단했다. 올해 말까지 모든 채널에서 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을 방침이다. KB손해보험도 같은 날부터 주식매입자금 대출을 중단했다. 

추석 이후 대출 절벽 나타날 가능성 높아

금융권에서는 추석 이후로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추석 연휴 이후 가계대출 추가 관리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맞춰야 하는 금융권으로서는 연말로 갈수록 대출 심사와 승인이 깐깐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규제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평가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출 규제 강화는 가계 부채 증가 속도를 일정 부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며 "이런 추세로 계속 규제가 강화된다면 가계 부채 증가 속도는 지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금리 수준이 여전히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대출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강하다고 봐야 한다"며 "따라서 대출규제 강화라는 수단을 통해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억제하는 데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근본적으로 금리 인상이라는 카드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상승 속도를 억제하는 데 있어서 규제 강화가 효과는 있지만 어느 정도 한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4대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증가율이 상반기보다 하반기 들어서 더 가팔라지고 있다"며 "타 은행이 대출을 중단한 이후부터 실제로 대출 문의도 늘어나고 있고 취급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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