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자본인 시대'...은행권, 빅테크와 동맹확대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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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자본인 시대'...은행권, 빅테크와 동맹확대 속내는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07.28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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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네이버파이낸셜과 스마트스토어 대출 출시
비대면 거래 비중 높아지면서 플랫폼을 통한 접근성 확대 노려
금융사 메인 비즈니스 되기보다는 일시적 협력 가능성 높아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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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은행권이 자체 보유한 풍부한 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빅테크 플랫폼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은행권이 가진 은행업 라이선스와 빅테크가 가진 플랫폼 장악력을 바탕으로 제휴상품을 출시해 시너지를 낸다는 전략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과 함께 출시한 '우리은행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대출'은 출시 일주일 만에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 상품은 네이버의 온라인 판매채널인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사업기간 6개월 이상 개인사업자 전용 대출이다.

네이버 앱에서 대출한도와 금리를 확인하고 대출을 신청하면 승인 후 '우리WON뱅킹 기업'에서 계좌개설을 포함한 대출 약정이 가능하다. 

한도는 최대 4000만원이며 대출금리 우대는 0.8%포인트까지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업금융 강자인 우리은행의 상품개발 노하우와 국내 최대 빅테크사인 네이버의 판매 채널을 결합해 이번 상품을 출시했다"고 말했다. 

라인뱅크·빅데이터·대출광고 등 협업 강화

다른 은행권도 빅테크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달 모바일 플랫폼 라인과 공동으로 인도네시아에 '라인뱅크 by 하나은행'을 출범했다. 국내 은행 중 빅테크와 협업해 해외 시장에 진출한 것은 하나은행이 처음이다.

라인뱅크는 비대면 계좌 개설, 수수료 면제, 라인 메신저 연동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으로는 비대면 대출과 QR코드를 통한 결제 등의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빅테크와의 첫 해외 진출인 만큼 라인뱅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며 "비대면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경우에도 은행 내 각종 문서를 자동으로 판독하고 데이터를 추출하는 네이버의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신한은행은 네이버부동산에 전세자금대출 배너 광고도 진행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은행 입장에서는 빅테크를 통해 판매 채널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비대면 채널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플랫폼을 통해 금융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은행권 비대면 거래 급증…"플랫폼과의 제휴 불가피"

이러한 '적과의 동침'이 이뤄지는 이유는 금융권에서 비대면 거래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다. 

금융사로서는 소비자 접점을 넓히기 위해 은행보다 접근성이 높은 빅테크의 플랫폼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자료=우리금융그룹
자료=우리금융그룹
자료=하나금융그룹
자료=하나금융그룹

우리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비대면 상품에 가입한 이용자 수는 167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8%가량 증가했다. 

신용대출 중 비대면이 차지하는 비율도 55.9%에서 67.3%로 크게 늘었다. 이뿐만 아니라 적립식예금과 펀드 중 비대면 비중도 각각 89.2%, 83.8%로 증가했다. 

하나은행도 마찬가지다. 하나은행 앱인 '하나원큐'의 2분기 누적 가입자 수는 1238만8000명으로 3년 전인 2018년 1분기에 비해 약 1.48배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 비중은 88.3%, 예금 적금 비중은 67.7%에 이른다. 펀드의 경우 92.5%의 거래가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영업에서 비대면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오프라인 영업점 창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다른 플랫폼과의 제휴는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행 거래가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협력은 은행으로서도 나쁘지 않다"며 "빅테크·핀테크를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플랫폼을 통해 은행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금융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협업 길어봐야 4~5년 지속…장기적으로는 경쟁관계 될 것"

한편 이러한 은행권과 빅테크의 협업이 금융권의 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은행권도 자체 플랫폼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소규모 제휴는 이뤄질 수 있지만 제휴 자체가 은행의 핵심 비즈니스로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빅테크와의 협업은 궁극적으로 아마존 모델을 따라가게 될 것"이라며 "현재 아마존에 모든 공급자가 상품을 올려놓고 아마존은 플랫폼 역할만 하는 것처럼 금융상품도 그렇게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사와 빅테크 양쪽 중 한 쪽이 시장을 장악하기 전까지는 이러한 협력이 계속되리라는 전망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봤을때 금융권과 빅테크가 경쟁관계인 것은 분명하고 결국에는 어느 한 쪽이 이기면서 금융산업의 주도권을 차지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지금은 양쪽 다 일시적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현재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추세"라며 "대표적으로 애플이 골드만삭스와 협력해 애플카드를 출시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협력을 통해 금융권은 핀테크와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플랫폼 운영에 관한 노하우를 전달받을 수 있다.

반대로 빅테크는 금융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데 있어서 금융사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기존 금융회사와의 현실적인 경쟁에 대한 부담이 존재하는 데다가 금융에 대한 노하우를 충분히 쌓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황 연구위원은 "금융사들은 빅테크가 가진 플랫폼 서비스 제공방식에 자신들의 제품을 탑재하고 싶은 욕구가 있고 빅테크는 이러한 서비스가 어떻게 제공되는지 배우고 싶은 욕구가 있어 양자간 수요가 맞아떨어져 당분간은 경쟁보다는 협업이 활발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협업관계가 장기간 진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고 빅테크가 금융사를 완전히 잠식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며 "앞으로 2~3년에서 4~5년 정도는 협업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고 보지만 결국은 양자간 본격적 경쟁관계로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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