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NOW] 서플라이 체인 붕괴, 미국 경제회복 걸림돌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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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NOW] 서플라이 체인 붕괴, 미국 경제회복 걸림돌되나
  • 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 승인 2021.07.25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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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상품 공급 안돼 업주들 '한숨'
뷰티서플라이 등 산업 전반 '고난의 행군'
 
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오피니언뉴스=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미국 경제가 새로운 난관에 부딪쳤다. 백신 덕분에 코로나 19 팬데믹에서 벗어나 정상으로 회복되나 싶더니,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공급망)’ 붕괴가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미국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공급물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두 업종이 아니라 전 산업 분야에 걸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관련 용역과 서비스 가격은 물론, 각종 소비자 물가가 무서운 기세로 오르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억눌렸던 각종 심리적, 행정적 규제들이 풀리면서 팬데믹 이전의 정상적인 생활을 기대하고 있던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또 다른 장벽이 되고 있다. 

공급물자 부족으로 인한 서플라이 체인에 문제가 생기면서 자동차 수리업체를 비롯, 리쿼스토어, 뷰티서플라이, 식당 등 거의 모든 업종에 걸쳐 이른바 ‘소비자는 몰려드는데 물건이 없어서 못파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애틀랜타에서 세탁용품, 식당용품 등을 공급하는 종합 서플라이업체인 N사는 “선박 운임료가 코로나 19 팬데믹 이전보다 무려 5배이상 올랐다”며 “그나마 운송할 선박을 구하지 못해 필요한 물건을 제때 수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제품도 마찬가지다. 실례로 세탁세제의 경우 원료는 물론, 용기인 알루미늄 캔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소비가 살아나고 있지만, 산업계는 물론 유통업계까지 공급부족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텅빈 대형유통매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미국 소비가 살아나고 있지만, 산업계는 물론 유통업계까지 공급부족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텅빈 대형유통매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가격 오른 제품도 제때 구입 못해 발만 동동

자동차 수리업체도 필요한 부품들을 구할 수 없어 차를 수리하지 못해 한숨을 쉬고 있다. 조지아 노크로스에서 자동차 수리 사업장을 운영하는 케빈 켈러씨는 “부품 가격 폭등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그나마 오른 부품들도 제때에 구할 수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아주 소재한 한 건설업체는 “이전엔 전기선을 주문하면 6주면 왔는데, 요즘에는 17주는 걸리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기다림에 지친 고객들은 맡겼던 일감들을 그냥 취소해달라는 요청도 비일비재해 사업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뷰티서플라이 업체나 리쿼스토어들도 상품 확보를 위해 불철주야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발만 동동 굴리고 있는 실정이다. 

식당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 전문 한 레스토랑은 공급업체에서 현재 기본 양념에 들어가는 몇 가지 필수 식재료들이 재고가 없다고 해 무작정 기다리고 있다. 

대체재를 쓰기도 하지만 일부 민감한 손님들은 맛이 변했다고 지적한다. 식재료 값도 폭등했다. 칼라마리는 이전보다 가격이 3배나 올랐다. 

하는 수 없이 음식 가격을 이전보다 조금씩 올리고는 있지만 오른 식재료대로 가격을 올릴 수도 없어 식당 업주들은 고민하고 있다. 

원자재 부족은 가뜩이나 최근 인력난을 겪고 있는 기업주 입장에서는 생산단가가 높아지는 요인이다. 이는 또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아닌 게 아니라 미국 소비자 물가 지수는 지난 6월 1년전보다 5.4% 치솟았다. 이는 지난 13년만에 가장 높은 상승세이다. 체감지수는 이보다 훨씬 높다. 

특히 중고차 가격은 올 5월보다 무려 10.5%나 올랐다. 경제학자들도 최근 가파른 물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제롬 파웰 연방준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 연방의회에서 “가격 상승세는 일시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서플라이 체인 이상 현상이 언제까지 계속될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업계, 내년 초 지나야 숨통 트일 전망

이와 관련, 산업현장에서는 내년 초는 지나야 숨통이 트이지 않겠느냐고 우려하고 있다. 

곧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과 크리스마스 연휴가 다가오는 데다, 내년 초가 되면 중국의 가장 큰 명절인 춘절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공급 부족 현상의 주범은 코로나19팬데믹의 후유증이다. 갑작스럽게 경제가 얼어붙으면서 서플라이 체인들이 제조 공급 라인을 줄였기 때문이다. 줄어든 수요에 맞춰 돌아가다가, 수요가 갑자기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일상용품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 경제구조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운영되어온 서플라이 체인의 비효율적인 방식이라는 지적도 있다. 

조지아텍 파이나 케스키노칵 교수는 “지난 수십년 동안 서플라이 체인은 재고를 최대한 적게 유지하는 가격 절감 차원에서 가동되어 왔다”고 강조했다. 서플라이 체인은 상황이 변한다고 즉각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 권영일 객원기자(미국 애틀랜타)는 한국외국어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했다. 1985년 언론계에 발을 내딛은 후, 내외경제신문(현 헤럴드경제신문)에서 산업부, 국제부, 정경부, 정보과학부, 사회부 기자를 거쳐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와 현재 애틀랜타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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