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의 미래] ③금융권, CBDC 유통 플랫폼 경쟁 돌입…익명성 보장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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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DC의 미래] ③금융권, CBDC 유통 플랫폼 경쟁 돌입…익명성 보장은 숙제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06.03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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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
네이버·카카오도 컨소시엄 갖추고 준비
"CBDC 익명성 보장 안돼 프라이버시 문제 발생… 효용 큰지 따져봐야"
사진=pixabay
IT기술의 발달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의 확산으로 CBDC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CBDC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약칭으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다. 기존의 실물 화폐와 달리 가치가 전자적으로 저장되며 이용자 간 자금이체 기능으로 지급결제가 이뤄진다. 다만 이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CBDC의 국내외 현황과 도입에 따른 영향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앞두고 모의실험을 추진하는 가운데 시중은행을 비롯한 다수 기업들이 이에 대비한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말 CBDC 모의실험 연구용역 사업자 선정 제안요청서를 공개했다. 사업 기간은 8월부터 10개월이며 예산은 49억6000만원 가량이다. 

앞서 한은은 지금까지 CBDC 기반 업무(설계와 요건 정의, 구현기술 검토)와 CBDC 업무 프로세스 분석과 외부 컨설팅 사업을 완료했다. 

시중은행 속속 CBDC 사업 준비에 나서

먼저 발빠르게 나선 것은 은행권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3월 LG CNS와 업무협약을 맺고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 플랫폼을 시범 구축했다. 

모의실험에서 CBDC 발행과 환수 업무는 한국은행이 담당하고 유통 업무는 민간기관이 담당하는 협업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디지털화폐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다. 

이외에도 신한은행은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시장진출을 위해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전략적 지분투자를 시행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한국은행 CBDC를 포함한 다양한 디지털 자산을 수용할 수 있는 멀티에셋 전자지갑 파일럿을 추진 중이다. 

국민은행 역시 지난해 11월 블록체인 기업 해치랩스 등과 손을 잡고 가상자산 관리 기업인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세웠다. 

우리은행은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달 중으로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공개하고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블록체인 플랫폼에 분산신원인증(DID) 기반 모바일 대출자격 서비스를 구현하고, 대체불가능한토큰(NFT)와 증권형토큰공개(STO) 등의 기능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포스텍 크립토블록체인연구센터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축해 CBDC 기술 검증을 진행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시범사업자 선정까지 한다는 것은 결국 CBDC가 대세가 된다는 의미"라며 "지난해부터 이야기가 나왔고 미국도 CBDC를 개발한다고 하니 한은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CBDC가 대세가 되다 보니 은행권도 준비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이버·카카오도 컨소시엄 갖춰 가세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도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계열사인 네이버파이낸셜과 라인플러스 등과 함께 한은 CBDC 입찰에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언체인 등 다양한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카카오 역시 자회사인 그라운드X를 통해 입찰에 참여한다. 그라운드X는 카카오페이, 컨센시스 등의 기업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컨센시스는 해외에서 CBDC를 구축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며 "다양한 경험을 가진 파트너와 함께하고 있으며 금융사와도 손을 잡고 시범사업에 입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라이버시 문제는 남은 숙제…한은, 익명성 연구 착수

다만 한은이 진행하는 CBDC 프로젝트에서는 향후 프라이버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중앙은행이 모든 거래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사람들이 CBDC를 사용하는 것을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 교수는 "화폐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익명성"이라며 "사람들은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노출하고 싶지 않을 때 카드나 수표가 아닌 현찰을 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CBDC 프로젝트 제안서를 보면 요구조건에 익명성이 빠져 있는데 이는 정부가 모든 사람들의 소비와 지출내역을 다 볼 수 있다는 것"이라며 "만약 디지털 법정화폐가 만들어지는데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일반 국민들의 화폐 흐름을 정부가 볼 수 있고 이는 빅 브라더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은은 내년 1월 말까지 익명성에 관한 연구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은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은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의 익명성에 대한 실험 연구'를 진행한다. 김영식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최승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한은 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연구를 맡는다.

경제연구원은 연구를 통해 CBDC 사용자들이 개인정보를 얼마나 보호받고 싶어하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약 2000명에서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실험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은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사람들이 프라이버시나 익명성에 대해 얼마나 가치를 느끼는지 설문을 통해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성에 관한 이러한 논의는 CBDC와 함께 계속해서 진행될 전망이다. 홍기훈 경영학과 교수는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것이니만큼 익명으로 쓰게 할 수는 없다"며 "프라이버시 문제는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감안하고 CBDC를 시행하는 것이 얼마나 이득이 될 것인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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