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형 “도요타 창업자 지분은 1%에 불과”
상태바
주진형 “도요타 창업자 지분은 1%에 불과”
  • 김송현 기자
  • 승인 2017.01.16 17: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 한화증권 대표, 페이스북)

 

▲ /주진형 전 사장 페이스북 사진

오늘 아침 일찍 MBC 라디오의 <시선집중>측에서 인터뷰를 했다. 그들은 특검이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지를 갖고 이목이 집중된 시점이니 이를 다루자고 했다.

우선 그들은 이재용의 뇌물죄 혐의와 대가성이 충분한지에 대해 물었다.

나는 이번 사건에는 두가지가 섞여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삼성에게 최순실 딸인 정유라와 최순실 조카인 장시호에게 돈을 대라고 요구했고 삼성이 이 요구대로 돈을 준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정부에서 삼성물산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하라고 개입한 것이다.

첫번째 것은 이미 증거가 충분히 많다. 문제는 두번째 사안이다. 청와대가, 즉 박근혜 대통령과 안종범 수석이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에게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라고 한 것은 증거와 자백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삼성의 요청에 의한 것인가를 명백히 밝히는 증거를 특검이 갖고 있는지는 현재로서 불확실하다.

한겨레 등 일부 언론 보도에 의하면 안종범은 삼성물산 합병이 발표되던 5월 이전인 4월에 이미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도록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그 때만 해도 삼성과 청와대가 국민연금까지 동원할 생각까지 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청와대가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그렇게까지 나선 것은 삼성과 내통해서 한 것이라고 의심한다. 그러나 삼성이 청와대에게 그런 요청을 했는지, 했다면 언제 누가 어떻게 했는지를 밝히기는 어렵다. 청와대 인사들은 자기들이 개입을 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우리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서 한 것이라고 하고, 삼성은 우리는 그런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잠시 한발자국 뒤로 물러나서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1930년대 미국 시카고의 유명한 갱 두목인 알 카포네를 감옥에 넣었을 때 그의 죄목은 소득세 포탈이었다. 밀주를 만들어 팔고 수많은 살인을 저질렀지만 그것에 카포네가 개입했다는 증거는 찾을 수가 없었다.

이와 같이 범죄집단의 생리상 조직 보스의 연관성을 밝히기는 관련자가 직접 고백하지 않는 한 명백하게 밝히기가 어렵다. 우리나라의 재벌도 마찬가지다. 누차 얘기했듯이 이들이 일하는 방식은 조직범죄 집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과 청와대는 각각 이와 관련된 증거를 남기지도 않았을 것이고, 있었다 하더라도 지금쯤이면 이미 확실하게 없앴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것에 관한 수사는 특검처럼 시한을 정하고 하는 것이 무리다. 아래 사람부터 차근차근 기소를 해서 재판을 하는 과정에서 심경의 변화가 일어나 자신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자백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이재용을 이번에 구속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그를 기소해서 유죄판결을 받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두번째 질문은 이재용과 그 일당이 자기들은 뇌물을 준 게 아니라 권력의 힘에 눌려서 돈을 뜯겼다고 하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최순실 모녀 지원은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한 의견이었다.

물론 그들은 그렇게 주장할 것이다. 그런데 수백억 주어서 수천억 이익이 난다면 누구라도 그런 돈은 언제라도 뜯기고 싶어할 것이다. 그리고 뇌물에는 선수금만 있는 것이 아니다. 후불제도 있을 수 있다.

보도에 의하면 SK에게도 비슷한 요구를 했지만 SK는 검토 후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거절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다른 재벌들을 놔두고 굳이 삼성을 찍어 정유라 지원에 쓸 돈을 요구했고, 삼성은 조사하면 금방 드러날 짓인데도 그 요구에 응했다.

추측에 불과하지만 특검이 당초 어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밝히겠다고 했다가 오늘로 미룬 이유는 정유라와 장시호에게 돈을 지급한 것만을 갖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즉 삼성합병에 찬성하도록 삼성이 청와대에 요청했다는 증거가 구속영장을 확실하게 받아낼 정도로 확실하지는 않을 수 있다. 그것을 구속영장에 포함시킬지는 오늘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질문은 그들은 재계 일각에서 가뜩이나 한국경제가 어렵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 등으로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증거인멸이나 도주 위험이 없는 총수를 구속해야 하느냐라는 주장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이것을 오래된 레코드에 불과하다고 했다. 경제가 어려운 것과 뇌물 제공자를 잡아 들이는 것은 아무 상관이 없다.

첫째, 이재용은 뇌물죄를 부정하고 있다. 도주는 안 하겠지만 증거 인멸의 위험이 있다. 둘째, 그런 주장은 재벌이나 재벌과 결탁된 사람들이 늘상 하던 얘기다. 다른 재벌 그룹과 마찬가지로 삼성그룹도 소위 총수란 사람들이 없으면 더 잘될 기업들이다. SK나 CJ나 모두 총수가 감옥에 있어도 회사는 잘 굴러갔다. 그리고 그게 당연하다. 아버지 덕분에 자리에 오른 사람이 없으면 그 기업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주장을 믿을 사람은 없다.

 

넷째 질문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삼성그룹이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하느냐라는 것이었다.

이번 사태로 삼성그룹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번 사태가 일어나게 된 이유가 하나도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영권과 지분을 세습하고 싶은 전근대적인 욕구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을 포기할 때만 변화 가능성이 있다. 굳이 변한다면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지배주주는 이사회 일원으로 경영자 감시를 하는 역할만 하면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토요타는 창업자 가족의 지분이 1%도 안된다. 지난 50년간 전문 경영인이 사장으로 지휘한 시간이 더 많다. 토요타 가문 출신으로 사장이 될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 검증을 거쳐 나타나면 그가 잠시 사장을 하다가 다시 전문경영인에게 넘긴다. 토요타만이 아니다. 다른 일본 대기업들도 창업주 자식이 경영을 하는 곳은 없다. 한국이라고 해서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