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압박에 몸살앓는 글로벌 석유공룡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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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압박에 몸살앓는 글로벌 석유공룡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4.26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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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이후 높아지는 친환경 압박...석유기업들 부담 커져
행동주의 헤지펀드 "엑슨모빌은 가치파괴 기업" 강도높게 비판
뉴욕시는 BP·엑슨모빌·쉘 등에 소송 제기
글로벌 석유기업 엑슨모빌이 높아져가는 친환경 압박에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석유기업 엑슨모빌이 높아져가는 친환경 압박에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글로벌 석유 공룡 엑슨모빌이 조 바이든 행정부 취임 이후 가중되는 친환경 압박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1000억달러 규모의 탄소저장 프로젝트까지 제시하며 친환경 요구에 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행동주의 헤지펀드까지 나서면서 엑슨모빌을 압박하고 있어 주목된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엑슨모빌, 가치 파괴 기업"

25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엔진넘버원(Engine No 1)이 작성한 80페이지 분량의 투자자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FT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엔진넘버원은 해당 자료에서 "엑슨모빌은 여전히 에너지 전환에 있어 가치를 보호할 수 있는 믿을만한 계획이 없다"며 "가치 파괴 기업"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회사가 화석연료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도 수긍하지 않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엔진넘버원은 엑슨모빌 주식을 50만달러 규모를 보유하고 있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월가에서 유명한 기술 투자자 크리스 제임스가 미국 대표 행동주의 헤지펀드 기업인 자나파트너스 임원 출신 찰리 페너와 함께 창업했다.

찰리 패너는 앞서 애플이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을 막을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애플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던 인물이다. 

엔진넘버원이 주장하는 것은 엑슨모빌의 이사회 개편이다. 엔진넘버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엑슨모빌 측에 "풍력기업 출신의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신재생 에너지 전문가 등 신규 이사 네 명을 선임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엑슨모빌이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이사회 개편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엔진넘버원의 이같은 주장에는 엑슨모빌이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나 로열더치쉘 등 경쟁기업들과는 달리 화석연료에서의 탈피를 선언하지 않았다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BP의 경우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재 석유 및 가스 발전 중심의 탄소사업 비중을 크게 줄이고 청정 에너지 사업에 대규모 투자해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변모할 것임을 밝혔다.

네덜란드의 로열더치쉘과 프랑스 토탈 등도 석유 사업 비중을 낮추고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임을 강조해왔다. 

반면 엑슨모빌은 앞으로도 석유 수요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석유 사업에 집중할 것임을 여러차례 밝혀왔다.

대런 우즈 엑슨모빌 CEO는 "앞으로 인류는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 것이며, 엑슨모빌이 생산하는 석유제품의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면서 "계속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신 엑슨모빌은 석유화학 플랜트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멕시코만 해저에 격리하는 1000억달러 규모의 민관 공동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지난 2월에도 향후 5년간 온실가스 저감 프로젝트에 3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5년까지 15~20% 감축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엔진넘버원은 이와 관련해 "엑슨모빌이 (석유화학 중심의) 성장을 추구하면서 전체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은 증가할 것"이라며 "이것이 파리기후협약 목표와도 일치한다는 엑슨모빌 측 주장은 논리적이지 못하다"고 비난했다. 

뉴욕시, BP·쉘·엑슨모빌 등 상대로 소송 제기

BP와 쉘 등이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의 변모를 선언했다고 해서 비판에서 벗어나있는 것은 아니다. 

뉴욕시는 지구의 날인 지난 22일 엑슨모빌과 BP, 로열더치쉘 등을 상대로 소비자들을 기만해 지구 온난화를 부채질했다며 소송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뉴욕시는 22일 맨해튼연방법원에 엑슨모빌, 쉘, BP와 함께 미국 석유협회(API)를 고소했다.

이들이 생산하는 화석연료 제품으로 인해 기후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뉴욕 시민들에게 이를 의도적으로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 기업이 '그린워싱' 캠페인을 벌이면서 시민들을 기만했다고도 비난했다. 

그린워싱이란 위장 환경운동을 뜻하는 말로, 친환경 제품이 아닌 것을 친환경으로 포장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것을 말한다.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석유기업들이 뉴욕에서 그린워싱 캠페인을 벌이는 등 모순적 행동으로 기후위기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시가 석유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전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18년에도 석유회사를 상대로 지구온난화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에서 이를 기각했다. 2019년에도 엑슨모빌을 상대로 소송을 했으나 패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전하며 "이번 소송에서는 허위 광고 등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코네티컷주, 미네소타주 등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제기됐으며, 이들 소송은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있다"고 설명했다. 

폴 아폰소 API 법무 담당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아무런 가치가 없는 소송"이라며 "석유 업계는 지난 20년간 미국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하는 동시에 배출량 감축을 위한 목표도 달성해왔다"고 주장했다. 

엑슨모빌 역시 "이같은 소송은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의미있는 노력을 진전시키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위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기후 정상회의를 주도하는 등 야심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2일 전세계 40개국 정상을 초청해 화상으로 기후변화 정상회의를 열고 "2030년까지 미국 온실가스 배출을 현재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석유기업들에게도 적지 않은 압박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평가다. 

릭 뉴먼 야후파이낸스 칼럼니스트는 "미국의 석유와 가스사업은 다른 선진국들보다 유리한 조세정책과 완화된 규제 덕분에 수십년간 발전을 이어왔다"며 "이제 그 신나는 축제는 끝났을지 모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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