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01세 할머니 등 '동상면' 어르신들이 만든 시집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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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01세 할머니 등 '동상면' 어르신들이 만든 시집 '동상이몽~'
  • 문주용 기자
  • 승인 2021.04.13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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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 14일 ‘동상이몽: 홍시 먹고 뱉은 말이 시가 되다' 시집 출판회 개최
박병윤 동상면장이자 시인, 6개월간 구술채록...탈진해 두 차례 병원 신세도

[오피니언뉴스=문주용 기자] 자운영꽃. 꽃이 자주빛 구름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 국내 8대 오지(奧地)인 전북 완주 동상면 수만리 귀골산 자락엔 자운영꽃이 지천으로 피었나보다. 6·25전쟁 통에도. 

세상 이보다 더 슬픈 꽃이 있을까. 101살의 할머니 시인 백성례(전북 완주군 동상면)는 '자운영꽃 눈물'이라는 시에서 자신이 전쟁 난리때 애기를 포대기에 업고 자신의 아버지 어머니 백순필 이성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찾으러 갔던 기억을 표현했다.  

"수만리 귀골산에 어머니 아버지가 돌 사이에서 뼛골이 드러난 어머니, 아버지가 밥도 못먹고 죽어가고 있었지. 

죽어가는 어머니를 우리남편이 업고, 아버지는 몸을 잡고 부축해 내려왔는데, 지나가던 군인이 주먹밥을 하나 주길래 죽은 송장처럼 축 처진 어머니 입에 한 입 넣고 아버지 입에 한 입 넣어드렸지. 

어머니는 채 삼키지도 못한 시얌물, 눈물이 죽죽 흘러 자운영꽃을 적시었지 천지에 자운영꽃이 활찍 피어 있었지.(요약)"

오지라 불릴 만큼 산세가 험한 전북 완주군 동상면 주민들이 고된 삶과 구구절절한 사연을 한 권의 아름다운 시집으로 내놓았다. 

법정 문화도시 완주군(군수 박성일)은 14일 오후 2시 동상면 학동마을에 있는 여산재에서 국내 최초의 주민 채록 시집 ‘동상이몽: 홍시 먹고 뱉은 말이 시가 되다’ 출판회를 갖고 수록 시 낭송과 시집 후일담을 발표한다. 

이 시집은 ‘호랭이 물어가네’와 ‘다시 호미를 들다’ 등 6부로 나뉘어 총 150여 편의 글을 수록하고 있다. 주민들이 함께 울고 웃으며 만들어낸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속삭임으로 담아내 울림이 더욱 크다. 

101살의 백순례 할머니는 스무살 즈음에는 일본놈들 공출때문에 고생한 얘기, 곧이어 6.25 전쟁이 나고서는 빨치산들 때문에 고생한 얘기들을 슬픈 가락으로 풀어놓았다. 

김형순 님은 습지등에 자주꽃으로 피는 여뀌꽃을 바라보며 일생을 관조하듯 읊은 시는 읽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참 곱다

붉은 사과처럼
참, 곱다

내 
젊은 청춘 

저 바닥으로
채운 삶

황혼에 그린
텃밭(전문)"

박병윤 동상면장 겸 시인
박병윤 동상면장 겸 시인

이 시집이 출간되기까지 박병윤 동상면장(52)의 힘이 컸다고 한다. 시인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 면장 취임 이후 ‘동네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 소용없으니 살아온 이야기를 채록해 놓으라’는 제안을 받고, 코로나19로 외지인 대면을 꺼리는 분위기를 감안해 직접 나섰다.  

면장 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시간을 내 발품을 팔며 어르신들을 찾아가 듣고 받아적고 녹음하기를 숱하게 하다탈진해 두 차례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결국 6개월 만에 원고가 만들어졌고 전국 최초의 구술채록 시집이 탄생했다.

박 면장은 “가슴 속 깊이 맺힌 어르신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직접 담고 싶었다”며 “시집의 주인공은 바로 완주군 동상면 주민 모두”라고 환하게 웃었다.

시집 '동상이몽'에 참여했던 동상면 주민들.
시집 '동상이몽'에 참여했던 동상면 주민들.

박성일 완주군수는 서평에서 “시를 읽는 동안 내내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 세대에 겪어야 했던 아픔들이 글에 송곳처럼 가슴을 찌르는 것 같아 울먹였다”며 “이제 동상면은 시인의 마을이 됐고, 주민 모두가 살아온 삶이 시꽃으로 피어나 그 꽃향기가 오래도록 퍼쳐 나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수필가 국중하는 “동상면 주민들의 장엄한 대자연의 풍광 속에서 자연과 인간의 삶을 축으로 해 은밀하게 교감한 세계를 보여 준다”며 “‘문화도시 완주군의 저력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윤흥길 소설가(제10회 박경리문학상 수상, 대한민국예술원회원)는 ‘깊은 산골 작은 고장 동상면에 왜배기 대짜 물건이 돌출했다’며 ‘친숙한 농경 언어와 토착 정서의 때때옷을 입혀놓은 시편 하나하나가 사뭇 감동적인 독후감을 안겨준다’며 발문 서평을 했다. 

완주군은 이 시집을 동상면의 ‘동상이몽(東上二夢) 시인의 마을공동체 육성 프로그램 교육과 홍보 자료’로 활용되는 등 ‘법정 문화도시 완주군’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활용할 예정이다. 현재 비매품인 이 시집은 조만간 전국 서점에서 판매된다.

완주군은 또 이 시집에서 그려진 다양한 이야기를 소재로 동상면에 고종시 마실길에 ‘주민 시 감상길’과 100세 어르신 등 5가정에는 ‘시인의 집’ 이야기가 있는 시골테마 사업, 여산재를 중심으로 한 ‘시인의 마을 아카데미’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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