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바이든 친환경 정책에 의문 제기...텍사스 한파의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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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 바이든 친환경 정책에 의문 제기...텍사스 한파의 '나비효과'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2.18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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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화석연료 지지자 "재생에너지 혹한 속 제 역할 못해" 비난
미 언론 "기후변화 준비 안된 현실...바이든 청정에너지 정책에 경종"
미국 에너지 중심지인 텍사스를 덮친 한파로 인해 유가가 치솟고 백신접종이 연기되는 등 각종 혼란이 야기되자, 조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 또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에너지 중심지인 텍사스를 덮친 한파로 인해 유가가 치솟고 백신접종이 연기되는 등 각종 혼란이 야기되자, 조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 또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의 에너지 중심지인 텍사스가 얼어붙었다.

겨울철에도 영상 5도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드문 따뜻한 남부지역에 불어닥친 갑작스런 한파는 이 지역을 순식간에 혼란에 빠뜨렸다.

풍력 터빈은 얼어붙어 꼼짝하지 않고 있고,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파이프라인도 꽁꽁 얼어버렸다.

추운 날씨에 전력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자 발전소들은 가동을 멈췄고, 수백만명이 어둠 속에서 떨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AP통신은 최소 2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인해, 바이든 행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상 기후가 역설적으로 당장 화석 에너지의 필요성을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텍사스발 한파에 휘발유 치솟고 반도체 공장도 멈춰

텍사스에 불어닥친 한파는 여러가지 혼란을 야기했다. 텍사스의 원유 공급이 타격을 받자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13개월래 최고 수준인 배럴당 61달러를 넘어섰고, 휘발유 가격은 폭등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주요 지역의 휘발유 가격은 지난 주말 이후 수요일까지 약 15% 이상 급등했으며, 공급 차질이 발생한 텍사스 지역의 휘발유 가격은 더욱 극단적으로 치솟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역시 차질이 발생했다. 도로가 얼어버리자 백신 배포는 그대로 멈췄고, 코로나19 검사도 중단됐다. 

텍사스주에 위치한 반도체 생산 공장들도 가동을 멈췄다.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전자의 공장과, 네덜란드 반도체 회사인 NXP의 공장, 독일 자동차 반도체 공급업체인 인피니온 테크놀로지 등 많은 공장들이 그대로 멈춰섰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부족 현상이 우려되자 생산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IHS마킷은 세계 자동차 업계가 2021년 1분기 동안 당초 계획보다 70만대 적은 자동차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같은 혼란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개인과 기업이 원격근무를 확대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에 발생했다"며 "이로 인해 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부족 상황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美 청정에너지 정책 의구심 확대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미국 에너지 산업의 메카가 얼어붙자 미국 에너지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확대된 것이다.

NBC뉴스는 "텍사스를 위기에 빠뜨린 파괴적인 겨울 폭풍은 기후변화에 준비되지 않은 에너지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재생에너지로 옮겨가려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경고의 신호를 제공한다"고 언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핵심 과제로 삼으며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2035년까지 친환경 에너지로 100% 전환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겠다고 다짐했으며, 미국 연방이 소유한 토지와 수역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시추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텍사스가 얼어붙으면서 풍력 및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자 기존의 화석연료를 지지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공화당 소속의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폭스뉴스에 출연해 "화석연료가 텍사스 뿐 아니라 다른 주에서도 겨울에 집을 따뜻하게 하고, 여름에 집을 시원하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번 사태는 (바이든 대통령의) 그린뉴딜 정책이 미국에 얼마나 치명적일지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이지만 기후변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던 마이크 톰슨 하원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풍력 터빈이 얼어붙었고, 태양열은 혹한 속에서 쓸모가 없었다"며 "이것이 재생에너지 확대가 위험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석탄에 대해 '우리의 구세주'라고 표현하며 "국가는 화석 연료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은 지난 8일 오전 12시부터 16일 사이에 풍력 발전은 93% 급감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석탄과 가스를 통한 전력 생산은 각각 47%, 450% 증가했다고 밝혔다.  

WSJ은 "가스와 석탄 발전소가 혹한 속에서 풍력터빈보다 훨씬 더 잘 버텨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언론은 칼럼을 통해 "여기서의 정책적 요점은 재생에너지 산업을 여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이라며 "풍력과 태양광에 의존하는 전력은 수요 급증시 다른 전력의 보조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를 지지하는 이들은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풍력터빈이 언 것이 아니라 천연가스 공급 파이프라인이 얼어붙은 탓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천연가스의 공급관이 얼어붙으면서 화력발전이 제대로 가동을 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텍사스는 천연가스를 비축해두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즉시 공급하는 저스트 인 타임(JIT) 체제를 갖추고 있는데, 주요 화력발전소로 향하는 천연가스가 공급되지 못하면서 화력발전소가 멈췄고, 이어 텍사스 소재 원자력 발전소 한 곳도 가동을 중단했던 것이 보다 직접적인 '혼란'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그린뉴딜 정책의 설계자 중 한 명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애벗 주지사는 주 에너지 공급에 관한 책을 읽을 필요가 있겠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뉴욕타임스(NYT)는 "풍력에너지는 오랫동안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며 "화석연료 산업으로부터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비난이 향하던 풍력에너지는 이번 텍사스 위기로 인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새로운 계기가 됐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저장장치 개발 필요성 높아져"

일부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의 청정에너지 정책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를 저장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NBC뉴스는 "텍사스에서는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할 때 전력을 생산하지 못했다"며 "신기술에 의존하는 거대한 배터리와 같은 에너지 저장장치 개발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풍력 에너지의 경우 날씨에 의해 크게 좌우되고, 24시간 전기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 바이든 대통령 역시 에너지 저장장치 분야에 대한 투자를 에너지 정책의 한 요소로 포함시켰는데, 이를 최우선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젠 사키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는 텍사스 전역의 수백만명에게 필요한 구호품을 전달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이상기후에 대응하는 계획을 세워야겠지만, 이것에 대한 논의는 향후에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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