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애플' 비중 줄이고 '버라이즌·셰브런'에 비밀 투자
상태바
워런 버핏, '애플' 비중 줄이고 '버라이즌·셰브런'에 비밀 투자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2.17 15: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3F 보고서, 지난해 말기준 버크셔 헤셔웨이 주식현황 공개
버라이즌 86억달러·셰브런 41억달러 규모 투자
화이자 주식, 전량 매각·애플 주식도 비중 줄여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난해 버라이즌과 셰브런 주식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난해 버라이즌과 셰브런 주식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지난해 예고없이 찾아온 코로나19 위기는 전세계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대폭락과 빠른 반등, 그리고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는 사이에 종목별 편차도 적지 않았다. 전례없는 금융시장의 흐름은 많은 투자자들을 우왕좌왕하게 만들었고, 가치 투자의 대명사인 '워런 버핏'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주요 주식 보유현황을 보고하는 13F 보고서에 따르면, 버핏 역시 수십개의 종목을 사고 팔며 위기에 대응하느라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버핏이 그간 시장 파급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밀리에 투자에 나섰던 종목들이 공개되기도 했는데, 미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과, 석유 공룡 셰브런이 그 주인공이었다. 

버크셔, 버라이즌 86억달러·셰브런 41억달러 보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해 말 기준 86억달러(9조5000억원) 규모의 버라이즌 주식과 41억달러(4조5000억원) 규모의 셰브런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해 3분기부터 이들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으며, 시장 파급을 최소화하기 위해 SEC의 승인을 받아 매입 공시를 지연, 이번에 발표하게 됐다. 

보험중개업체인 마시앤드맥클레넌 주식 역시 총 4억9900만달러(약 5500억원) 규모를 보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포트폴리오의 조정도 활발히 이뤄졌다.  대표적인 것이 제약종목들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글로벌 제약사인 머크와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 류마티스 등 난치성 전문 제약업체인 애브비 주식 등을 추가 매수한 반면 코로나19 백신 생산업체인 화이자 주식은 전량 매각했다. 

버핏이 선호하던 은행주에 대해서도 보유 규모를 크게 줄였다. JP모건체이스와 PNC파이낸셜, M&T뱅크 등은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했으며, 웰스파고의 보유 주식 중 60%를 매각했다. 버핏은 지난해부터 금융회사들의 지분을 계속해서 줄여나가는 추세다. 

버크셔는 애플에 대한 비중도 줄였다. 버크셔는 애플의 지분을 약 6% 줄였으나, 애플은 여전히 버크셔 포트폴리오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주식도 일부 매도했다.  

금 채굴업체인 배릭골드 주식은 전량 매각했다. 버핏은 귀금속 투자를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지만, 전례없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안전자산의 대표주자인 금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하자 버핏이 배릭골드 투자에 나서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앞서 지난 2분기에는 버핏이 투자했던 항공주도 모두 팔아치웠다.

당초 버핏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만 해도 델타항공 등을 추가로 매수하는 등 가격이 크게 떨어진 항공주에 대한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었으나, 2분기에 접어들면서 큰 손실을 보고 델타항공과 아메리칸·사우스웨스트·유나이티드항공 등 주요 항공사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

당시 버핏은 "항공 산업은 크게 바뀌었다"며 "여행에 관한 소비자의 행동이 장기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버라이즌·셰브런, 지난해 주가 상승률 '마이너스'

많은 투자자들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 규모가 비교적 컸던 버라이즌과 셰브런에 주목하고 있다.

당초 버크셔 해서웨이는 버핏의 매수 사실이 알려지면 추격 매수가 발생해 매입 프로그램에 지장을 받을 수 있음을 우려해 종목을 공개하지 않았다.

당시 많은 투자자들은 페이팔이나 월트 디즈니, 알파벳, 홈디포, 엑슨모빌 등이 주인공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번 보고서를 통해 버라이즌과 셰브런이었음이 밝혀졌다. 

버라이즌의 경우 미국의 최대 통신업체이긴 하지만 최근 T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으로 인해 시장 지위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셰브론의 경우 코로나19 타격을 가장 심하게 받은 대표적인 종목이다. 

전문가들은 버핏이 버라이즌과 셰브런을 선택한 것과 관련, 장기적인 기업 가치를 중시하는 버핏의 가치관이 정확히 담겨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버라이즌과 셰브론에 대한 베팅은 통신과 화석연료 산업 뿐 아니라 미국의 전통적인 기업들의 장기적 가치에 대한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신감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셰비오트 밸류 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대런 폴록은 "(버라이즌과 셰브론은) 모두 상대적으로 저평가돼있고 높은 배당 수익률을 제공한다"며 "최근 주가를 보면 버라이즌과 셰브론의 하방 리스크는 제한적이며, 상당히 안전한 마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버라이즌은 4.5%, 셰브론은 5.8% 수준의 배당수익률을 유지중이다.

버라이즌의 경우 지난해 연간 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셰브론 역시 40% 이상 주가가 하락했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버라이즌은 2020년 장기적인 이익을 위한 성공기반을 구축했다"며 "올해 버라이즌 주식은 반등의 해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모틀리풀은 셰브론에 대해 "셰브론의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55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유가가 상승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강력한 위치에 있다"며 "물론 유가의 향방을 예측하기가 어렵지만 셰브론의 탄탄한 재정을 감안할 때 석유회사 중 가장 좋은 위치"라고 평가했다. 

장기투자 이어가던 버핏, 주식 비중 수시로 변경해

미 언론은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난해 유독 많은 종목의 지분을 줄이고 늘린 점에 주목하며 비교적 장기 투자를 선호하던 버핏의 투자 방식이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금까지는 극도로 신중하게, 또 장기적인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었는데, 우왕좌왕하는 투자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갑작스레 도래한 전례없는 위기는 많은 이들을 혼란에 빠뜨렸는데 버핏도 예외는 아니었다는 것. 

미국의 금융정보 매체인 키플링거닷컴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는 다양한 블루칩 세트"라며 "버핏의 주식 선택은 예전같지 않지만 어떤 면에서 그것이 반드시 나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버핏은 오래 전부터 가치 중심 투자를 이어왔으나, 최근에는 애플이나 아마존 등 성장 지향적인 주식들이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 동력이 되고 있다는 것. 심지어 최근에는 스노우플레이크나 스톤코 등 신생기업에 대해서도 적극 투자에 나서고 있다.

버핏은 지난해 수십개의 주식을 팔고 사면서 자금을 확보하고 그것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한편 버크셔 해서웨이는 이달 말 연례 주주 서한을 통해 이번 투자와 관련한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