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강조하는 은행들…"사회적 책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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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강조하는 은행들…"사회적 책임 다하겠다"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02.0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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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규제보다 인센티브 중심의 정책 펼칠 것"
코로나로 환경과 기후에 대한 관심 높아져
지난해 ESG관련, '사회적책임투자펀드' 급성장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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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시중은행이 금융당국과 함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실천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기후변화와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촉발된 환경 문제가 새로운 리스크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이러한 움직임의 한 축이다. 

9일 금융위원회는 최근 개최한 금융발전심의회 정책·글로벌금융분과 1차 회의에서 ESG 활성화를 위해 규제보다 인센티브 중심의 정책을 펼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탈석탄을 선언한 금융회사에 예대율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거나, ESG 대응여력이 부족한 중견기업에 지원을 강화하는 식이다. 

금융위는 "해외에 비해 국내에서는 그동안 녹색금융 등 ESG 관련논의가 사회공헌 사업으로 인식돼 온 측면이 있다"며 "다만 최근에는 비재무적 요소가 기업가치의 핵심 리스크이자 기회요인으로 부상함에 따라 금융권의 ESG 포트폴리오 조정과 공시확대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환경과 관련된 기후변화는 금융회사에 비전통적인 신규 리스크를 유발해 건전성을 훼손할 개연성이 있어 이에 대한 선제적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망했다.

탄소 배출 감축·경영위원회 설립·적도 원칙 가입… ESG 노력 박차

시중은행과 금융지주들도 정부에 발맞춰 ESG를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관련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일례로 지난 4일 실적발표를 진행한 KB금융그룹은 ESG경영리더십이 올해 핵심경영전략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환주 KB금융 부사장은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전세계적으로 ESG경영은 기업의 핵심가치이자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환경 변화에 대한 전세계적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ESG 경영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KB금융은 이러한 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하기 위해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중장기 로드맵인 KB그린웨이 2030을 수립했다"고 덧붙였다. 

KB금융은 2030년까지 그룹의 탄소배출량을 2017년 대비 25% 감축하고 현재 약 20조원 수준인 ESG 금융상품 판매·투자·대출규모를 2030년까지 총 50조원 규모로 확대하는 핵심목표를 설정했다. 

우리금융 역시 지난 7일 ESG 이슈에 대한 효율적 의사결정과 실행력 강화를 위해 이사회 내에 'ESG경영위원회'를 신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SG경영위원회는 그룹 ESG 전략과 정책을 수립하는 등 ESG 경영 전반에 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될 예정이다. 

앞서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 시 지주와 우리은행에 ESG 전담부서를 신설했고, 지난 1월에는 그룹사 CEO를 위원으로 하는 그룹ESG경영회의를 설치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에는 '2050년 탄소중립 금융그룹'을 선언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9월 산업은행에 이어 두번째로 적도원칙에 가입했다. 적도원칙(Equator Principles, EPs)은 1000만 달러 이상의 개발 프로젝트가 환경파괴를 일으키거나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할 경우 투자대금을 대지 않겠다는 금융회사들의 자발적 협약이다. 이후 우리은행과 국민은행도 적도원칙에 가입했다. 

이외에도 금융지주 회장들은 신년사에서 일제히 ESG를 새해 경영 키워드로 내세웠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과거에는 벌어들인 이익 중 일부를 착하게 쓰면 칭찬받는 정도였으나, 이제는 착하게 벌어야 한다는 단계를 넘어 착하게 버는 과정을 공개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며 "ESG 중심의 경영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하고, 국제 금융 질서 변화에 부합하는 ESG 전략 체계를 구축해 지속 가능한 성장기회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은 ESG·SRI가 투자자산의 주인공"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사회책임투자(SRI)펀드가 투자자산의 주인공이었다고 분석했다. 사회책임투자펀드는 ESG 측면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의미한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절박해진 환경에 대한 관심이 정부 정책으로 힘을 얻고 있다"며 "각국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상황에서 적극적인 재정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정부 재정은 인류 생존과 직결되는 친환경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ESG 펀드의 투자기회로 연결됐다"며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친환경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ESG펀드에는 발전 동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세계 사회책임투자 펀드에는 전분기 대비 88% 늘어난 1523억달러가 순유입됐다. 순유입규모의 80%는 유럽, 13.4%는 미국이 차지했다. ESG펀드 자산은 1조6520달러로 전분기 대비 26% 증가했다. 

김 연구원은 "4분기 사회책임투자펀드는 196개의 신규 상품이 출시돼서 총 4153개가 됐다"며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의 ESG에 대한 관심이 신규 펀드 설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의 사회책임투자펀드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아시아(일본제외)의 사회책임투자펀드는 250억달러다. 지난해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중국과 한국의 자금유입 규모가 컸으며, 아시아 자금 유입 규모의 60%는 중국이 차지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한국은 주식 직접투자가 활발해졌으나, 국내 주식 간접투자는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사회책임투자 펀드로는 자금 유입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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