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리포트] 모리 올림픽위원장 "여성은 말이많다"...여성비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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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리포트] 모리 올림픽위원장 "여성은 말이많다"...여성비하 논란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 승인 2021.02.07 13:5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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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위원장, 여성은 말이 많다고 발언해 물의
사과 회견장에서의 적반하장 태도가 논란을 증폭
국내외에서 쏟아지는 비난의 목소리
차기 위원장으로 아베 전 총리 거론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연구소장.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연구소장.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연구소장] 지난 3일,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JOC)의 모리 요시로 위원장이 회의 석상에서 여성을 경시하는 발언을 해 일본 사회와 전 세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이튿날 모리 위원장은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사과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주객전도의 반응으로 오히려 논란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이에 일본 국내외에서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또 일본 최대 포털 사이트인 야후 재팬의 메인에는 지난 4일부터 6일 현재까지도 관련 기사로 도배가 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일본에서 여성의 낮은 지위가 전 세계적으로 부각되면서 일본 사회가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모리 위원장은 지난 3일, 회의 석상에서 JOC가 여성 이사의 비율을 40% 이상으로 하겠다는 목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여성이 많이 있는 이사회는 시간이 걸린다. 여성은 경쟁의식이 강하다. 그래서 누군가 한 사람이 손을 들면 자신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여성 모두 발언한다.’ 등의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서 파문이 일었다. 

이에 다음날 모리 위원장은 올림픽 정신에 어긋나는 부적절한 표현이었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사과했다. 그런데 문제는 사과 후에 가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보여준 모리 위원장의 태도였다. 먼저 여성은 말이 길다는 식으로 생각하냐는 질문에 ‘요즘 여자의 이야기를 안 들어서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이어서 기자가 여성은 말을 삼가야 한다는 인식이냐고 묻자, ‘그런 것이 아니다. 장소나 시간, 주제에 맞춰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그래야 회의가 진행될 것 아닌가?’라는 대답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7년 동안 헌신적으로 직무를 맡아 왔다며 사퇴할 뜻은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게다가 "이제 그런 얘기하기 싫다", "보도를 재미있게 만들고 싶어서 묻는 거지?"라며 흥분하기도 했다. 이런 그의 모습에 네티즌 사이에서는 '적반하장 기자회견'이라며 화제가 됐고 사과 기자회견을 안 한 것만 못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4일, ‘여성이 많이 있는 이사회는 시간이 걸린다.’라는 모리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하며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하는 NHK의 밤 메인 뉴스 ‘뉴스워치9’. 사진=NHK 화면 캡처.
지난 4일, ‘여성이 많이 있는 이사회는 시간이 걸린다.’라는 모리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하며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하는 NHK의 밤 메인 뉴스 ‘뉴스워치9’. 사진=NHK 화면 캡처.

이에 하시모토 올림픽 담당 장관은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위원장으로부터 지난 4일 밤, 직접 전화가 걸려와 모리 씨의 사과를 IOC가 잘 이해했다며 계속해서 도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부탁받았다고 밝혔다. 즉 IOC로서는 모리 씨의 사과로 문제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더는 문제 삼지 않겠다는 뜻을 전한 셈이다.

그런데 IOC 위원장이 문제는 해결됐다고 밝힌 당일 밤, 모리 위원장이 BS후지의 메인 뉴스에 출연해서 한 발언이 이번 사태의 막을 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대응하고 있던 올림픽 관계자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졌다.

그는 논란이 된 발언은 깊은 의미를 두고 한 것은 아닌데도 언론이 너무 크게 다루는 것 같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 후, ‘일본 언론 여러분은 적당히 하라.’, ‘자신의 발언에 대한 왜곡 보도를 수정하지도 않는 정말 무책임한 기자 녀석들이 많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그러나 결국, 이마저도 여론의 비난에 직면하게 된 모양새이다.

이런 가운데 상황이 매우 심각해졌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일본 최대 포털 사이트인 ‘야후 재팬’의 메인 뉴스는 모리 위원장 관련 기사로 도배가 되고 있고 다른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는 형국이다.

심지어 지난 3일, 일본의 유력 주간지인 ‘슈칸분슌’이 특종으로 보도한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아들이 총무성 간부들을 여러 차례 접대했다는 사실마저 묻혀 버렸다.

이런 모리 씨의 태도에 대부분의 일본 방송과 언론들은 외신의 반응 및 세계에서 쏟아지는 비판의 목소리를 매우 비중 있게 다루며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지난 4일과 5일에 방송한 대부분의 보도 방송에서 여러 나라의 반응을 전한 후, 해외의 논조를 보면 세계적으로도 일본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늦다는 현실이 이번 모리 회장의 발언 배경에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남녀 격차’가 153개국 중, 일본은 108위인 한국보다 낮은 121위라고 전하는 니혼TV의 저녁 정보 방송 ‘news every.’. 사진=니혼TV 화면 캡처.
지난 5일, ‘남녀 격차’가 153개국 중, 일본은 108위인 한국보다 낮은 121위라고 전하는 니혼TV의 저녁 정보 방송 ‘news every.’. 사진=니혼TV 화면 캡처.

예컨대 지난 5일에 방송한 니혼TV의 ‘news every.’에서는 세계경제포럼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해 남녀 격차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가 일본은 153개국 중 121위인데, 이것은 미국보다도 낮고 게다가 아시아에서도 중국이나 한국보다도 낮다고 전했다. 그리고 일본의 언론 매체인 ‘닛칸 겐다이’는 ‘세계가 #Mori resign (모리, 그만둬!) 모리 위원장의 “아집”에 각국 주일 대사관도 잇따라 해시 태그’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번 사태로 도쿄 도청과 도쿄 올림픽 위원회에 항의와 함께 자원봉사자를 그만두겠다는 전화가 봇물이 터지고 있어 올림픽 관계자들이 더욱더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또, 인터넷에는 모리 위원장의 발언에 항의하는 서명이 10만 명을 넘었고 문제가 된 발언이 나왔던 회의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왜 말리지 않았는지에 대한 비판도 분출하고 있다.

6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지난 5일 모리 위원장이 마이니치신문의 취재에 응해 ‘애당초 위원장직을 미련 없이 일단 사임하기로 했지만, 사무총장 등의 강력한 설득으로 뜻을 접었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여론 대부분이 사퇴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또 한 번 악수를 두게 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차기 ‘조직위원장’으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부상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해외에서 쏟아지는 비판을 전하는 TBS의 밤 메인 뉴스 ‘news23’. 사진=TBS 화면 캡처.
지난 5일, 해외에서 쏟아지는 비판을 전하는 TBS의 밤 메인 뉴스 ‘news23’. 사진=TBS 화면 캡처.

그러나 정작 일본 언론과 네티즌의 반응을 보면 향후 여성의 지위 향상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이번 사태로 일본이 세계에서 굴욕을 당했다는 점에 훨씬 더 큰 관심이 있는 듯하다. 그 좋은 예가 지난 5일, 니혼TV의 저녁 정보 방송인 ‘news every.’의 메인 MC의 발언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작은 회의실에 카메라와 기자들이 늘어서 있어 세계의 눈이 앞에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즉 질문자와의 일대일 관계에 빠지기 쉽다. 다만, 올림픽은 세계적인 이벤트이기 때문에 카메라 속에 세계의 눈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모리 씨는 이 점을 간과한 것이 큰 차이를 낳은 것 같다"라고 발언했고 다른 출연자들도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 연구를 전공하고, 현재는 '대한일본방송언론연구소'에서 일본 공중파 방송사의 보도 방송과 정보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의 혐한과 한국 관련 일본 정부 정책의 실체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라미TV'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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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중 2021-02-07 17:09:10
참 참담하네요.

Happydotori zoa 2021-02-07 16:48:49
매번 기사 올리신거 잘 챙겨보고있습니다^^
일본이 저렇게까지 모든 분야에서 골고루 삽질하고 썪어들어가고있는지 몰랐었습니다. 요즘 일본 소식 들을때마다 너무 안심이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