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잘 나갈때 조심 또 조심'...인원 줄이고 충당금 늘리고
상태바
시중은행, '잘 나갈때 조심 또 조심'...인원 줄이고 충당금 늘리고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02.05 1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대 시중은행 희망퇴직자 수 2000명 넘어
5대은행, 지난해 3분기 대손충당금 2조1038억원
"코로나 상황에서 금융시스템의 건전성 유지위해 대손충당금 필요"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시중은행들이 희망퇴직 등으로 인원을 줄이면서 은행 내부에 쌓아놓는 돈인 대손충당금은 늘리고 있다. 이에 코로나19 위기로 몸집은 줄이고 곳간은 불리면서 사실상 비상경영을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희망퇴직자 수는 2000명을 넘는다. 국민은행이 800명, 신한은행 220명, 우리은행 468명, 하나은행 285명, 농협은행 356명 등이다. 

은행마다 기본급의 23~35개월을 지급하는 특별퇴직금과 재취업지원금 등이 늘어난 덕분에 예년보다 많은 인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5대 시중은행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총 2조1038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 4분기 기준이다. 

은행은 통상 대출의 부실 위험도에 따라 적정선의 대손충당금을 쌓아두고 재정건전성을 유지한다. 대손충당금이란 은행이 매출채권 중에서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을 대비해서 미리 충당금을 준비해 비용으로 처리해 두는 것을 말한다. 은행의 재정건전성을 파악할 때는 주로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기준으로 한다. 

시중은행 연도별 대손충당금 전입액. 자료=각 사 

지난 3개 년을 기준으로 보면 더욱 확실한 추이를 알 수 있다. 국민은행의 2018년 총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971억원이다. 이후 2019년에는 1132억원이다가 2020년 3분기 2796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4분기까지 합치면 3901억원이다. 2년 전 대비 4배 수준의 역대급 대손충당금이다.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쌓아 둔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8년 2421억원, 2019년 3513억원, 2020년 3분기까지 5116억원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기록했다. 

하나은행 역시 2년 만에 약 3배에 이르는 증가를 보였다. 하나은행은 2018년 1337억원, 2019년 1208억원, 2020년 3분기 3612억원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마이너스에서 돌아섰다. 우리은행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2018년 -3329억원이었다가 2019년 1182억원으로 돌아선 후 2020년 3분기 4327억원으로 1년 만에 약 4배 가량 증가했다.

농협은행은 2018년 6162억원, 2019년 2004억원, 2020년 4분기 4082억원으로 큰 증가세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타 은행의 대손충당금 전입액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이처럼 은행들이 예년과 대비해 많은 충당금을 쌓는 이유는 금융당국이 코로나 상황에서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라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금융사들은 부실채권 등 리스크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해둔다. 대손충당금이 늘어나면 건전성은 개선되지만 수익성은 떨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대출 채권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생각이고 은행들도 필요성에 동의한 것"이라며 "경제가 더 나빠질 것에 대비해 여유가 있을 때 충당금을 미리 적립해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손충당금이 많이 쌓여 있으면 대출 채권의 부실이 한꺼번에 터졌을 때 은행의 대응력이 올라간다"며 "은행이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올라가면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가 와도 버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부실채권이 늘어나 최악의 경우 뱅크런 등의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코로나 극복을 위해 시행 중인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 연착륙 방안을 이달 말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지 않았기에 기존 3월 31일까지 연장한 대출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한 차례 더 연장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현재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을 고려해 각 금융지주에는 올해 6월 말까지 배당성향을 이익의 20% 내외로 조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대손충당금을 준비하라고 한 것 역시 금융당국의 권고사항이다. 대출 만기가 연장되고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시행되면 부실 채권이 발생하는 리스크가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장 부실채권 문제가 터지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안전성 우려가 생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대손충당금을 쌓아놓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