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순한' 처음처럼·씨유튜브의 공통점은…'MZ세대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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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순한' 처음처럼·씨유튜브의 공통점은…'MZ세대 잡아라'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1.12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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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저도수화…홈술·혼술 트렌드 반영
편의점업계, 유튜브 진출·비건 메뉴 개발
"MZ세대 위주로 소비시장 개편될 것"
​국내 주류업계가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저도수 주류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처음처럼, 하이트제로, 진로이즈백. 사진제공=각사
​국내 주류업계가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저도수 주류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처음처럼, 하이트제로, 진로이즈백. 사진제공=각사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독주보다는 순한 소주', '채식주의자(비건)를 잡아라', '모바일 채널 통한 콘텐츠는 기본'

식품·유통업계가 새로운 소비 주도세력으로 떠오른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하루가 다르게 변신하고 있다.

MZ세대는 1980년에서~2000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말한다. 올해는 마지막 세대가 성인이 되는 첫 해다. 소수의 젊은 세대를 일컫는 말 같지만 실제론 비중이 꽤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MZ세대의 인구 비중은 33.7%이며, 기업 내에선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다수'다.

우리금융지주 산하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올해 비즈니스 트렌드로 MZ세대의 영향력을 꼽으며 "올해는 밀레니얼과 Z세대 전 구성원이 만 20세 이상이 되는 첫해로, 구매력이 확대된 MZ세대 중심으로 소비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MZ세대는 식품·화장품은 물론이고, 한정판 '굿즈'나 명품에도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변화하는 트렌드를 주도한다. 소비 트렌드에 민감한 유통업계는 이를 기민하게 포착해 차별화된 방식으로 '맞춤형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추세다. 

독한 술보단 맛있는 술

롯데칠성음료는 11일 저도수 주류를 선호하는 2030세대 입맞을 맞추기 위해 '처음처럼' 알코올도수를 기존 16.9도에서 16.5도로 낮춘다고 11일 밝혔다. 

16.5도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소주 제품 가운데 가장 낮은 도수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순한 소주를 원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도수를 낮추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MZ세대의 주류 트렌드가 '즐기는 술'에서 '홈술', '혼술'로 변화한 데에 따른 전략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집에서 마시는 비율이 87.3%로, 40.9%포인트 늘어났다. 주류 음용 상대 변화도 코로나19 이전에는 '혼자' 마시는 비율이 16.6%에 불과했으나 코로나19 이후에는 38.9%로 증가했다.

맥주도 마찬가지다. 하이트진로음료의 무알코올 맥주 '하이트제로0.00'는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이 800만 캔을 넘어서며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2019년 한 해 동안 판매량은 767만 캔이었다. 

하이트진로는 진로 두꺼비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굿즈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주류 캐릭터 샵 '두껍상회' 팝업스토어를 성수동에 오픈했을 당시에는 한정판 굿즈를 사기 위해 오픈 전 새벽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이트진로 담당자는 "MZ세대는 새로운 변화에 열려 있고 주류 소비를 이끌고 있는 주요 층이다"며 "앞으로도 MZ세대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과 제품들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편의점 업계가 유튜브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 이어 채식 도시락·비건 떡볶이를 출시하며 MZ세대 겨냥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CU 유튜브 채널, GS25 유튜브 채널, GS25 베지가든 매운떡볶이·베지가든 짜장떡볶이. 사진제공=각 그룹
국내 편의점 업계가 유튜브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 이어 채식 도시락·비건 떡볶이를 출시하며 MZ세대 겨냥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CU 유튜브 채널, GS25 유튜브 채널, GS25 베지가든 매운떡볶이·베지가든 짜장떡볶이. 사진제공=각 그룹

유튜브 채널 키우는 CU·GS25

TV보다 핸드폰, 드라마보다 짧은 영상이 더 익숙한 MZ세대들은 여가의 상당 시간을 유튜브 시청에 사용하고 하루에 한 번 이상 편의점을 방문한다.

편의점업계는 독창적이고 경쟁력 있는 유튜브 동영상으로 MZ세대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PB상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공개하는 것은 물론, 연예인과 인플루언서가 등장해 편의점 '꿀조합'을 소개한다. 

CU의 유튜브 공식계정 '씨유튜브'의 구독자수는 11일 기준 38만2000명으로, 편의점 업계 1위다. 씨유튜브는 웹드라마와 웹예능, 라이브 커머스 등 지난해 초 대대적인 콘텐츠 개편을 실시한 결과, 편의점 업계 중 가장 먼저 30만명을 돌파했다. 중독성 있는 '씨유타임즈' 콘텐츠에는 "힐링 된다"는 네티즌 댓글이 수두룩하다. 

GS25도 유튜브 채널 키우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GS25 유튜브 공식계정 '이리오너라'의 구독자수 역시 올해 초 30만명을 넘어섰다. '먹방(먹는 방송)', '쿡방(요리 방송)' 부터 유명 개그맨을 활용한 코믹 콘텐츠를 다수 선보이고 있다. 

환경과 동물보호에 민감한 채식주의 트렌드

신라면과 새우깡으로 유명한 농심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 사업을 펼친다고 12일 밝혔다.

농심 관계자는 “2017년 시제품 개발 이후 채식 커뮤니티, 서울 유명 채식식당 셰프들과 함께 메뉴를 개발하고, 소비자의 평가를 반영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제품의 맛과 품질 완성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베지가든'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식물성 치즈부터 대체육, 조리냉동식품, 즉석 편의식, 소스, 양념까지 총 18개 제품으로 구성됐다. 1월 중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 중심으로 판매를 시작한다. 

편의점업계 역시 '비건 떡볶이', '채식 도시락' 등 육류를 사용하지 않은 식품들을 내놓고 있다. 소비활동을 통해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표현하는 이른바 '미닝아웃' 소비자들이 MZ세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환경오염과 동물권 보호 문제를 직접 체감하며 자란 세대들로, 자신들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소비 주체임을 인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올해부터 입영하는 병사들에게 비건 식단을 제공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성욱 BGF리테일 간편식품팀장은 "가성비, 가심비를 넘어 제품이 가진 또 다른 가치를 보고 구매하는 미닝아웃족이 늘면서 편의점 간편식도 새로운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이 모바일 패션 편집숍 '패션관'을 오픈했다. 사진제공=롯데홈쇼핑
롯데홈쇼핑이 모바일 패션 편집숍 '패션관'을 오픈했다. 사진제공=롯데홈쇼핑

'라방'으로 MZ세대와 접점 만드는 홈쇼핑업계

홈쇼핑업계는 그간 중·장년층을 위주로 제품 판매 영역을 구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커머스와 인터넷 기업들의 '라이브 커머스' 공세를 막고 소비 주류로 떠오른 MZ세대를 붙잡기 위해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통한 전용 공간을 만드는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MZ세대를 겨냥한 모바일 생방송 전용 채널 '몰리브'를 지난해 4월 론칭했다. 유명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을 비롯해 최신 유행 상품, 원데이 특집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7870억원, 영업이익 1040억원을 기록하며 매출과 이익 모두 전년 대비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2021년에도 '몰리브'를 통해 참신하고 이색적인 콘텐츠들을 선보이며 차별화 콘텐츠 기획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J오쇼핑은 인플루언서 커머스 '픽더셀'을 확대 운영해 평균 고객 연령을 낮추고 모바일 커머스 사업 역량을 키우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유명한 인플루언서를 대거 영입해 신규 고객 비중을 늘리고 차별화된 상품을 한정 판매해 모바일 경쟁력을 확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MZ세대를 사로잡는 곳이 업계의 주도권을 잡는다는 공식은 방송인 광희가 출연한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 '네고왕'을 통해서도 증명됐다. 지난해 8월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한 BBQ는 방송 직후 첫 주말 매출이 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늘었다.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 스킨푸드는 6년 연속 적자에서 최근 '역주행' 브랜드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디지털 사회로의 이동이 빨라짐에 따라 모바일 기기를 활용하여 일상의 많은 부분을 디지털 방식으로 처리하는 MZ세대의 취향과 소비 방식이 전 세대로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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