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법인데 왜 왓챠가 걱정?"...넷플릭스법 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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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법인데 왜 왓챠가 걱정?"...넷플릭스법 실효성 논란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0.12.10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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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부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일명) 넷플릭스법 시행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네이버, 카카오에 망 품질 유지 의무 부과
인기협 "향후 의무 부과 대상 확대 우려..국내 기업은 통신사 상대 협상 어려워"
통신사 "해외 CP사가 협상 우위에 있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일명 넷플릭스법)시행을 놓고 국내 업계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일명 넷플릭스법)시행을 놓고 국내 업계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10일부터 시행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일명 넷플릭스법)을 두고 해외콘텐츠제공사업자(CP)에 대한 법 집행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국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개정된 넷플릭스법은 CP사에게 서비스 안정성 확보를 위해 망 품질 유지 의무를 부과하는 걸 골자로 한다. 국내 인터넷망은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통신사가 제공하고 있다.  

국내 인터넷 업계에는 이 법을 근거로 사실상 ‘망 사용료’를 내게 될 상황을 우려하는 가운데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와 협상력에서 우위에 있는 해외 CP사를 규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법에 따라 망 품질 유지 의무는 구글(유튜브)과 페이스북(페이스북·인스타그램), 넷플릭스, 네이버, 카카오 등 5개 국내외 CP사에 부과됐다. 개정안에 따라 이들 5개사는 이용자에게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하며 기술적 오류를 방지해야 한다. 또한 트래픽이 몰리는 것을 방지해야 하며 관련 이슈 발생 시 통신사업자와 협의해야 한다. 

법 없다고 느린 서비스 제공할 기업 있나

국내 업계는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 가능성과 넷플릭스법이 규정한 '서비스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이용자 체감 속도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 안정성은 경쟁력의 핵심이다. 클릭 한 번으로 대체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법에 관계 없이 모든 사업자가 서비스 안정성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국내 업계의 입장이다. 이미 사업 초기부터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 기업 내 기술 책임자들은 트래픽 증가를 대비해 통신 3사와 협의해 전용회선을 늘리는 등의 각종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 넷플릭스 등 해외 CP사의 기반 인프라 대부분이 미국 등 국외에 있는 것도 문제다. 서비스 안정성 유지에 문제가 생길 경우 당국이 국내에서 조치할 수 있는 규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지난달12일 발생한 유튜브 오류. 사진=유튜브 오류화면 캡처

실제로 지난달 12일 구글이 운영하는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서 동영상 재생 오류가 발생했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 등 전세계적인 현상이었으나 구글은 장애 원인에 대해 밝히지 않고 몇시간 후 공식 트위터 계정을 "불편을 끼쳐 정말 죄송하다"며 "현재 모든 기기 및 유튜브 관련 서비스에서 발생한 오류가 해결됐다"고 공지했을 뿐이다. 

이날부터 유튜브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따라 망 품질을 유지해야할 의무가 부과됐지만 이런 오류가 다시 발생했을 때 관련 시설 확충이나, 원인 분석 등에 있어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령에서 ISP와 자율 협상을 하도록 한 이상 국내 통신3사도 유튜브를 상대로 품질 유지 등을 명목으로 조치를 요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  

유튜브가 트위터 공식 계정에 올린 공지. 이날 유튜브는 원인은 밝히지 않고 복구가 완료됐다는 공지만 올렸다. 사진=유튜브 트위터 계정 캡처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통신3사간 망 품질의 차이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의무 부과 대상인 5개 CP사가 협상에서 망 제공업체보다 우위에 있는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튜브에 접속할 수 없는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를 선택할 고객은 없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카카오 "이미 사용료 지불...더 커질 수도"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미 통신3사에 망 사용료를 납부하고 있다. 망 사용료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각 1년에 700억원, 4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이미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데 이 법을 근거로 향후엔 통신사가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할 수도 있다"며 "사실상 우리에겐 좋을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말하는 역차별은 국내 사업자가 망 안정성 유지 의무를 지고 있으니 해외 사업자도 규제해 달라는 게 아니다"라며 "국내 사업자도 규제를 풀어 같은 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게 역차별 해결의 의미"라고 덧붙였다.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ISP(통신 3사)의 일 평균 트래픽을 살펴보면 구글이 23.5%, 넷플릭스가 5%, 페이스북이 4%로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유튜브를 포함한 구글이 25.8%,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2.5%와 1.8%를 기록한 바 있다. 

넷플릭스 "관련법 준수할 것" vs 국내 업계 "해외 CP사가 갑"

넷플릭스 관계자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넷플릭스는 국내법과 규제를 준수하려 한다"며 "국내 회원에게 최고의 콘텐츠는 물론 쾌적한 경험을 제공하는 걸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만큼 관련 내용에 귀 기울이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당장 넷플릭스 입장에서 추가적인 비용 지불 등의 우려는 크지 않아 보인다. 이미 넷플릭스는 KT와 LGU+와 제휴해 국내에 동영상 콘텐츠가 임시로 저장돼 해외망 트래픽을 줄일 수 있는 캐시서버(OCA)를 설치했다. 캐시서버가 없다면 홍콩 등에서 국제망을 통해 트래픽을 받아야 해 이용자가 체감하는 속도는 훨씬 느린 반면 이통사가 해외 회선을 쓰면서 사용하는 비용은 높아진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증가하는 콘텐츠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며 "관련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일체를 ISP(인터넷서비스제공자, 통신3사)에 무상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방식은 해외에서 발생하는 전송 비용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통신사의 망 혼잡 역시 크게 감소시킨다"고 덧붙였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용자가 넷플릭스 구독료를 내면 이중 일부를 통신사가 망 사용료 명목으로 받고 있다"며 "KT나 LGU+는 이미 넷플릭스의 서비스 안정성에 큰 문제가 없지만 SKT는 망 이용 대가를 놓고 넷플릭스와 소송 중이라 상황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는 가입자 규모로 국내 1위 통신사인 SKT와 소송 중이지만 한국 사업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분기 넷플릭스는 아태지역 가입자가 전 세계 신규 가입자의 46%를 차지하고, 아태시장 매출액이 전년 동기 보다 66% 성장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측은 "한국과 일본에서의 성장이 고무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모바일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한국의 넷플릭스 유료 구독자수는 330만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약 2배가까이 늘어났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 관계자는 "통신사 입장에서는 넷플릭스, 구글 등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야 개인고객 대상으로 데이터 비용 등을 많이 받을 수 있다"며 "결국 넷플릭스 등 해외 CP사는 규제가 쉽지 않고 통신사와도 윈윈(win-win)할 수 있는 관계"라고 덧붙였다.

넷플릭스법인데 왜 왓챠가 걱정해야 하나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업계에서는 넷플릭스법 시행으로 피해를 보는건 넷플릭스가 아니라 국내 경쟁 사업자인 왓챠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법 시행 전부터 국내 업계에선 유튜브,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이 해외 서버를 이용하거나 국내 통신사의 캐시서버를 통해 망 이용료를 낮추고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 국내 사업자들은 망 이용료가 비싸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현재 전기통신사업법은 망 품질 유지 부과 대상 CP사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했다. 

국내 CP사인 왓챠. 사진=왓챠 프레스킷 캡처

인기협 관계자는 "대통령령을 바꾸면 언제든지 국내 사업자들이 의무 부과 대상이 될 수 있어 우려된다"며 "국내 CP사는 해외 CP사와 비교해 통신사를 상대로 협상력을 갖기 어려워 사실상 품질 유지 명목으로 망 사용료를 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중소 게임회사, 왓챠 등 국내 CP사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왓챠 관계자는 "현재 비용 절감 측면에서 통신 3사와 계약하는 대신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며 "서비스 안정성 의무 부과에 앞서 통신3사의 서비스 이용료 산정 기준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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