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해진 '글로벌 경기회복' 시그널...'구리값' 8년만 최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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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해진 '글로벌 경기회복' 시그널...'구리값' 8년만 최고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12.07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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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속에도 경제 회복 기대감 커져...
11월 주요선진국 PMI 서프라이즈 수준
中 경기회복, 제조업 온라인 수요 지속 증가 영향
구리가격 톤당 7700달러 돌파..약 8년래 최고치
골드만삭스 "2022년 구리가격 톤당 1만달러" 예상하기도
구리 가격이 약 8년래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리 가격이 약 8년래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닥터 코퍼(Dr. Copper)가 세계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피력했다.

전 세계 경제가 코로나19의 타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닥터 코퍼는 왜 세계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는 것일까. 

구리가격 급등...금속 업체들 주가도 강세

닥터 코퍼는 '구리'의 별칭이다. 가정에서도, 산업에서도 두루두루 사용되는 구리는 세계 경제의 지표로도 널리 쓰인다. 작은 전자제품부터 발전에 이르기까지 사용 범위도 넓다.

구리 가격이 오르면 구리 수요가 많다는 뜻으로,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반대로 구리 가격이 떨어지면 구리 수요가 줄었다는 뜻으로 경제도 침체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구리 가격이 세계 경제를 예측하는 바로미터인 셈이다. 게다가 그것이 꽤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면서 구리 이름에 박사 학위를 뜻하는 '닥터'를 붙여 '닥터 코퍼'라고 부른다. 

최근 구리 가격은 8년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구리 선물 3개월물 가격은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기준 톤당 7748.50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2013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알루미늄과 아연 등 다른 원자재 가격 역시 지난 9월말 이후 15%, 5월 중순 이후 40% 이상 오르는 등 급등세를 보였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금속 생산업체 주가 역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구리생산 업체인 프리포트 맥모란은 4일까지 나흘 연속 강세 흐름을 보였다. 11월 이후에만 40% 이상 급등했다. 

알루미늄 제조사인 센츄리 알루미늄은 지난 4일 7% 이상 급등했으며, 11월 이후 두배 가까이 올랐다. 

미국 아연 및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임페리얼징크의 제이 샌들러 최고경영자(CEO)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올해 초 봉쇄기간 동안에는 전망이 어두웠으나, 지금 직원들은 특히 자동차 회사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초과 근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리포트 맥모란의 리처드 애드커슨 CEO는 "우리는 모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부채상환과 배당금 상향조정, 광산 투자 등 우리가 세운 모든 계획들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리가격 회복은 세계경제 호황 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치솟는 금속가격은 세계 경제 회복에 투자자들이 베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이 속속 개발되고, 미국에서 추가 경기부양책 협상이 진전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면서 경기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는 것이다. 

금속거래업체인 아리온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다리우스 타바타바이는 "(코로나19와 경기부양책의) 두 가지 불확실성이 해소 단계에 접어들었고, 우리는 경기회복을 노리고 원자재 시장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오는 상황을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팩트셋에 따르면 최근 몇 주 동안 수천만달러가 글로벌X코퍼마이너스 ETF(Global X Copper Miners ETF) 등 구리 생산업체의 주가를 추적하는 펀드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닥터 코퍼 뿐만 아니라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역시 세계 경제의 호황을 예고한다. 

11월 주요국 제조업 PMI 지수는 '서프라이즈' 수준이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11월 글로벌 제조업 PMI 지수는 53.7포인트로, 2018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1월 이머징 제조업 PMI 지수는 53.9포인트로 7개월 연속 개선세를 보였다. 11월 선진국 제조업 PMI 지수 역시 53.8로 7개월 연속 상승했다.

선진국과 이머징 제조업 경기가 동반 확장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자료=하이투자증권
자료=하이투자증권

코로나19 확산 심각한데 경제 호황 기대하는 이유는?

구리가격과 PMI 지수 등 세계 경제의 호황을 기대할 수 있는 지표들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하루 20만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유럽 국가들도 올 초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올 초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했을 당시 경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은 것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올해 초 보다도 더욱 심각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경기회복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회복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원자재 소비국이자, 전세계 구리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올해 초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강력한 봉쇄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중국의 수많은 공장들이 멈추자 전세계 공급망이 흔들렸고, 이것은 전세계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다. 

하지만 최근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지난 10월 일찌감치 종식을 선언한 바 있다.

중국 경제는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 1.9%를 기록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뿐만이 아니다. 한국과 미국, 독일 등 주요국의 수출 경기가 반등하고 있다는 지표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 위원은 "한국과 중국의 수출액은 이미 코로나19로 타격을 받기 이전인 2020년 1월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며 "미국과 독일 등도 완만하지만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제조업 경기의 확장세를 지지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수요가 되살아난 점도 그 이유로 해석된다. 각국은 코로나19로 무너진 경제를 떠받히기 위해 현금 지원을 포함해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를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이동 제한은 있지만, 오히려 온라인 수요가 살아나면서 제조업 경기 회복을 이끌고 있다는 것. 

실제로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다음주 월요일의 쇼핑 축제인 사이버먼데이의 올해 매출은 108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매출(94억달러)보다도 15.1% 더 많은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은 사실이지만 온라인 수요는 여전히 탄탄해 글로벌 제조업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전문위원은 "미국의 추가 경기부양책이 실시되고 백신 접종이 개시된다면, 제조업 경기의 확장세 지속은 물론 서비스 경기 역시 확장국면에 재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구리 선물 3개월물 가격 추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구리 선물 3개월물 가격 추이.

골드만삭스 "2022년 톤당 1만달러까지 오를 것"

그렇다면 원자재 가격은 어디까지 상승할 수 있을까. 

일부 분석가들은 구리 가격이 2011년 전후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2010년 하반기부터 2011년까지 구리는 '붉은 골드'라고 불리며 톤당 1만달러를 넘어서는 등 역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바 있다.

백신이 배포되기 시작하면 경기회복이 가속화되면서 원자재 가격을 2011년 수준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피에라캐피탈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캔디스 뱅순드는 "올해 여름부터 상품가격의 강세를 예상해왔다"며 "드디어 터널 끝에서 빛을 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현재 7600달러 수준의 구리 가격은 2022년에는 톤당 1만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며 "일시적인 반등이 아니라 강력한 수요 회복이 구리 가격을 떠받치고 있는 만큼 모멘텀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수요가 급증하는 것보다도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무게를 싣는다.

지난 2014~2015년 원자재 가격이 폭락한 이후 새로운 광산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크게 줄어든데다, 최근 페루 등 원자재 생산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빠르게 이어지면서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속 헤지펀드인 드레이크우드캐피털의 데이비드 릴리는 "수요보다도 공급에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 원자재의 전망은 10년 전인 2010~2011년의 기록적인 수준보다도 더 밝다"고 언급했다. 

전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점 역시 원자재 시장에는 긍정적이다. 전기차 충전소부터 풍력 터빈에 이르기까지 구리가 다량 사용되기 때문이다. 

영국 상품거래업체인 콩코드 리소스의 마크 한센 CEO는 "정말 완벽한 폭풍"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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