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시드니] '국제 고립' 자처하는 호주 기후변화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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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시드니] '국제 고립' 자처하는 호주 기후변화 대응
  •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 승인 2020.11.1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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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개월간 '사상 최악 산불'에도 기후변화대책 미온적
정치권 “현재처럼 무대응 고수하면 ‘기후낙오자’ 고립” 경고
미국 포함 호주 5대 교역국 2050년 또는 2060년 ‘넷제로’ 선언
호주 “2005년 기준 2030년까지 27% 감축키로".. 낡은 목표 고수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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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미국의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승리에 호주가 바싹 긴장하고 있다. 전통적 우방관계이지만, 또 트럼프 행정부와 친했지만 민주당에 대해서도 우호적 태도를 잃지 않았던 호주 모리슨 내각이다. 그러나 호주 모리슨 내각의 '기후환경' 정책이 미 바이든 당선자측과 엇박자를 낼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든과 엇박자 모리슨 총리

호주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으로 호주 정부가 기후변화 대처와 관련해 상당한 국제적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후보시절 여러자례 에너지 및 기후환경 정책에 대해 공약을 내세웠다. 특히 바이든은 1986년 미 의회에서 최초로 기후변화 법안을 도입한 인물. 미국의 팩트 체크(사실 검증) 전문 언론인 폴리티팩트는 바이든 당선인에 대해 '기후변화의 선구자'라고 평하기도 했을 정도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미 공약에서 미국 전력산업에서 나오는 탄소배출을 2035년까지 제로(0)로 만들고, 2050년 ‘넷제로 배출(net-zero emissions,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약속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할 것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결의지 약한 기후변화 정책...트럼프와 닮은 꼴

이에 반해 호주의 보수 정권인 스콧 모리슨 총리의 자유·국민 연립 정부는 파리기후변화협약 하에 2030년까지 2005년 배출 수준의 26~28%를 감축하는 정책을 고수하면서 '넷 제로(net-zero)' 시한 설정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호주는 파리기후협약 이전 체제인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의 감축목표를 초과한 달성(4억1100만 메가톤)한 부분을 파리기후협약 달성 목표에 이월할(carryover credits) 것이라고 발표한 유일한 나라라는 곱지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나라다.

호주에서 가장 많이 탄소를 배출하는 노후 발전시설인 빅토리아주 로이 양 화력발전소.
호주에서 가장 많이 탄소를 배출하는 노후 발전시설인 빅토리아주 로이 양 화력발전소. 사진=호주 ABC방송

지난 9일에 모리슨 총리는 “호주의 탄소배출 감축 정책은 미국을 포함한 주변 국가들의 정책이 아닌 전적으로 호주 국익을 토대로 결정될 것”이라면서 “호주 국민들에게 어떻게 '넷 제로'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를 말하지 않는 채, '넷 제로'를 선언하는 것은 국민들을 현혹시켜(deceptive) 실망감을 주는 행동”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넷 제로'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추진할 의사가 없음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5대수출국 모두 '넷 제로' 공표...불이익 자초

문제는 이를 둘러싼 호주의 '고립' 우려다. 중국, 일본, 한국, 미국, 영국 등 호주 교역의 70%를 차지하는 5대 수출 국은 모두 2050년 또는 2060년(중국)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지난 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에게 '넷 제로' 선언을 권유하기도 했었다. 한국도 지난 10월 말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 연설을 통해 '2050년 넷제로 달성'을 선언했다. 

호주의 전 기후변화 특사(Special Envoy on Climate Change)를 역임한 하워드 밤지(Howard Bamsey)는 “이 이슈는 바이든 당선인과 모리슨 총리의 첫 번째 아니면 두 번째 통화에서 거론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호주의 전 유엔 주재 외교관을 지낸 딘 바이아렉(Dean Bialek)도 “호주 정부가 현재의 무대응(current inaction)을 고수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기후 낙오자(climate laggard)’로 더욱 고립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수 성향의 로비 단체인 보존을 위한 연대(Coalition for Conservation)의 레오 샤나한(Leo Shanahan) 대표도 “글로벌 트렌드는 이미 '넷제로' 목표 지향이다. 모리슨 정부도 2050년 넷제로와 글래스고 회의(Glasgow talks)전에 가능한 한 청정 에너지 믹스(clean energy mix)를 채택해야 한다. 그래야 기후변화에서 호주의 국제적 고립을 막고 탄소관세(carbon tariffs) 위협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정치권과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기후환경변화 정책에 대해 호주 모리슨 내각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석탄 산업의 옹호자인 모리슨 총리가 지난 2017년 2월 재무장관 시절 석탄 덩어리를 의회에 들고 나와 호주 경제에서 석탄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석탄 산업의 옹호자인 모리슨 총리가 지난 2017년 2월 재무장관 시절 석탄 덩어리를 의회에 들고 나와 호주 경제에서 석탄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사진= 호주ABC방송

석탄 들고 의회 나타난 모리슨의 '석탄 사랑'

모리슨 총리가 기후변화 정책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호주 석탄산업'을 고수하려는 그의 정치 철학때문이다. 

실제 석탄산업이 호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지난 2019년 호주는 696억 호주달러(약 56조원)어치의 석탄을 수출했다. 제련용 석탄수출은 세계 1위이고, 발전용 석탄은 세계 2위다. 석탄은 철광석(772억 호주달러)에 이어 호주의 2대 단일 품목 수출 품목이다.

올해 9월 호주 산업부 통계에서 호주산 제련용 석탄 수출은 세계 1위로 집계됐다. 제련용 석탄의 주요 소비국은 중국 59%, 인도 10%, 러시아 7%, 유럽연합(EU28) 5%, 일본 5%, 한국 4% 등이다. 톤당 수출 가격이 제련용의 약 절반 수준인 발전용 석탄은 세계 2위다. 발전용 석탄의 주요 소비국은 중국 55%, 인도 14%, 미국 8%, 남아공 3%, 인도네시아 3%, 일본 2% 순이다.

보수정권의 정책 기반이 이들 원자재 수출산업이다보니 모리슨 내각은 기후변화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호주는 지난해 9월 시작된 산불이 올해 2월에야 종료되는 최악의 산불 사태를 겪은 바 있다. 6개월동안 최소 33명이 숨졌고 1100만㏊이상의 산림이 불에 탔고. 코알라를 비롯한 야생 동물도 10억 마리 이상 죽는 피해를 입었다.

모리슨 정부는 산불사태중 기후변화와 산불의 연관성을 인정하고, 미흡한 초기 대응에 대해 사과하기까지 했다. 그 이후 탄소배출량 감축에 대한 로드맵을 내놨지만 시민단체의 요구에는 크게 못미치는 미온적인 수준에 그쳤다.

●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은 호주동아일보 편집국장, 호주한국일보 발행인을 역임했고 현재 한호일보 편집인으로 재임중이다.  한국에서 외대를 졸업한 후 호주 맥쿼리대학원에서 경제학(석사)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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