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부족'으로 '반전세' 확산...'월세대란'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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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부족'으로 '반전세' 확산...'월세대란' 이어지나
  • 손희문 기자
  • 승인 2020.10.23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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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월간주택 동향 발표
서울, 지난달 아파트 월세지수 101.2... 집계 이후 처음
전문가 "서울에서 밀려나는 사람 생길 가능성도"
서울 시내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손희문 기자]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 상승률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월세대란’이라는 볼멘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세 매물이 급감에 따라 시장에 남은 매물마저 호가가 높아지면서 급등한 전셋값에 놀란 수요가 반전세·월세로 몰리고 있다.

월세 급등에는 새 임대차법의 영향이 크다는 시장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현재 상황에서 겪어야 할 ‘과도기’"라는 단호한 주장을 보이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이 최근 발표한 월간주택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01.2로 8월에 비해 0.8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2015년부터 조사하고 있는 월세지수는 매년 기준점을 바꾸는 데, 현재는 2019년 1월 서울 아파트 중형(전용면적 95.9㎡)이하 월세 평균가격을 100으로 기준 삼아 표본 조사한 지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 9월이 되기 전까지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변동폭이 0.1포인트를 넘긴 적이 없었다”며 “0.8포인트의 변동률을 보였다는 건 월세 시장이 이전과는 구조적으로 달라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이 통계에서 9월 월세지수가 101을 넘긴 것도 지난 2015년 12월 집계 이후 처음으로, 이전까지는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변동폭이 0.1포인트를 넘긴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월셋값 상승은 개정된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지난 7월 말 이후 본격화됐다는 게 KB측 설명이다. 

높아지는 전셋값이 이제는 월세를 자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월세대란’... 결국 높아진 전셋값이 문제?

마포구 대흥동 P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2달 전 임대차법 시행 당시 임대차시장에서 월세로의 급진적인 전환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제는 그 전환이 점점 현실화되는 것 같다"며 "찾는 손님들도 비싸진 전셋값에 월세나 반전세를 고려하는 상담이 종종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비해 반전세 물건은 전체의 5~10% 가량 늘었고, 전세 가격이 오른 상황을 기피하지만 월세도 부담되는 사람을 중심으로 문의가 늘었다‘고 말했다.

반전세는 전세를 원했던 세입자가 차선책으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다. 다달이 높은 금액을 내야하는 월세보다 유리할 수 있는 조건이다. 그렇지만 공급자인 집주인 입장에서는 저금리 등으로 전세로 수익을 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제약조건이 없다면 반전세를 놓기보다는 월세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서울 종로구 홍제동에서 4년째 전세로 거주하고 있다는 H씨(33)는 "당장은 괜찮지만 2-3년 후 전셋값이 어떻게 될 지가 걱정”이라며 "지금이야 갱신권(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시장상황을 들어보면 가까운 미래에 전세매물은 더욱 잠길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어 그는 ”5년 내로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목표인데, 전셋값이 뛰고 매물이 없어진다면 그 동안 저 같은 세입자에겐 월세 부담에 대한 걱정이 묵은 숙제로 여겨진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집주인 입장에서 저금리 등으로 전세를 놓는 메리트가 줄고, 세금 부담 강화, 임대차법 등이 ’월세 자극 심리‘를 키웠다고 보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업소의 알림판. 사진=연합뉴스

◆ '월세난민' 우려... "임대 공급부족 이대로는 안돼"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8월 서울의 전월세전환율을 조사한 결과, 4.9%로 7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만 최근 전셋값의 상승세를 고려하면 전환율이 소폭 하락한 것은 실질적으로 큰 효과가 없고 전세로 거주하는 것이 그만큼 더욱 어려워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기적으로 보면 임대차법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밖에도 전·월세 수요에 대한 공급부족이 이전부터 축적돼 빚어지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임대 시장에서 전세가 줄어드는 현상은 가속화할 것”이라며 “단기간에 월세시장 위주로 재편된다기 보다는 당분간 반전세가 조금 더 늘어나는 과도기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집값이 오르지 않거나 저금리가 장기화하는 등 여러 요인들이 겹쳐 결국 장기적으로는 우리도 선진국처럼 월세 중심으로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세입자들이 높아진 주거비 부담으로 외곽이나 지방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하며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 유도 뿐만 아니라 임대료에 대한 세액 공제를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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