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크리스마스…“지구가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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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크리스마스…“지구가 아파요”
  • 김인영
  • 승인 2015.12.25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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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고온, 토네이도, 홍수, 가뭄…지구 온난화로 인한 엘니뇨 강화 탓

 

아기 예수가 태어난지 2015돌을 맞는 크리스마스, 지구촌 곳곳이 이상기후에 시달리고 있다. 태초에 하나님이 창조하신 천지가 깊은 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북미에선 여름같은 성탄절을 보내고 때아닌 대형 토네이도가 붉어닥쳤다. 남미에선 폭우로 강물이 불어났다. 우리나라에서도 포근한 겨울을 보내며 꽁꽁축제, 빙벽축제와 같은 계절 축제가 무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과 인도는 앞이 보이지 않는 스모그에 시달리고 있다.

인류가 지구를 파괴한 탓이다. 관측이래 최대규모의 엘니뇨 현상이 발생한 것도 과도한 이산화탄소 배출로 지구 기온이 올라갔기 때문이고, 내년엔 그 반대의 라니냐가 온다고 한다. 산업혁명 이래 각국은 경쟁적으로 산업화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 지구는 파괴되고, 인류는 그 댓가를 치르고 있다. 이달초 파리에서 100여개 국가가 기후협정에 서명한 것도 더 이상 지구를 방치할수 없다는 절박감에서였다. 인류가 지구오염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자고 약속했다.

 

부활절 같은 미국과 캐나다 동부의 무더운 성탄절

○…미국 뉴욕에선 크리스마스 전날인 24일 오전에 수은주가 21도를 가리켰다. 이는 기상관측이 시작된 1871년 이후 가장 높은 기온이다. 종전 역대 최고 기온은 1996년에 기록된 17.2도다.

이상 기온에 뉴욕 시민들은 두툼한 겨울 코트 대신 반발 셔츠 등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택을 즐겼다. 뉴욕의 12월 평균 기온은 3도지만 지난 13일 센트럴파크 기온이 18.9까지 올라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아이스크림 업계는 겨울인데도 예년보다 증가한 매출을 반기고 있다.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 있는 벤 앤 제리의 대리점주인 제임스 힐리는 "날씨가 미쳤다"면서 작년 12월에 견줘 매출이 26% 늘었다고 귀띔했다.

▲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따듯한 겨울을 보내는 미국 동부지역에서 젊은이들이 웃통을 벗고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캐나다 동부 지역이 기록적인 겨울 고온 현상으로 '화이트 크리스마스' 대신 '그린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온타리오주 윈저의 낮 기온이 섭씨 15도로 70년 만에 기록을 경신한 것을 비롯해 오타와가 17도를 나타냈다. 또 퀘벡주 몬트리올도 16도로 치솟았다.

이맘때면 시민들로 붐비던 토론토 시청 인근 스케이트장인 네이선 광장이 물바닥으로 변하는가 하면 온타리오 주 곳곳의 스키장도 여름 시설을 유지, 운영하고 있다. 예년 때 같으면 한산하기만 하던 골프장이 때아닌 호황을 누려 이날 오타와의 한 골프장에는 140여명의 골퍼가 내장, 따뜻한 날씨 속에 라운딩을 즐기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때문에 시민들은 성탄절 인사로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즐거운 부활절'이라고 익살을 떨었다.

캐나다 기상당국은 이 같은 이상 기온에 대해 "슈퍼 엘니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중부엔 때아닌 겨울 토네이도

○…23일에는 강력한 토네이도가 미국 중남부 지역을 강타해 10명 이상이 숨지고 최소 40명이 다쳤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안긴 토네이도는 미국 아칸소,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테네시 주를 휩쓸었다.

미국 기상청은 강풍과 폭우, 강력한 소용돌이를 동반한 이번 토네이도에 대해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라고 선언했다. 미국 폭풍예보센터는 미시시피 주에서만 14개 이상의 토네이도가 발달했고,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1개가 막대한 피해를 안겼다고 발표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때아닌 강력한 토네이도의 원인으로 올겨울 북반구의 이상고온 현상을 주도하는 역대급 엘니뇨를 꼽았다. 엘니뇨로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대기 불안정으로 직결돼 토네이도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남미엔 물난리와 가뭄

○…남미 국가 곳곳에 물난리와 가뭄 등 이상 기후가 엄습해 주민들이 대거 대피했다.

아르헨티나 동북부 우루과이 접경지역인 엔트레 리오 주에는 집중호우에 따른 우루과이강의 범람으로 인근 거주민 1만여 명이 24일 피신했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향후 수 시간 내에 2만여 명이 추가로 대피해야 할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우루과이 강은 10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파라과이에서도 수주 간 비가 쏟아지면서 파라과이 강이 범람해 23일까지 수도 아순시온의 거주민 7만여 명이 대피했다고 재난당국이 밝혔다.

파라과이의 파라나 강도 위험 수위를 넘겨 저지대 난민촌을 위협하자 지역민들은 고지대로 피신해 천막생활을 하고 있다.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파라과이강의 수위는 1983년 이후 최고치인 7.2m에 달하고 있다.

▲ 23일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 인근 마을에 홍수가 나자 주민들이 마차를 이용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콜롬비아에서는 오랫동안 가뭄이 이어지면서 수력 발전마저 차질을 빚어 전기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콜롬비아 정부는 샤워 물을 아껴쓰고 공공건물이나 대형 쇼핑몰 등에 전기 사용을 절제해달라고 촉구했다.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등의 시내 거리에는 불을 밝힌 성탄절 트리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남미 지역에 가뭄과 물난리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는 것은 엘 니뇨(적도 해수면 온도 상승)에 따른 영향이라고 기상학자들은 보고 있다.

 

중국과 인도에선 강력한 스모그

○…25일 성탄절은 1977년 이래 38년 만에 맞는 보름달(럭키문) 성탄절이지만 중국에서 보름달을 보기는 쉽지 않게 됐다.

베이징 기상국은 이날 오전 6시30분(현지시간)을 기해 스모그 2급 주황색경보를 발령했다. 주황색경보는 공기질지수(AQI)를 기준으로 3일간 '심각한 오염'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리는 경보다.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上海)도 성탄절 아침을 스모그로 맞았다. 상하이 기상대는 이날 오전 5시41분을 기해 스모그 황색경보를 발령했다.

상하이시 환경보호국은 전력사용을 줄이는 한편 각 기업과 공장에 생산감축과 함께 오염물 배출량을 줄이고, 건설시공 현장에서 먼지를 날리는 작업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덤프트럭 운행도 금지됐다. 환경당국은 아울러 아동, 노인, 심장 및 폐질환자 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실내에 머물라고 당부했다. 또 차량운전을 줄이고 가급적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것을 요청했다. 실외 체육경기나 폭죽을 터뜨리는 일도 당분간 중단된다.

▲ 24일 인도 뉴델리 로디가든 공원에서 한 남성이 짙은 스모그 속에서 요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인도 수도 뉴델리 중심에 있는 인디아 게이트. 42m 높이의 거대한 상징물이 희뿌연 스모그 때문에 불과 100m 앞에서도 흐릿하게 보였다.

이날 뉴델리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 25㎍/㎥의 12배 가까이 되는 293㎍/㎥. 중국이 지난 7일 처음으로 베이징에 '스모그 적색경보'를 발령했을 때 PM2.5 농도가 평균 200㎍/㎥ 정도였는데, 이보다 심한 수준이다.

뉴델리는 이미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서 연평균 PM2.5 농도 153㎍/㎥로 세계에서 가장 오염이 심한 도시에 올랐다.

델리 고등법원이 이달 3일 "뉴델리 대기 오염은 가스실 수준"이라고 비판하며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라는 결정을 내린 뒤에야 델리 주정부는 자동차 홀짝제를 내년 1월1일부터 시범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방안을 겨우 내놓았을 뿐이다.

 

한국에서도 겨울 축제 무산

○…강원 홍천군의 대표 겨울축제인 '홍천강 꽁꽁축제'가 이상기후 때문에 전면 취소됐다.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 탓에 축제장인 홍천강에 얼음이 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4회째 맞는 홍천강 꽁꽁축제는 지난해는 5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 대표 겨울축제로 급성장, 위축된 상경기를 활성화했지만 예상치 못한 날씨에 취소되자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축제위원회는 이달 초부터 기후변화 및 얼음의 결빙상태를 점검했지만 얼음이 얼지 않은 탓에 축제 취소를 최종 결정했다.

한편 최근 포근한 겨울 날씨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예보에 따라 홍천강 꽁꽁축제 뿐 아니라 내년 1월에 예정된 산천어축제나 인제 빙어축제 등 겨울 축제장마다 앞으로 날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강원 홍천군의 대표 겨울축제인 '홍천강 꽁꽁축제'가 이상기후 때문에 전면 취소됐다. 최근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 탓에 축제장인 홍천강에 얼음이 얼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겨울철 산악인들이 기대하는 설악산 빙벽훈련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설악산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추위다운 추위가 없는 이번 겨울에는 공원 내 크고 작은 폭포들이 얼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해마다 수많은 빙벽동호인과 선수들이 몰려 빙벽등반을 즐기던 국내 최대 빙벽훈련장인 토왕성폭포를 비롯해 형제폭포와 두줄폭포 등 주요 폭포에는 찾아오는 훈련팀들이 없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빙벽동호인들로 겨울이면 북새통을 이루는 인제군 북면 용대리 매바위 인공폭포도 아직 얼음을 얼리지 못하고 있다.

설악산사무소는 "빙벽훈련이 가능할 정도로 폭포가 얼자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추위가 최소한 10일 이상은 이어져야 하는데 이번 겨울에는 아직 그런 날씨가 없어 폭포가 얼지 않고 있다"라며 "때문에 이번 겨울에는 현재까지 단 한 건의 빙벽훈련 허가도 해주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내년엔 초대형 라니냐 온다는데...

○…엘니뇨 현상이 이번 겨울에 정점에 도달해 사그러들면 반대 현상인 라니냐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농산물 작황에 더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올해의 엘니뇨는 1997~1998년 이후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팜유, 설탕, 유제품과 같은 농산품 가격 상승을 몰고 왔다. 엘니뇨의 소멸은 종종 반대되는 기상현상인 라니냐를 몰고 오며 라니냐는 엘니뇨 만큼 잘 알려져있지 않지만 농산품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 심각하다.

라니냐는 무역풍이 강해지면 발생하며 중동부 태평양의 해수면이 차거워지면서 세계적인 기상이변을 초래한다. 일본 기상당국에 따르면 지금까지 15회 엘니뇨 발생에 11회의 라니냐가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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