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NOW] 美 경찰 총격에 흑인 사망...대선 변수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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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NOW] 美 경찰 총격에 흑인 사망...대선 변수되나
  • 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 승인 2020.08.31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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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시카고서 '흑인생명도 중요하다' 대규모 시위
트렴프 법과 질서 vs 바이든 정의 강조
전당대회 마친 후 11월 대선...우세 없는 접전 양상
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오피니언뉴스=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미국 시카고 다운타운, 29일 오후 3시30분(현지시간). 이날 이 곳은 오후 5시부터 예정된 시위로 인해 상점들과 오피스는 일찍 문을 닫았다.

인근에 위치한 노스웨스턴 대학병원 응급실도 휴진에 들어갔다. 경찰들은 다운타운뿐만 아니라 시내 전지역에서 주요 상가를 중심으로 비상 대기했다.

그렇지 않아도 시카고에서는 지난주말 시내 곳곳에서 크고 작은 무차별 총기난사사고가 발생했다. 최소 53명이 총상을 입고 4명이 사망했다. 앞서 지난 10일엔 ‘경찰이 사람을 죽였다’는 거짓 정보가 대규모 폭동과 약탈로 비화한 바 있다. 최근 계속되는 흑인 인권항의 시위의 여파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4일 미국 위스콘신주 케노샤에서 경찰이 비무장 흑인을 수차례 총격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시위는 또다시 흑인 사회를 중심으로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사건 발생 다음 날인 23일 밤 방화와 상점 파괴가 발생하는 등 시위가 격렬해지자,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는 주 방위군 배치를 명령하고 한때 통행 금지령을 내렸다. 

미국 시카고 도심에서 29일 오후(현지시간) '흑인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 시위가 벌어졌다. 사진=NBC 5 Chicago 캡쳐.
미국 시카고 도심에서 29일 오후(현지시간) 경찰의 총격에 사망한 흑인을 애도하며 항의하는 '흑인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 시위가 벌어졌다. 사진=NBC 5 Chicago 캡쳐.

시카고에서 케노샤까지는 자동차로 불과 1시간 거리다. 시카고는 미국 중북부 흑인사회의 중심지이자 버락 오바마 전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날 시카고 시위는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변곡점이 될 수도 있었다. 

29일 오후 5시 30분부터 시작된 시위는 다행히 방화와 폭력으로 번지지 않고 무사히 끝났다. 경찰의 엄중 경계와 시위군중의 자제 덕분이다. 시카고 시민은 물론 전 미국인들이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이다.

특히 민주당은 한숨돌렸다. 그동안 위스콘신 시위대의 폭력과 경찰 예산삭감 논쟁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지율 상승의 기회를 제공할까 우려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태 이후 사건 발생지역인 미네소타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시위 이후 자행되는 방화와 약탈은 미국 사회의 큰 문제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미국사회의 화약고와도 같은 흑인들의 인권시위는 앞으로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지난 29일 오후(현지시간) 경찰들의 엄호 아래 경찰의 흑인 총격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NBC 5 Chicago 캡쳐.
미국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지난 29일 오후(현지시간) 경찰들의 엄호 아래 경찰의 흑인 총격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NBC 5 Chicago 캡쳐.

교외유권자 표심 잡기에 나서는 트럼프

인종차별 항의시위를 바라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 후보의 시각차는 크다. 

바이든 후보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사회적 격리로 인해 더욱 억눌린 불만이 표출한 것이라며 체계적 인종차별 해소와 경찰개혁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일부 도시에서 폭력사태가 빚어지지만 대부분 시위는 평화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의 폭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과 질서를 우선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연설 당시에도 백악관 바깥의 시위대를 향해 ‘폭력배’, ‘폭도’라는 거친 말을 서슴지 않았다.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책은 지지층 결집과 함께 대선 승부를 결정짓는 경합주, 그것도 대도시 주변 '교외 유권자'의 표심 확보를 겨냥했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지배적인 평가다.

미국은 유권자 표심을 크게 도시, 교외, 시골지역으로 구분한다. 도시는 상대적으로 진보 색채가 강한 민주당 지지세가, 시골은 보수 성향의 공화당 지지세가 우세하다. 중간 지대인 교외에는 주로 도시에 직장을 둔 대졸, 중산층 이상 백인이 많이 모여 산다.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강세지만 최근 민주당 지지가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의 폭력성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안정과 안전을 중시하는 교외 유권자의 표심을 노린 것으로 정치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실제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선 바이든 후보가 앞서지만 최근 그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특히 대선 승부처인 이른바 6개 경합주에서는 두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이다.

폭스뉴스는 8월 말 현재 바이든 후보가 경합 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고 있으나, 그 격차가 지난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앞서던 수준보다 더 적다고 보도했다.

여론조사결과는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상황이 언제든 변할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계속되는 흑인 인권시위가 11월 대선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 권영일 객원기자(미국 애틀랜타)는 한국외국어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했다. 1985년 언론계에 발을 내딛은 후, 내외경제신문(현 헤럴드경제신문)에서 산업부, 국제부, 정경부, 정보과학부, 사회부 기자를 거쳐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와 현재 애틀랜타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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