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혹스런 대우건설, 싱가포르에서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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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혹스런 대우건설, 싱가포르에서 무슨 일이?
  • 손희문 기자
  • 승인 2020.08.20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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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700억 규모 싱가포르 기간산업 수주
현지언론, 발주기관 공무원 뇌물혐의 체포 보도
대우건설 직원 2명도 관련 공무원과 금전거래
대우건설 "금전거래는 사실, 이번 수주건과 무관"
서울 종로구 을지로 일대에 위치한 대우건설 본사.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대우건설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손희문 기자] 지난달 말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이 발주한 약 2억 3900만 달러(한화 약 2700억원)규모 의 도시철도 공사를 수주한 대우건설이 현지 직원의 뇌물 수수 혐의로 곤혹스런 상황에 빠졌다.

더 스트레이트 타임스(THE STRAITS TIMES) 등 싱가포르 현지의 언론들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헨리 푸 융 티 LTA 전 부국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헨리 전 부국장은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건설사 관계자와 하도급업체로부터 120만 4000 싱가포르 달러(한화 10억원 이상)의 대출관련 비리 및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됐다.

싱가포르 언론은 헨리 전 부국장이 도박 빚에 시달려왔으며 LTA의 계약자, 하청업자로부터 돈을 빌리는 형태로 뇌물을 받았다고 밝혔다.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된 헨리 푸 융 티 LTA(싱가포르 육상교통청) 전 부국장. 사진=Channelnewsasia 캡처화면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된 헨리 푸 융 티 LTA(싱가포르 육상교통청) 전 부국장. 사진=Channelnewsasia 캡처화면

현지 언론은 헨리 부국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여섯 명 중 대우건설 소속 한국인 직원도 두 명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대우건설 직원 두 명이 헨리 전 부국장에게 5만 달러를 빌려주는 것처럼 꾸며 뇌물로 건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공교롭게도 대우건설이 LTA 공사 수주를 발표한 시점에 헨리 LTA 전 부국장이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체포돼 , '대우건설이 LTA 측에 뇌물을 준 것 아니냐'는 비리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결정적으로 헨리 전 부국장이 지난해 LTA가 발주한 공사를 특정 업체가 유리하게 수주하는 조건으로 3만 달러의 뇌물을 받으려는 행적이 드러나며 범죄행위가 발각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우건설 측은 이번에 체포된 헨리 부국장과 현지 직원들간 금전거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도시철도 수주건과 연관지을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우건설의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 직원 2명이 개인 간에 계약서 등 없이 금전을 빌려주고 받은 것 자체는 사실"이라면서도 "현재까지 조사 외에는 혐의가 확정되거나 유죄판결 등을 받지않아 판단하기에 이르다”고 밝혔다.

또 "싱가포르 당국에서는 헨리 전 국장 개인의 비리 문제에 더 초점을 맞춰서 조사하고 있다"며 "싱가포르 현지언론도 수주관련 비리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헨리 부국장은 유명한 도박광이다. 이전부터 LTA 내부 직원들과 공사 관련 업체 관계자들에게도 수 차례 돈을 빌려온 전력이 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LTA수주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며 “(헨리) 부국장은 작년까지 근무하고 퇴사했고, 수주는 올해 7월에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싱가포르라는 나라도 대외적으로는 이미지가 청렴할 지 모르지만 이번 사례는 그렇지 않은 공기업, 공무원 측의 비리에 따른 소위 갑질 행위가 드러난 것"이라며 "해외 현장에서 경쟁 입찰이 시작되면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발주처 고위직의 요구에도 우호적으로 응해야 하는 상황이 있는데 이런 상황으로 번지게돼 유감"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부패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에게 최대 10만 싱가포르달러(한화 약 8700만원)의 벌금형 또는 5년이하의 징역형을 선고한다. 불법행위가 정부 또는 공공기관과 연관될 시에는 각 행위에 대한 최대 구금 기간이 7년으로 연장될 수 있다. 

한편 대우건설은 1983년 싱가포르에 첫 진출한 이후 ▲칼랑-파야 레바 지하고속도로 ▲발모랄 콘도미니엄 ▲알렉산드라 뷰 콘도미니엄 등 총 8개 공사를 수행했다. 현재는 ▲우드랜드 복합의료시설(7억 5000만 달러 규모) ▲톰슨라인 T216 공구 공사(3억 5000만 달러 규모)를 수행중이다.

대우건설은 향후 싱가포르에서 발주 예정인 크로스 아일랜드 라인도 수주해 싱가포르를 베트남에 이은 동남아 대표 해외 전략 거점 시장으로 삼기위해 적극적 행보를 이어갔다. 이번 사건이 이미 수주한 공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대우건설은 이번 사건이 앞으로 싱가포르 건설 프로젝트 입찰시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필요시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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