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책이야기] 나를 위로하는 명대사, 정덕현 ‘드라마속 대사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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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책이야기] 나를 위로하는 명대사, 정덕현 ‘드라마속 대사 한마디...’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8.15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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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평론가 정덕현의 마음을 뒤흔든 드라마 속 명대사,그 내밀하고 사적인 이야기
유명 드라마 작가들이 쓴 추천사 실려...‘킹덤' 김은희 작가 “삶에 건네는 다정하고 따뜻한 이야기”
‘슬기로운 의사 생활' 이우정 작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콘텐츠를 사랑하는 평론가”라 극찬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이우정 작가는 정덕현 평론가를 “내가 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콘텐츠를 사랑하는 평론가”로 극찬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한 장면.사진=tvN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이우정 작가는 정덕현 평론가를 “내가 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콘텐츠를 사랑하는 평론가”로 극찬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한 장면.사진=tvN

[오피니언뉴스=강대호 칼럼니스트] 내가 궁금해하는 칼럼니스트가 나온 인터뷰 기사를 지난주에 접했다. 나는 글을 처음 쓰게 되었을 때 독자들이 많이 찾는 작가들이 쓴 글을 교과서 삼았다. 몇몇 매체에 칼럼을 쓰게 되면서는 다른 칼럼니스트가 쓴 칼럼을 많이 찾아보게도 되었다. 그중에서도 내게 공감을 많이 주는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가 있었는데 그가 책을 냈다고 기사는 전했다.

그 책을 쓴 저자는 대중문화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정덕현이다. 내가 영화나 드라마 혹은 방송 리뷰를 쓸 때 그가 쓴 글은 내게 참고서가 되었다. 평론이나 칼럼은 보통 날이 서 있게 마련인데 그가 쓴 글들은 좀 달랐다. 따뜻한 시선으로 분석을 하거나 비판을 하더라도 애정이 닮긴 듯했다. 읽으면 공감도 많이 되었다. 칼럼을 쓰는 후배로서 난 그가 궁금했다.

그가 이번에 쓴 책은 ‘드라마 속 대사 한마디가 가슴을 후벼팔 때가 있다’이다. 제목이 다소 긴데다 자극적이기까지 하다. 가슴을 후벼 파다니. 그 어떤 감정 표현이 이보다 격할 수 있을까. 드라마가 전파를 타고 허공으로 사라지더라도 등장인물이 내뱉은 어떤 대사는 가슴 속에 자리 잡을 때가 있다. 정덕현은 그 대사 속에서 자기 이야기를 떠올렸고 글을 썼다.

'드라마 속 대사 한 마디가 가슴을 후벼팔 때가 있다'.가나 펴냄.
'드라마 속 대사 한 마디가 가슴을 후벼팔 때가 있다'. 가나 펴냄.

저자 정덕현은 전업으로 글 쓰는 사람이다. 소설을 쓰고 싶어 국문학을 공부했고, 직장도 주로 글과 관련한 곳을 다녔다고 했다. 그러다 어느 연예 매체에 칼럼을 쓰게 된 게 20년 정도 되었다고.

인터뷰에서 인상 깊었던 그의 일과가 책에서도 여러 번 언급된다. 보통 저녁 9시부터 4시간 이상 TV를 시청한다고. 드라마나 예능을 막론하고 그 시기 그 시간에 방영되는 거의 모든 프로그램을 섭렵해야 한다고 했다. 요즘은 넷플릭스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해서 확인해야 할 콘텐츠는 더욱 늘어났다고.

아침이 돌아오면 약속된 칼럼을 어김없이 마감해야 한다. 정덕현은 오락을 위해서 혹은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TV를 보는 게 아니라 그것이 그의 업무인 것이다. 그는 연예 매체에 칼럼을 쓰기로 했을 때 처음에는 한 주에 한편을, 그러다 매일 한 편을, 지금은 하루에도 여러 편을 쓴다고 했다. 오후에는 전날 놓친 콘텐츠나 화제가 되는 콘텐츠를 다시 찾아본다고.

‘드라마 속 대사 한마디가 가슴을 후벼팔 때가 있다’는 정덕현이 드라마 속 대사에서 영감을 얻어 쓴 에세이들이다. 예를 들어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주인공 아버지가 주인공에게 “나처럼 살지 마라”라고 내뱉은 대사가 저자에게는 아버지의 삶을 떠올리는 방아쇠가 된다. 그리고 이를 글로 옮기는 식이다.

이 책은 드라마를 다루지만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대중문화 평론가 정덕현 혹은 칼럼니스트 정덕현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저자의 인생 여정이, 그의 부모나 자녀들 혹은 부인과 공유한 소소한 기억들이 책 곳곳에 담겨있다. 그 이야기들이 드라마 속 장면과 대사와 버무려져서 영상처럼 흐른다.

 

'낭만닥터 김사부'중 명대사. 본문 중.
'낭만닥터 김사부'중 명대사. 본문 중.

내가 이 책을 나오자마자 읽은 이유는 평론가 혹은 칼럼니스트로서 정덕현의 글쓰기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글 소재는 어떻게 찾고 주제는 어떻게 잡는지, 대상을 어떻게 분석하고 글은 어떻게 써나가는지. 저자가 콕 집어서 그렇게 쓴 내용은 없었지만 다만 정덕현의 글쓰기 원칙은 알 수 있었다.

삼십대에는 생존과 생계를 위해 글을 썼다. 그래서 내 의견이 틀리다는 반대의견들은 어떻게든 이겨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중략) 그렇게 사십대가 되면서 나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과연 이 시대에 누군가를 비판하고 평가하는 일이 가능할까 싶었다. 직업이 비판하고 평가하는 일이니 이런 생각은 내게 큰 딜레마로 다가왔다. 그 딜레마의 고민 끝에 나온 건 ‘단점’을 피하고 ‘일반화’ 보다는 이것은 나의 의견이라는 걸 드러내는 ‘구체적 진술’을 해야겠다는 결론이었다. (220~221쪽)

그래서 그는 평론에 쓰이지 않던 ‘아마도’ 같은 단어를 쓰기 시작했고, ‘~이지 않을까’하는 의문 제기를 하기 시작했다고. ‘객관성’이라는 명목으로 ‘일반화’를 하던 데서 벗어나 ‘정덕현’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 원칙 때문일까. 정덕현의 글은 많은 대중문화 비평 중에서도 눈에 띄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크게 공감한 이유도 그 원칙 때문이었다. 난 내가 쓴 대중문화 관련 글들을 다시 꺼내보았다. 글이란 게 다시 읽으면 단점만 보인다고 하지만 다시 쓰고 싶어지는 글들이 많았다. 단어와 조사를 바꿔서 문장을 가독성 있게 고치는 수준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분석과 의견을 바꾸고 싶을 정도였다.

내가 글을 쓰면서 갖고 싶었던 글에 대한 원칙을, 하지만 막연했던 것을 정덕현의 글에서 찾을 수 있었다. 아마도 그가 20년 이상을 매일 쓰면서 얻게 된 성찰이었을 것이다. 문법이나 문장의 구조는 배울 수 있고 어휘는 노력하면 쌓을 수 있다. 하지만 글을 쓰는 근육과 완성하는 힘은 기술로만 되는 건 아니다. 글쓰기는 잔재주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이 책에는 유명 드라마 작가들이 쓴 추천사가 여럿 실렸다. 정덕현의 글을 두고 ‘킹덤'의 김은희 작가는 “삶에 건네는 다정하고 따뜻한 이야기”라고 했고, ‘동백꽃 필 무렵'의 임상춘 작가는 지친 그에게 “동아줄이 되어 주는 글”이라고 했다.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이우정 작가가 쓴 추천사가 인상적이었다. “콘텐츠에 정답이란 없다. 하지만 정덕현의 글에서 가끔 정답을 찾곤 한다. 대중의 시선으로 명료하게 콘텐츠를 해석하는 사람, 단언컨대, 그는 내가 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콘텐츠를 사랑하는 평론가”라고 극찬했다.

사랑하는 대상을 직접 촬영할 때 그 피사체가 아름답게 나오듯이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글을 쓸 때 나쁜 글이 나올 수는 없을 것이다. ‘드라마 속 대사 한마디가 가슴을 후벼팔 때가 있다’에는 대중문화 평론가 정덕현이 사랑한 드라마와 그의 평생의 업 글쓰기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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