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h so! 베를린] 8월1일 코로나 데모, 생존의 조건에 대해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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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h so! 베를린] 8월1일 코로나 데모, 생존의 조건에 대해 묻다
  • 최수정 베를린 통신원
  • 승인 2020.08.08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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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일 베를린에 수만명이상 모여 데모 벌여
'경제적 어려움'빠진 베를리너 "아파 죽어나 굶어서 죽으나" 절규
시스템 잘 짜여진 독일도, 최악 경제난에 시민들 고통 호소 목소리
최수정 베를린 통신원
최수정 베를린 통신원

[오피니언뉴스=최수정 베를린 통신원] 베를린은 유럽에서 가장 젊고 뜨거운 도시이다. 그런 분위기에 알맞게 다양한 집회도 많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있고 그들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과 연대를 조직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는 코로나 충격

코로나 시대 독일에도 많은 제한조치들이 내려졌다. 지난 3월 17일부터 4주간의 모든 업무에 대해 록다운(이동제한조치)이 실시되었다. 관광업, 요식업, 문화산업 공연 금지 조치는 실로 무서운 것들이었다. 독일에서 생업을 꾸려야 하는 이들에게 매주, 매달 벌어들이는 수입은 그들의 생명줄이었다. 그것을 정부가 강제로 끊은 것이다. 물론 이것은 우리 모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메르켈 총리 또한 경제적 고려보다 앞서는 것이 건강에 대한 고려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것이 가져온 여러 가지 생활적인 피해는 간단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올해 5월 아비투어 시험(독일의 대학입학 종합자격 시험)을 봐야했던 학생들은 제대로 된 시험준비도 못한 채 시험을 보아야 했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으로 나왔다.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항의를 하는 등 혼란을 겪어야 했다. 독일에서 아비투어는 그 해 수능성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 따라다니는 자격증같은 것이다. 그 성적으로 대학입학을 하니 다른 해에 시험 본 학생들보다 이번 코로나 시기에 시험 본 학생들이 불이익을 입은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로 인한 피해는 이러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독일은 주거형태가 대부분 '월세'형태라 월급이 없으면 그 달치 월세를 못 내게 된다. 이것이 쌓이면 그냥 길거리 나앉아야 하는 것이다. 3월말부터 시작된 록다운 조치로 많은 자영업자들과 노동자들이 급격한 수입감소 또는 실업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정부지원이 있었지만 코로나19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사실상의 경제적 어려움은 여전하다. 이것은 비단 베를린만의, 아니 독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세계가 겪고 있는 가장 큰 위기 중 하나이다.

지난 8월1일 독일 베를린 시내 브란덴부르크 광장앞에서 실업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시민들 수만명이상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8월1일 독일 베를린 시내 브란덴부르크 광장앞에서 실업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시민들 수만명이상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사진= 연합뉴스

록다운 해제에도 경제 정상화 안돼

독일은 5월 6일부터 공식적인 록다운 해제를 실시하면서 7월에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업무를 재개한 상태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제대로 돌아가는 곳이 없다. 음식점도 테이크아웃만 하는 곳이 많다. 아니면 테이블 수를 줄이고 야간영업을 하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모든 형태의 업종에서 경제적 압박은 어느 때보다 높다. 독일이 코로나 방역을 잘 했다고 하지만 경제적 압박 앞에 태연할 수 있는 베를린 시민은 거의 없다.

“아파서 죽든, 굶어서 죽든 매 한가지”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하지마”라는 것만 가득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예술가, 자영업자, 심지어 의사까지 자력으로 이 시기를 버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코로나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모르겠지만 실제보다 더 과장된 공포가 우리 일상을 모두 파괴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다들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생명이 먼저인지, 생존을 위한 경제가 먼저인지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지가 않다. 질병이 단기간의 우리 생활을 제한하는 것은 참아낼 수 있지만 그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또다른 문제이다. 모이를 물어오는 새가 없는 둥지는 머지않아 굶어죽는 새들로 가득찰 뿐이다.

이 시기가 당장 8월 말에 끝날 것도, 아니면 9월에 끝날 것도 아니라면 경제가 생명보다 더 중요해질 수 있다.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지만 경제는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살아있는 자들을 살려낼 수 있는 것이다. 인정하기 싫은 이 기막힌 현실에 저항하는 자들이 바로 8월 1일 베를린 데모에 모인 것이다.

질병 아닌 굶주림으로 죽을까 두려움

동굴 밖 야수가 틈틈이 생명을 노리고 있는 와중에 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을 것이며, 누가 나가서 먹이를 물어올 것인가? 시스템이 잘 갖춰진 독일도 제2차 대전 이후 가장 힘겨운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8월 1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광장과 도로를 빼곡히 메운 독일시민은 다들 바보라서 거기 모인 것이 아니다. 동굴 밖 야수가 무서워 동굴에서 굶어 죽느니 자유를 호흡하고 자유로운 활동을 하다가 자신의 운명을 맞겠다는 선언인 것이다.

거기에 모인 사람들의 수를 가지고 누구는 2만 명 정도라고 하고 누구는 1백만 명 정도라고 한다. 2만 명이든 1백만 명이든 그들의 분명한 메시지는 “정부가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제 방문한 작은 아이 주치의의 격앙된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의사인 나도 월세를 내기 너무 힘들다. 베를린 시내 모든 사람들이 다 굶어 죽을 것 같다.” 코로나는 질병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왔지만 그 뒤에 뒤따르는 그림자는 '굶주림'이다. 우리는 질병으로 죽지 않고 굶주림으로 죽을 수 있다.

● 최수정 베를린 통신원은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박사과정에서 해양법을 전공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해양수산개발원에서 11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한 바 있다. 주로 해양환경, 국제수산규범, 독도영토분쟁을 포함한 유엔해양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Ach So!는 '아하!` 라는 뜻의 독일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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