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리포트] 지지율 하락 트럼프, 라틴계 통조림 홍보전략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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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리포트] 지지율 하락 트럼프, 라틴계 통조림 홍보전략 통할까
  • 권혜미 뉴욕 통신원
  • 승인 2020.07.1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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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라틴계 식료품업체 고야, 선거전에 끌어들여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인 라틴계 유권자 잡기 위한 트럼프 선거전략
민주당 "라틴계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 이용하다 역풍 맞을 것"
트럼프 고야 홍보 사진을 조롱하는 댓글에 한국 방역물품도 등장 
권혜미 뉴욕 통신원.
권혜미 뉴욕 통신원.

[오피니언뉴스=권혜미 뉴욕 통신원] 코로나 팬데믹, 경제 위기로 인한 실업율 급증, 흑인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서 촉발된 인종 문제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UCLA 대학과 데모크라시펀드(Democracy Fund)라는 단체가 지난 17일 발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55%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능력에 대해서 강하게 혹은 다소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반면 강하게 혹은 다소 긍정적다는 반응은 39%에 그쳤다. 지난 4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7% 포인트가 떨어진 것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대응과 인종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이 높아져 이 두 문제가 올해 11월 대선을 결정 지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율이 낮은 라틴계 유권자를 겨냥한 라틴계 식료품을 앞세운 정치 마케팅을 시작해 미국인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주 미국의 히스패닉 식품 브랜드인 고야 (Goya)의 우나뉴(Unanue) CEO가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열린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축복이고 나라를 건설하는 대통령” 이라고 그를 치켜세우는 발언을 하자, 라틴계인 알렌산드라이 오카시오 코르테즈 (Alexandria Ocasio-Cortez) 민주당 하원 의원이 소셜 미디어에서 고야 식품을 하수구에 버리는 동영상을 개시하는 등 불매 운동을 시작했다. 

미국에서 고야는 중남미 국가의 전통음식 등을 통조림으로 제조해 판매하는 기업으로 라틴계 이민자들은 물론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은 식료품업체다. 

최근 미국에서 흑인에 대한 구조적인 인종 차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강하게 떠오름에 따라 과거 인종 차별적이 였던 문화적, 역사적 인물들을 거부하는 문화 취소 (Cancel Culture) 운동이 소셜 미디어에서 큰 트렌드가되고 있다. 흑인 노예가 나왔다는 이유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사라지고, 남북 전쟁의 영웅 그랜드 장군의 동상이 공격 받았다. 이러한 극단적인 진보 진영의 움직임에 보수 층의 반발도 증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 백악관 집무실 책상위에 고야 통조림을 올려놓고 엄지를 들고 있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사진=트럼프대통령 SNS캡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 백악관 집무실 책상위에 고야 통조림을 올려놓고 엄지를 들고 있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사진=트럼프대통령 SNS캡쳐.

이러한 사회적 문화적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에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고야 식품의 상품을 두고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양손의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는 사진을 게재해 이러한 문화적 전쟁에 불을 지폈다. 또한 본인의 트위터에서도 “고야 식품은 최고다. 극단적 진보 주의자들의 공격이 역효과가 났다. 사람들이 고야를 엄청나게 팔아주고 있다”라고 썼다.  

백악과 보좌관이자 딸인 이방카 트럼프도 본인 인스타 그램에서 고야를 홍보하는 사진을 개제해 공인 신분으로 상업 브랜드를 홍보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사진=이방카 인스타그램 캡쳐.
사진=이방카 인스타그램 캡쳐.

지지율이 빠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라틴계 식품의 대표라 할 수 있는 고야 식품에 대한 지지를 표시 함으로써 라틴계 표 단속을 위해 확실한 문화적인 전선을 그은 것이다. 

최근 정치적 올바름 (Politically correct)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타고 성별에 따라 스페인어의 명사형이 라티노(남성형) 혹은 라티나(여성형)라고 부르는 대신 성별이 없는 라틴스 (Latinx)로 부르는게 유행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고야 브랜드 홍보를 시작한 까닭은 이런한 진보계의 움직임에 거부감을 느끼는 히스패닉 보수 유권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선거 캠페인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고야 식품은 최고다. 극단적 진보 주의자들의 공격이 역효과가 났다. 사람들이 고야를 미친듯이 팔아주고 있다”라고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사진=트럼프 트위터 캡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고야 식품은 최고다. 극단적 진보 주의자들의 공격이 역효과가 났다. 사람들이 고야를 미친듯이 팔아주고 있다”라고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사진=트럼프 트위터 캡쳐.

민주당의 바이든 진영에서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라틴계에 인기가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애를 쓴다고 무시하고 있다. 과거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버니 센더스 후보 진영의 라틴계 유권자 전략을 담당한 척 로차 (Chuck Rocha)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야 광고는 웃음 거리일 뿐이라며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트럼프 대통령의 고야 홍보를 조롱하는 밈으로 가득하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라틴계 미국인들에게 정서적으로 가장 밀접한 음식과 문화를 대표하는 고야의 콩 통조림을 라틴계가 제일 싫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전하는 행위는 분노를 이르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전략을 돕고 있는 로차(Rocha)는 이번 고야 사건이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 실패, 멕시코 등 남미 이민자에게 가혹해진 이민 정책,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로 크게 타격을 입을 푸에르토 리코 재건에 무관심을 보여 마음이 떠나간 라틴계 유권자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여론 조사를 살펴보면 지난 대선 대비 트럼프 대통령은 히스패닉 유권자들 사이에서 선방하고 있다. 퀴니팩 대학 (Quinnipiac University)이 지난 수요일에 발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히스패닉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38%의 지지를 받아 지난 2016년 대선 보다 10% 포인트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45%의 지지를 받은 바이든에 10% 포인트 뒤쳐지는 숫자이다. 

공화당 출신 플로리다 전 부 주지사인 카를로스 로페즈 칸테라 (Carlos Lopez-Cantera)은 고야 브랜드가 워낙 히스패닉 계 사이에서 정서적으로 중요해서  민주당이 고야 불매 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라틴계 유권자를 전문으로 여론 조사를 하는 매트 바레토(Matt Barreto)는 라틴계에게 중요한 브랜드를 자신의 선거에 이용함에 따라 유권자들을 화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범한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고야 브랜드를 어떻게 바라보는 지 심리를 전혀 모른다면서, 얇게 마음을 사려고 하는 행위일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미국의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인 래디트(Reddit)에서는 16일 트럼프 대통령의 고야 홍보 사진과 한국에서 2주동안 코로나 방역 기간 동안 정부가 제공하는 구호 용품을 비교하는 글이 올라와 6만 7000개의 코멘트가 달리는 등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야 통조림을 홍보하는 사진을 조롱하기 위해 한국 정부의 성공적이고 훌륭한 코로나 방역 대응책의 일환으로 지급되는 물품 사진이 소환되어 미국 네티즌들의 폭팔적인 관심을 끌게됐고, 이에 한국 브랜드 이미지만 좋아지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 권혜미 뉴욕 통신원은 콜럼비아 대학원에서 조직 심리를 전공한 후 뉴욕에서 부동산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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