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영국에서는 왜 마스크를 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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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트렌드]영국에서는 왜 마스크를 쓰지 않을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7.12 0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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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의 모호한 지침에 마스크 착용률 현저히 낮아
정부 공식 지침에도 "마스크 착용이 당신을 보호하지 않는다" 언급
전문가들 "마스크, 옷처럼 필수품 돼야"
영국 시민들이 글래스고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영국 시민들이 글래스고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코로나19의 재확산 추세가 가팔라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많은 나라의 경우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경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평소 마스크를 잘 착용하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자 "마스크에 대찬성"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영국 역시 마찬가지다. 영국에서는 지난 6월 중순부터 대중교통 이용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실제로 런던 버스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같은 움직임을 전하며 "영국 정부의 명확하지 않은 지침이 혼란의 원인이 됐다"고 평가했다. 

FT에 따르면, 지난 9일 마지막으로 업데이트된 정부 공식 가이드라인에서는 '몇몇 상황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예방 차원에서는 약간의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되어있고, "증거에 따르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당신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등 모호한 표현이 담겨있다. 

옥스퍼드 대학의 멜린다 밀스 교수는 "정부가 지침에서 언급하는 '마스크 착용이 당신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어디에서 나왔는지에 대해 우리에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며 "상충되는 메시지는 대중들이 그들의 행동을 바꾸는 것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FT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코로나19에 대한 불안이 완화됐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영국 시장조사 기관인 입소스 모리가 지난달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대한 영국인들의 두려움은 오히려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벤 페이지 입소스모리 최고경영자(CEO)는 "정부의 혼란스러운 메시지가 (영국인들의 두려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7일 노벨 화학상 수상자이자 영국 왕립학회 벤키 라마크리슈난 회장이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행위는 음주운전과 같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라마크리슈난 회장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영국인들의 마스크 착용률은 25% 수준. 이는 이탈리아(83%), 스페인(63%)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그는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천 소재 마스크 만으로도 의료용 마스크의 50~100%에 달하는 차단 효과를 낼 수 있고, 구강 미생물 70~80%를 막아낼 수 있다"며 "공기 중 미세입자 또한 50% 걸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뉴노멀 시대에 마스크는 마치 옷처럼 필수품이 돼야 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 없는 장소에서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일을 음주운전에 비유하기도 했다. 

라마크리슈난 회장은 "과거에는 술을 마시고 집에 운전해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오늘날 그런 행위는 반사회적인 것으로 여겨진다"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일도 이처럼 금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FT 역시 "국회의원들이 공공장소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행위가 아직 금기시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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