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덕분에' 제로페이 결제액 급증...카드사와 '형평성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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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덕분에' 제로페이 결제액 급증...카드사와 '형평성 논란'도
  • 유호영 기자
  • 승인 2020.07.02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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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유호영 기자] 중소벤처기업부는 2일 모바일 간편결제 시스템인 '제로페이' 누적 결제액이 5000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가맹점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제도의 취지에 대해선 누구나 공감하지만 시중 카드사와의 형평성 논란은 여전한 상황이다. 

중기부는 동행세일에 힘입어 지난 1일 기준 제로페이 누적 결제액이 5017억50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제로페이 결제액은 지난해 한 해 동안 768억원으로 저조했으나 올해 4월부턴 매월 1000억원 이상이 결제되고 있다.

제로페이 가맹점 또한 지난 6월말 기준 56만9000개로 지난해 말 32만4000개 대비 7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제공=중소벤처기업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더딘 성장세를 보이던 제로페이가 때아닌 특수를 누리는 배경엔 역설적이게도 코로나사태가 자리잡고 있다.

◆정부 코로나 지원정책 힘 입어 제로페이 급성장

지난 5월 정부는 코로나사태 극복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카드사에는 마케팅 자제 권고를 내렸다. 문제는 서울시가 관여하는 제로페이가 아무런 눈치를 보지 않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사용자를 끌어 모았다는 점이다.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정부와 카드사 간 업무협약식에서 "정부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지원금 신청 유치를 위한 지나친 마케팅 활동을 자제해주길 당부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카드사들은 커피쿠폰, 상품권 등을 제공하려고 했던 이벤트를 줄줄이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카드사들의 마케팅 취소에도 불구하고 제로페이를 운영하는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은 홈페이지·블로그·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재난지원금 신청과 관련한 각종 혜택을 내놨다.

재난지원금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신청하면 총 1만5000명에게 추가적으로 1만원 지급, 지역사랑상품권 인증샷 이벤트 추첨을 통한 상품 지급 등을 내놨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의도에 따라 계획된 마케팅을 취소했지만 (제로페이 등) 특정한 업체는 보란듯이 마케팅을 이어가더라"며 "서울시 등 일부 업체에만 특혜를 주는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코로나19 피해지원을 목적으로 500억원 규모의 서울사랑상품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 상품권을 지역 내 제로페이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고 이를통해 제로페이는 성장의 발판을 만들 수 있었다.

서울사랑상품권은 한때 최대 할인율이 20%에 달한다는 입소문을 타며 이용자가 급증했고 급격한 예산 소진을 불러와 할인율이 10%로 조정되는 헤프닝까지 발생했다. 

◆ 제로페이Vs카드사, 형평성 논란...'기울어진 운동장'

업계에선 이러한 제로페이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2018년 처음 도입될 때부터 우려됐던 부분이었다고 지적한다.

카드사 관계자는 "제로페이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가 사기업인 VAN을 대신해 가맹점 모집과 가입 홍보업무까지 대행해준다"며 "시중 카드사의 경우 자체적인 영업비용으로 해결해야할 부분들이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솔직히 정부는 시장이 공정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감독하는 심판이어야 되는데 갑자기 선수로 같이 뛴다고 하니 형평성 논란이 생길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소비위축으로 이어지며 카드사들의 영업악화가 가시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로페이의 급성장까지 겹치며 카드사들이 느끼는 위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용카드·체크카드·선불카드 등 지난 4월 전체 카드 승인금액과 승인건수는 각각 69조원, 17억7000만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5.2%, 3.7% 감소했다. 앞선 3월의 경우 승인금액은 전년 동월 대비 4.3% 줄어들며 2005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자료제공=중소벤처기업부,여신금융협회

지난 5월 재난지원금 효과로 카드승인액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5.3% 증가하며 두 달만에 증가로 돌아섰지만 업계 내 위기감은 여전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지난 2분기엔 재난지원금의 영향으로 어느 정도 실적을 방어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가 재확산 되며 3분기에 또 다시 소비가 급감했던 시기로 회귀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큰 상황"이라며 "비용절감, 사업다각화 등으로 활로를 찾고 있지만 추후에 제로페이 중심의 결제 기조가 활성화 된다면 수수료 수익 악화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제로페이가 코로나사태 극복을 위한 정부지원정책을 등에 업고 급성장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서울시가 제로페이를 통한 여러 할인 혜택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앞으로 이용자가 급증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로페이의 결제금액의 65%가 8억 이하의 연매출을 올리는 소상공인이고 이들의 결제 수수료가 모두 0%인데 8억이라는 기준조차 모호하다"며 "영세,중소,특수,대형 등으로 수수료 구간이 세분화 되어 있는 카드사와 기준을 우선적으로 통일해 형평성 논란을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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