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두고 또 충돌..미·중 갈등 심화되나
상태바
홍콩보안법 두고 또 충돌..미·중 갈등 심화되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6.30 1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홍콩보안법 통과..미국은 홍콩 특별지위 박탈로 대응
깊어가는 미·중 갈등에 미 기업은 물론 세계적 영향 클 듯
중국이 희토류를 보복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도 제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중국의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30일 오전 '홍콩국가보안법(이하 홍콩보안법)'을 통과시켰다.

미국 역시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박탈하고, 추가적인 조치도 검토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홍콩의 자유를 박탈하는 중국 정부의 결정으로 인해 홍콩에 대한 정책 역시 재평가했다는 것이 미국 측 입장이다. 

홍콩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양국에 흐르는 냉각기류가 세계 다른 국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中 홍콩보안법 통과..7월1일부터 시행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이날 오전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키고 7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갈 것임을 밝혔다.

홍콩보안법은 외국세력과 결탁,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중국과 홍콩의 일국양제(日國兩制, 한 국가 두체제)가 훼손되고, 중국이 합법적으로 홍콩 내정에 간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초 홍콩보안법 위반자에 대한 최고 형량은 10년 징역형일 것으로 예상된 바 있으나, 심의 과정에서 최고 종신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보다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환구시보는 전날 '조만간 법이 통과될 확률이 99.9%'라고 보도하는 등 홍콩보안법의 통과는 사실상 이미 예정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홍콩보안법 통과가 예상되자, 그간 홍콩보안법에 대해 강하게 반대해 온 미국은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박탈하고 나섰다. 

29일(현지시간)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수출 허가 예외 등 홍콩에 특혜를 주는 미국 상무부의 규정이 중단됐다"며 "추가 조치도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역시 "홍콩의 자유를 박탈하는 중국 공산당의 결정으로 인해 홍콩에 대한 정책을 재평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에 근거해 홍콩이 충분한 자치를 하고 있을 때 중국 본토와는 달리 특별 무역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에 근거해 홍콩은 수출관세와 투자, 비자 발급은 물론 기술 공유에 있어서도 중국 본토와는 다른 특별한 대우를 받아왔다. 

미 국무부는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검증해 홍콩이 누리는 경제·통상 특별지위 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27일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고도의 자치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해 홍콩의 특별지위 유지가 어려울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미국, 홍콩 특혜 박탈 시작

주요 외신은 미국이 홍콩에 대한 국방물자 수출을 중단하고, 첨단 제품에 대한 홍콩의 접근을 제한하는 등 홍콩에 대한 특혜를 없애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미 상무부는 4억3270만달러(약 5200억원) 규모의 홍콩 수출품에 대해 특혜를 적용한 바 있는데, 대부분이 암호화 기술, 소프트웨어, 첨단기술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홍콩에 대한 국방 물자 수출을 중단하고, 홍콩에 대한 민·군 이중용도 기술의 수출 중단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가 지난해 홍콩 수출을 승인한 국방 물자 및 서비스 규모는 약 240만 달러(약 29억원) 상당이며, 이 중 140만달러(약 17억원)가 수출됐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이와 함께 미국 정부는 중국 전현직 간부들의 비자를 제한할 것임을 밝혔고, 중국 역시 홍콩 문제와 관련해 악질적인 미국인에 대한 비자 제한 조치를 발표하며 강경 대응했다. 

홍콩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깊어지자, 홍콩 내에서도 불안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홍콩 내에서도 민주화 운동을 이끌어온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이 홍콩보안법 직후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내 목소리가 당장 들리지 않아도 국제사회가 계속해소 홍콩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자유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길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웡은 스스로 홍콩보안법 제정시 가장 먼저 중국 당국에 체포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번 조치가 장기적으로 홍콩 내 저항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며 "당분간 불안정성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역 규모 작지만 영향력 클 듯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미국의 전체 수출 중 홍콩에 대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2%에 불과하다. 수출 규모는 크지 않지만, 홍콩은 미국의 몇 안되는 무역수지 흑자국 중에서도 가장 흑자 규모가 큰 국가다. 

반면 홍콩의 대미수출 450억 달러 중 실제 홍콩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은 중국 생산품이며, 이미 중국의 대미 수출품과 같은 고율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상태다. 

이같은 점을 감안할 때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은 중국보다는 미국이 받는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메리 러블리 미 시러큐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CNN 기고를 통해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은 중국보다 미국에 더 큰 상처를 준다"고 밝혔다. 

러블리 교수는 "특별지위 박탈은 상징에 불과하고, 미국이 홍콩 수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다 하더라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홍콩 경제는 제조 상품이 아닌 금융, 물류, 서비스 등으로 이뤄져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해당 조치로 인해 홍콩에 기반을 둔 미국 기업의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세계 각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앨런 듀폰 코그노센티 컨설팅그룹의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간 갈등은 양국의 상호 의존성을 감안할 때 잠재적으로 매우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세계 2차대전 말기의 미국과 소련 간 지정학적 갈등보다도 세계적으로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 

그는 "미국과 소련의 갈등이 지정학적이었던 것에 비해 현재 미국과 중국이 세계 각국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며 "양국의 갈등으로 인한 파장은 '승자독식'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아 잠재적으로 매우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세계 전역의 공급망 체인과, 비즈니스 및 금융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장시성의 희토류 광산. 사진=연합뉴스
중국 장시성의 희토류 광산. 사진=연합뉴스

희토류, 미·중 갈등 새로운 뇌관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의 카드로 희토류를 사용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희토류는 반도체나 스마트폰, LED 전기,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4차산업 전반에 필수적인 원료로 알려져 있다. 현재 중국은 전세계 희토류 생산의 81%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기업들 역시 필요한 희토류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상원 에너지자원위원회는 지난 24일 광물 공급망과 국가안보를 주제로 청문회를 열었다. 조 맨친 민주당 의원은 희토류에 대해 과거 1970년대 아랍국가들이 서방으로의 수출을 막았던 '원유'에 빗대기도 했다. 1970년대 원유를 정치적 무기로 사용했던 것처럼, 중국이 희토류를 통해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의 사이먼 무어스는 중국이 미국으로의 희토류 수출을 막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냐는 질문에 "지금 우리가 논의하는 중요한 광물의 일부라도 중국이 장기간 차단하게 되면, 미국 경제에는 재앙이 될 것"이라며 "중국의 위협은 날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호라이즌 어드바이저리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희토류를 미국과의 무역분쟁을 포함해 서방국가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지렛대로 인식하고 있다"며 "중국의 희토류에 대한 독점적인 위치는 글로벌 시스템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서는 "중국은 희토류를 통한 경제적 이익에는 관심이 없고, 희토류 산업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길'로 보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WSJ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자국 내 희토류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미국의 유일한 희토류 채굴시설에 대한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며, 텍사스에도 새로운 공장 건설을 위해 보조금을 지원할 것임을 밝혔다.

희토류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비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중국은 지난 2010년 일본과의 센카쿠열도 분쟁 당시에도 희토류의 일본 수출을 중단한 바 있다. 당시 희토류 없이 전자제품을 생산할 수 없었던 일본은 중국에 굴복했으나, 이를 계기로 희토류 공급처를 다변화하기도 했다. 한 때 90%에 달했던 일본의 중국산 희토류 비중은 2012년 기준 49.3%로 급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