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조심스런 '제약·바이오' 투자확대 속내는
상태바
SK그룹, 조심스런 '제약·바이오' 투자확대 속내는
  • 변동진 기자
  • 승인 2020.05.11 1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약·바이오 자회사 IPO 준비 박차
제약, 해외 혁신기술 투자까지
벤처사에 주요 투자자로 참여
최태원 회장,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목
SK바이오팜 연구원들이 의약품 연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SK바이오팜
SK바이오팜 연구원들이 의약품 연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SK바이오팜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SK㈜가 항체 의약품 혁신기술 선점을 위해 해외 바이오 벤처기업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산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제약·바이오가 보건안보에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 육성산업이라는 당위성이 드러난 만큼, 그룹 내에서도 최태원 회장 주도하에 업무 혁신·신규 사업 발굴·투자 전략 등을 치열하게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주사, 싱가포르·중국 바이오 벤처에 잇단 투자

SK㈜는 11일 약 80억원 규모로 진행된 싱가포르 ‘허밍버드 바이오 사이언스(이하 허밍버드)’ 투자모집에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허밍버드는 지난 2015년 프랑스계 글로벌 제약사인 사노피 출신들이 설립한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미국 휴스턴에 임상개발센터를 두고 있으며, 항체신약 개발의 핵심인 최적의 항체를 발굴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체 의약품이란 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항원의 작용을 방해하는 체내 면역 단백질이다. 부작용이 적고 약효가 뛰어나, 대형 제약사들이 앞다퉈 개발하는 대표적인 고부가 바이오 의약품이다.

다만 특정 부위에만 선별적으로 결합하는 ‘최적의 항체’를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아 긴 연구기간과 실험 시간이 필요하다.

허밍버드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해 항체가 결합하기 가장 좋은 부위를 선별하고 선정된 부위에만 결합하는 기술을 갖고 있어 기존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의료·제약업계로부터  받고 있다.  미국 텍사스 암예방 연구소(CPRIT)로부터 지난해 2월 1300만달러 규모 연구비를 지원받았고, 8월에는 영국 암 연구소가 항암 신약후보 물질 임상 1상 비용을 지원해줬다.

앞서 SK㈜는 지난해 10월 약 900억원 규모로 진행된 중국의 바이오 벤처 ‘하버바이오메드’ 투자에도 참여했다. 당시 싱가포르투자청(GIC), 레전드캐피탈 등도 공동 참여했다.

허버바이오메드는 사노피와 존슨앤드존슨 등 세계적 제약사와 하버드 의대 출신 전문가들이 2016년 설립했다. 현재 항암과 면역질환 치료용 항체 의약품을 개발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바이오사이언스 직원들과 화상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바이오사이언스 직원들과 화상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SK㈜

SK, 제약·바이오 투자 왜…최태원 회장 ‘사회적 가치’와 연관

SK그룹이 제약·바이오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는 이유는 관련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성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시장조사 업체인 이벨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바이오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8년 2430억달러(약 290조원)에서 2024년 3880억달러(약 470조원) 수준으로 연평균 8%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제약·바이오산업은 국민건강, 보건안보 등과 떼어놓을 수 없다는 특수성이 있다. 이는 최태원 SK회장의 경영 기조인 ‘사회적 가치 추구’와도 맥이 닿는다.

최 회장은 지난달 27일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 구성원들과 화상으로 만나 “코로나19가 확산될수록 백신 개발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커질 수밖에 없다”며 “개발에 대한 관심이 압박감으로 다가와 힘들겠지만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SK가 추구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 추구 차원에서 여러분이 속한 지역의 어려움이 없는 지 살펴봐 달라”면서 “우리의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텐데 그 대상이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강력한 포트폴리오 앞세운 SK바이오팜, 내달 IPO 추진

SK그룹의 제약·바이오 육성 의지는 계열사 포트폴리오(신약후보물질)에서도 나타난다.

가장 큰 성과를 꼽자면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다. 해당 약물은 SK㈜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의 신약으로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판매허가 신청(NDA) 등 전 과정을 독자 수행해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승인을 받았다. 이 같은 성과는 국내 기업 중 SK그룹이 최초다.

‘세노바메이트’는 미국 시장에서 ‘엑스코프리’라는 이름으로 출시를 앞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3월 FDA로부터 시판허가를 획득한 수면장애 치료제 ‘수노시(성분 솔리암페톨)’는 파트너사 재즈파마수티컬스가 같은 해 7월부터 미국에서 판매 중이다.

SK바이오팜은 이같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내달 IPO(기업공개)에 나선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K바이오팜의 적정 시가총액을 5조원 안팎으로 추정한다. 이는 올해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 중 최대 규모다.

SK그룹 관계자는 “제약·바이오는 그룹에서 중요한 성장동력 중 하나로 선정하고 지속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라며 “이에 대한 최 회장 의지도 분명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제약·바이오와 연결돼 있는 관계사는 향후 일하는 방식부터 신규 사업 발굴, 투자 전략 등을 치열하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회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삶의 질(Quality of life·QOL)’이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따라서 제약·바이오를 비롯한 QOL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와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은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