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돈찍어내기 급급...코로나19로 美연준 역할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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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돈찍어내기 급급...코로나19로 美연준 역할 더욱 커졌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4.2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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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연준, 중앙은행 역할 새로 쓴다"
채권 매입 대상 범위도 확대...특정재원채 매입도 검토 중
잇따른 자산매입에 연준 대차대조표 작년 4조달러서 올해 10조달러로 늘어날 듯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 사진=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연준)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라는 위기에 미국의 실업자가 순식간에 치솟는 등 경제가 빠른 속도로 위축되자 연준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경제 구원투수로 나섰다.

연준의 적극적인 대응에 언론에서는 연준이 중앙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새로 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같은 연준의 움직임에 주목하며, 향후 연준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공황 때나, 세계 2차대전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위기 속 적극적인 연준

연준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경제 방어에 나섰다. '극한의 바주카', '전시상황과 맞먹을 정도'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과감하고 속도감이 있었다. 

과감한 연준의 대응은 현재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연준은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각) 2조3000억달러(약 2800조원)에 달하는 유동성 공급책을 발표한 바 있는데, 27일에는 그 대상범위를 더욱 확대했다.

지방정부 유동성기구(MLF) 지원대상으로 당초 인구 200만명 이상의 카운티, 100만명 이상의 시가 발행한 채권을 매입 대상으로 했으나, 새로운 대출 프로그램에서는 인구 50만명 이상의 카운티, 25만명 이상의 시로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매입 채권 만기 역시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당초 미국 50개 주와 워싱턴 DC를 포함해 총 76개 지방정부가 발행한 채권에 국한됐으나, 매입 범위를 261개 주, 도시, 카운티로 확대했다. 

이와 함께 특정재원채 매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정재원채란 도로 등 기반시설 확충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발행되는 지방채를 의미한다. 앞서 연준은 비상기구를 설치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소규모 기업들과 가정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시했고, 심지어 정크본드까지 사들이겠다고 한 바 있다. 

WSJ은 "연준은 중앙은행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있다"며 "경제 방어를 위해 기업과 주, 도시에 돈을 빌려줌으로써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돈을 빌려줄지, 그 돈을 되돌려받기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등을 고려하는 오래된 금기를 깨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학자들은 연준의 적극적인 자산 매입으로 인해 대차대조표 규모가 지난해 4조달러 미만에서 올해는 8조~11조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2배이며, 미국 연간 경제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규모다. 대공황이나 2차 세계대전때보다도 비중이 훨씬 커진 것이다. 

'붕괴'라는 책의 저자로도 유명한 애덤 투즈 컬럼비아대학교 교수는 "연준은 전례없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통제할 수 없는 난관 속에서도 연준은 그들이 해야 하고, 또 열심히 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는 듯 하다"고 설명했다.

커지는 연준 역할.. 우려의 목소리도 

일각에서는 연준의 적극적인 행보에 우려의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연준이 취하고 있는 일부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해 대중의 불만이 커질 경우 오히려 중앙은행의 권위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오크트리캐피털의 하워드마크스는 "파산이 없는 자본주의는 지옥이 없는 카톨릭과 같다"며 "참여자들이 건전한 '상실 공포'를 가질 때 시장은 가장 잘 작동한다"고 말했다.

연준이 행하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자산 매입과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제레미 스타인 전 연준 이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재무부와 연준의 대처는 적절한 조치였으나 다시 되돌리기는 어려웠다"며 "아마 지금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저금리 정책과 달러를 찍어내고 있는 것에 대해 인플레이션 초래 가능성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으나,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가능성이 낮다고 말한다. 

그는 "경기가 회복되고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된다면, 연준의 정책들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만일 그렇다 하더라도 연준은 그것을 이겨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과 옐런 전 의장은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입을 모은다.

벤 버냉키 전 의장은 "만일 연준이 과감하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연준의 위치는 더욱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 전 의장 역시 "이것이 연준이 존재하는 이유"라며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 상황 속에서 긴급 지원에 나서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축하는 이들에게는 역차별?

CNN은 저축을 선호하던 일부 보수적인 투자자들이 연준의 행보를 보면서 위험자산으로 뛰어들 가능성을 지적했다. 연준이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주식시장을 주시하며 대응을 하는 것은 은행 예금을 선호하는 보수적 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역차별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 

인캐피털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패트릭 러리는 "연준은 주식시장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며 "그들은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부의 영향에 대해 걱정하며 주식시장이 고꾸라질 때 적극적으로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시장의 경제 침체 위기가 더 높아지면서 저축률은 오히려 높아진 상태다. CNN에 따르면, 현 시점의 미 전역 저축률은 8.2%로, 2019년 말 7.5%보다 높은 상황. 하지만 저축한 이들에게는 평균 0.1% 수준의 이자만 지급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보수적인 투자자들, 혹은 위험을 감수할만한 여유가 없는 사람들마저 주식시장과 회사채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패트릭 러리는 "이같은 상황은 은퇴를 앞둔 이들에게 더욱 힘든 상황을 만들고 있다"며 "무(無) 위험 자산은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연준은 오는 28~29일 FOMC 정례회의를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제로 수준의 현 금리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이 31명의 경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0%는 연준이 제로 수준의 금리를 얼마나 유지할지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경제학자들은 연준이 보다 구체적인 경제 전망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구체적인 정책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았으나 이와 관련한 명확한 설명도 요구되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연준이 제로 금리를 최소 오는 2023년까지 유지하고, 대차대조표도 10조 달러 이상으로 불릴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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