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타다처럼 정치권이 개입?...배달의민족 "즉각 사과"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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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타다처럼 정치권이 개입?...배달의민족 "즉각 사과"가 남긴 것
  • 변동진 기자
  • 승인 2020.04.06 16:5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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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 배민 대표 "점주들에 죄송…즉각 서비스 개선책 마련"
배민 "주문 독점하는 '깃발 꽂기' 고치려...영세업조에 더 도움"
소상공인연합회 “월매출 3천만원인데 수수료 174만원...횡포” 주장
총선 앞두고 정치권 곧바로 가세...경기 지사, 공공 배달앱 개발 공언
민간 사업분야, 툭하면 공공서비스로 경쟁 시도...사업 의욕 위축
배달의민족 배달원. 사진=연합뉴스
배달의민족 배달원.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배달의민족이 매출 건당 수수료를 부과하는 요금체계인 ‘오픈서비스’ 도입하자, 소상공인들로부터 사실상 수수료를 인상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처럼 양측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정치권까지 직접 개입하면서, 정치논리로 경제논리를 재단하는 ‘제2의 타다’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모바일 딜리버리 서비스 앱(어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이달 1일부터 성사된 주문 1건당 5.8%의 수수료를 업체로부터 받는 ‘오픈서비스(정률제)’를 도입했다. 기존 수수료 체계인 ‘울트라콜’은 광고 1건당 월 8만8000원을 받는 정액제였다.

배민이 이처럼 수수료 시스템을 바꾼 것은 울트라콜 방식에 '깃발꽂기' 논란이 많은 문제를 일으켰던 것. 1개의 업체가 돈을 지불하고 여러개의 울트라콜을 사용, 배달의민족 모바일 앱 화면을 독식하게 되고, 이는 주문까지 독식하는 식으로 이어지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영세업소들의 피해 목소리가 컸다.

이에 우아한형제 측은 ‘오픈서비스’를 도입해 울트라콜 사용을 3개 이내로 제한하고, 앱 화면 노출도 하단으로 옮겼다. 그러면서 전체 입점 업주중 52.8%는 비용 부담이 줄어들게 됐다고 회사 측은 주장했다.

배달의민족의 오픈서비스 도입에 따르면 일부 업장의 앱 화면 독식 개편 내용. 사진=배달의민족
배달의민족 앱 화면에서 일부 업장은 앱 화면에 여러 개를 노출, 화면을 독식하는 횡포를 부렸다. 사진=배달의민족

◆매출 높은 업장 "오픈서비스, 수수료 폭증 횡포 부려"

하지만 소상공인과 관련 단체는 우아한형제가 수수료를 더 챙기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며 크게 반발했다.

예를 들어 울트라콜을 3~4건 사용하면 한 달에 26만~35만원을 내면 됐지만, 오픈서비스 시행 이후 월 매출 1000만원인 업소는 한 달에 58만원을 내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이유에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월매출 3000만원을 올리는 업체의 경우 기존 26만원(울트라콜 3건 사용 기준)보다 670% 인상된 174만원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며 "한 명 분의 인건비나 임대료 수준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으로 엄청난 부담”이라고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경기도 용인 지역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A(34·남) 씨는 “우아한형제들의 수수료(5.8%)뿐 아니라 부가세(0.58%), 카드·결제망이용료(주문 금액의 각각 3% 수준)까지 포함하면 우리가 부담해야 할 수수료는 9~10% 수준”이라며 “여기에 갈수록 상승하는 임대료와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매장을 운영하기 너무나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재명 경지기사의 배달의민족 규제 방안. 사진=이재명 경기지사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경지기사의 배달의민족 규제 방안. 사진=이재명 경기지사 페이스북 캡처

◆정치권까지 가세...공공 배달앱 만들자?

우아한형제들과 입점업체 점주의 갈등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여당과 정부가 직·간접적 개입해 해결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당사자 간 상생안을 모색하기에 앞서 정치권이 나서자 일각에서는 ‘제2의 타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는 “이같은 갈등은 현재 자유시장 체제, 이른바 수요와 공급에 맞춰 수수료를 조정하면서 앱 개발·운영사와 점주 간 상생방안을 수립하는 과정”이라며 “정치권이 나서는 것은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행위로 비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있고 민간이 할 영역이 있는 것 아니냐”며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공공 배달앱을 개발하면 이를 소비자들이 이용하고 민간은 위축되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소비자들의 편익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공공부문의 개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재웅 전 소카 대표는 지난달 6일 타다 운영을 사실상 불허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일명 타다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쏘카 대표에서 물러나고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한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배달의민족 독점을 막기 위해 공공 배달앱을 개발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지사는 강임준 군산시장과 통화해 ‘배달의 명수’ 상표 공동사용을 동의받았으며, 관련 전문가 추천과 도움을 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대표에게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 측 김남준 비서실장은 그러나 공공 배달앱 개발 및 운영 재원 마련 방식에 대해서 “아직아직 정해진 거 없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과 더불어시민당 이동주 비례대표 후보도 지난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가 끝나는 대로 중소유통상인 보호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경기 수원정 후보도 수원시와 협의해 가맹점의 가입비‧수수료‧광고료를 없애 소상공인의 부담을 낮춘 ‘더불어앱’ 출시를 약속했다.

정치권 지적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다. 현재 국내 배달앱 시장의 점유율은 배달의민족(56%)과 요기요(34%)와 배달통(10%)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는 지난해 배달의민족 지분 87%(4조8000억원)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 국내 시장을 독점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딜리버리히어로(DH)의 인수합병에 대해 엄격한 독점심사를 통해 수수료 인상, 일방적으로 업장에 대한 불리한 조항 신설등 독점 횡포를 철저히 차단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김범준 대표 “세심한 배려 부족…즉각 개선책 마련”

정치권까지 나서 배달의민족을 압박하자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6일 입점업체 점주 및 소상인단체와의 갈등에 대해 사과하면서 오픈서비스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광고 노출과 주문을 독식하는 ‘깃발꽂기’ 폐해를 줄이기 위해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지만,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진 상황 변화를 두루 살피지 못했다”면서 “영세업소와 신규 사업자일수록 주문이 늘고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는 개편 효과에만 주목하다보니 갑자기 비용이 늘어나게 된 분들의 입장은 세심히 배려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이어 “즉각 오픈서비스 개선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점주들의 입장을 경청하고, 각계의 의견에도 귀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오픈서비스 도입 후 증가한 입점업체의 비용을 지난주와 비교하면 비용부담이 늘어난 업주와 줄어든 업주의 비율은 거의 같다”면서 “관련 데이터가 축적되면 향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더불어 “지난달 발표한 월 최대 15만원 한도 내에서 3, 4월 수수료의 절반을 돌려주는 정책을 확대해 이번 ‘오픈서비스 비용’은 상한을 두지 않고 금액의 절반을 돌려줄 것”이라며 “불공정한 깃발꽂기 문제를 해결과 합리적인 요금 체계 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개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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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이어서 2020-04-07 01:24:46
좋은 앱 잘 만들어 많은 이들이 사용하게 되었지만 수수료인상에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지 못해서 그들도 "즉각사과" 한거 아닌가요? 여기에 타다가 왜 연관검색어로 나와야 하는 거지?

꺄우뚱 2020-04-07 01:18:53
기사 제목만 보면 마치 배민이 피해자라도 되는 듯한 뉘앙스네요. 기사 내용은 배민을 둘러싼 주변 시각 등 길게 쓰여져 있지만, 그래서 제목에 나온 "즉각사과" 가 남긴 것은 뭐랍니까? ... 편리한 앱 개발하여 많은 이들 사용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