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환율 전망] 美 유동성 공급 확대에도 '달러 약세' 쉽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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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환율 전망] 美 유동성 공급 확대에도 '달러 약세' 쉽지 않을 듯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4.05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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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경제 불확실성에 달러 강세
미국‧유럽 코로나19 확산세 계속
경제지표 부진…달러 수요 높일 듯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유동성 공급 정책에도 ‘강(强) 달러’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키운 탓이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약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키울 전망이다.

5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3일 원‧달러 환율은 1230.9원에 거래를 마쳤다. NH투자증권은 이번주 환율 예상밴드로 1200원~1270원을 제시했다.

◆ 연준의 유동성 공급에도 달러 강세

연준이 달러 유동성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달러 가치는 여전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앞서 연준은 지난달 31일 긴급성명에서 오는 6일부터 최소 6개월간 임시 레포기구(FIMA Repo Facility)를 설치, 각국 중앙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앙은행은 FIMA를 통해 미국 국채를 담보로 제공하고 현금(달러)을 빌려 갈 수 있다.

자료=서울외환시장
자료=서울외환시장

그러나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지난달 31일 99.00(종가 기준)에서 이달 3일 100.58로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즉 연준의 유동성 공급 정책이 달러 가치를 끌어내리지 못한 셈이다.

연준의 유동성 공급 정책은 이미 시장의 기대를 넘어섰다. 물론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지만 달러 유동성 경색을 완화시키기에 충분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무엇보다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사태가 달러 가치를 밀어올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연준의 유동성 정책 효과에 대한 기대감보다 크다는 분석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 악화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며 “연준의 유동성 공급은 수급적으로 달러 약세 요인이지만 아직 달러의 방향성 전환을 이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책 효과는 달러화의 추가 강세 압력을 제한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미국 재무부가 경기 부양책을 위해 막대한 재정증권(T-bill‧단기 채권)을 발행, 달러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재무부가 발행한 채권이 달러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이다. 연준의 통화정책처럼 재정정책 유동성도 시중으로 방출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또 미국 외 국가에서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만큼 단기간 내 달러의 약세 전환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악화된 경제지표…달러 수요 자극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점도 강 달러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안전자산인 달러는 불황 시 수요가 늘어나면서 경기에 역행하는 특성을 지닌다.

주요국 재정‧통화정책 공조에도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되고 있다. 지난 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투자은행(IB)‧경제연구소 38곳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2.5%로 올 1월 3.1%에서 급속도로 낮아졌다. 전일 신용평가사 피치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1.9%로 제시, 역성장을 예고했다.

이달 들어선 코로나19 사태로 악화된 주요국 경제지표가 발표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달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한 미국‧유럽 등의 경제지표가 줄줄이 나오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경제지표 둔화 속도가 빠르고 그 폭도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지난달 넷째주 665만건을 기록, 전주 330만건에서 두 배이상 늘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앤드류 헌터 연구원은 “지난달 고용 감소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기록한 최악의 수준”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생각보다 빨리 경제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한 시장의 공포심은 달러 매수세를 부추기며 원‧달러 환율 하락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템퍼스의 존 도일 딜링·트레이딩 부사장은 “영국‧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부진한 경제지표가 발표되고 있다”며 “어디든 서둘러 움직이려고 한다면 안전한 피난처는 미국 국채와 달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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