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증권 등 非은행 대출 검토”...'자금시장 경색' 덜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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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증권 등 非은행 대출 검토”...'자금시장 경색' 덜어줄까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4.0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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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제공=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제공=한국은행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한국은행이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비(非)은행 금융기관에 대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증권사 등에 직접 자금을 공급, 신용 경색을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일 오후 간부회의에서 회사채‧기업어음(CP) 시장 등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한 뒤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 대출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통상 한국은행은 은행 또는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시장 안정을 지원한다. 예외적으로 한국은행법에선 금융기관의 신용공여가 크게 위축되는 등 자금 조달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금융통화위원회 의결로 비은행 금융기관에 여신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회사채 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극도로 위축돼 있다. 특히 파생결합상품에 대한 헤지(위험회피)를 자체적으로 하는 증권사들이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추가 증거금 요구(마진콜)를 받으면서 CP를 쏟아내 단기자금시장이 불안이 확대된 바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당장 2분기 만기를 맞는 회사채와 CP 규모는 각각 8조9000억원, 11조4000억원이다. 올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는 20조6000억원, CP 규모는 15조4000억원으로 모두 36조원 규모다.

이중 우량등급 회사채(AA등급 이상)와 CP(A1등급) 규모가 25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채권시장안정펀드 규모(20조원)와 시장 수요를 고려할 때 우량물 차환은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비우량등급 회사채·CP 규모도 11조원에 달한다. 

한국은행은 우선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와 국책은행 매입 프로그램(산업은행 8조4000억원·기업은행 3조9000억원)으로 차환 발행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총재는 “지난 1일 채권시장안정펀드가 가동된 데 이어 2일 한은의 전액공급방식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이 시작됐다”며 “회사채 만기 도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시장의 자체 수요와 채권시장안정펀드 매입 등으로 (회사채) 차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과 국제 금융시장의 상황 변화에 따라 회사채 시장 등 국내 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한국은행의 판단이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으로선 비상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둬야 한다”면서도 “법에서 정한 한국은행의 권한 범위를 벗어나거나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성 지원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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