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지분 경쟁’…한진칼, 계속 사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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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지분 경쟁’…한진칼, 계속 사도 될까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4.0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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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 연합, 지분 추가 매입...임시 주총 개최 가능성 거론
누가 50.1% 지분 먼저 확보하나...투자포인트는 '경영권' 분쟁뿐
“코로나19로 항공업황 우려”...델타항공, 투자부적격 강등도 변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부터). 그래픽=연합뉴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그래픽=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장기화로 한진칼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조원태 회장과 그에 맞서는 ‘3자 연합’의 지분 확보 경쟁이 계속되면서 유통주식 수가 감소한 가운데 매수세가 몰리는 탓이다.

당분간 양측의 의결권 대결 구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황은 향후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3시 4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진칼은 전 거래일 대비 6700원(8.52%) 내린 7만41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전일 9.02% 상승분을 그대로 반납한 셈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12월 30일 종가(4만원)와 비교하면 올 들어 주가는 85.25%나 급등했다. 주주총회 전일인 지난달 26일 종가보다도 68.22% 오른 수준이다.

◆ KCGI, ‘한진’ 팔아 ‘한진칼’ 샀다

‘3자 연합’을 이끄는 KCGI가 지난 1일 한진칼 지분 확보 소식을 전하면서 주가를 재차 끌어올렸다. 이날 KCGI는 산하 투자목적회사를 통해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한진칼 주식 총 36만5370주(지분율 0.62%)를 장내 매수했다고 밝혔다. KCGI의 한진칼 지분율은 19.36%로 높아졌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6.49%), 반도건설(16.90%)의 지분을 더하면 3자 연합의 지분율은 42.74%다.

앞서 3자 연합은 지난해 주주총회 명부 폐쇄일 이후에도 한진칼 지분을 늘리면서 경영권 분쟁 장기전을 예고한 바 있다. 예상대로 주주총회에선 ‘완패’했다. 조 회장 사내이사 연임을 막지 못했고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의 이사회 진입도 좌절됐다. 그럼에도 일단 최대한 많은 지분을 확보, 임시 주주총회 등을 통해 경영권을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KCGI는 한진 지분이라는 실탄을 갖고 있다. 지난달 25일 한진 주식 59만9816주를 주당 2만5290원, 총 152억원에 블록딜로 넘겼다. 주주총회 이후 한진칼 주식을 매집하는 데에도 이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남은 한진 지분도 61만8030주에 달한다. 시장에선 앞으로도 KCGI가 한진 주식을 팔아 한진칼 지분을 사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자료=한국거래소
자료=한국거래소

3자 연합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반도건설도 계열사 대출 등 자금 여유가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상장사 15% 이상 보유 시)를 받고 있어 지분 추가 매집에 대한 걸림돌도 사라질 전망이다. 다만 반도건설은 허위 공시로 오는 9월까지 한진칼 지분 중 5%를 초과하는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

상대적으로 조현아 전 부사장은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넉넉지 않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한진칼 지분을 담보로 한 대출이다.

◆ “의결권 대결 측면에선 주가 상승 가능”

3자 연합은 지분율 목표치를 공개하진 않았다. 이미 조 회장 우호세력을 바짝 따라 잡았다. 임시 주주총회나 차기 주주총회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선 의결권 있는 주식 지분을 과반 이상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KCGI를 방어하려는 조 회장 입장에서도 우호지분을 50% 넘기려 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조 회장 본인 지분(6.52%)을 포함한 조 회장 측 지분은 ▲델타항공(14.90%)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 ▲정석인하학원 등 특수관계인(4.15%)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 등(3.79%) 이다.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 연임에 손을 들어준 국민연금(2.92%)과 카카오(1% 내외), GS칼텍스(0.25%), 한일시멘트(0.39%) 등도 조 회장 측으로 분류된다. 이들의 지분 변동이 없고 조 회장 지지 의견이 변하지 않을 지분율을 모두 더하면 최대 45.70%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양 측 모두 차기 주주총회에서 패배할 경우 보유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며 “앞으로 ‘의결권 50.1%’를 먼저 확보하려는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커 차기 주주총회까지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분 확보 경쟁 속에 한진칼 주가는 큰 폭으로 움직일 전망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의결권 확보 경쟁 구도가 유지되는 한 한진칼 주가 변동성은 높게 유지될 것”이라며 “한진칼 주가가 하락한다면 단기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진칼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양 측의 지분 확보 경쟁이 주춤할 수도 있다. 특히 줄어든 유통주식 수가 관건이다. 산술적으로 조 회장 우호세력 지분율과 3자 연합의 지분율을 합치면 88%에 달한다. 사실상 유통 주식수가 12%에 불과하다. 기관투자자 지분을 제외하면 실제 거래되는 주식은 10% 미만일 것으로 추측된다.

의결권 대결 기대감에 주가가 급격히 오른다면 지분을 늘려야 하더라도 가격 부담이 커진다. 또 경영 참여 목적이 없는 우호세력 입장에선 주식을 내다 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앞서 카카오의 경우 지난달 한진칼 지분 일부를 처분해 차익을 실현, 지분을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 불황…주가에 부담

장기적 시각에선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 항공업이 침체된 점도 한진칼 기업가치를 낮추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주회사로서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지분 29.96%를 비롯해 진에어(60%), 칼호텔네트워크(100%)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항공업 위기에 이들 기업이 충격을 받으면 한진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한진칼 투자는 경영권 분쟁 측면에서만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실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한진칼 주가가 급등하는 동안 항공주(株)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1일 종가 기준 올 들어 33.86% 하락했고 진에어(-28.10%), 아시아나항공(-37.13%), 제주항공(-37.50%) 등도 떨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항공업 타격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포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항공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국내선 항공 여객수는 174만명으로 1997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지 못했다. 올 1월 1062만명에서 2월 550만명으로 쪼그라든 데 이어 지난달엔 그 반토막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대한항공의 국제선 운항 횟수는 90% 가량 감소했고 보유 여객기 145대 중 100여대가 운항하지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 적자는 기정사실화했다. 특히 이처럼 항공사가 비행기를 못 띄우는 상황에선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갚아야하는 차입금이 4조3542억원에 달한다.

조 회장이 유휴자산 매각 등 자본 확충 방안을 발표했지만 유동성 위험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올 상반기 항공 여객 수요가 회복되기 어려운 탓이다. 외부 자금조달 역시 여의치 않아 정부의 지원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선 델타항공 역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탓에 한진그룹 지분 대결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델타항공의 신용 등급을 투자 부적격 등급인 ‘BB’로 두 단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산업은 고정비 부담이 높아 매출이 급감하면 대규모 영업손실을 떠안아야 한다”며 “단기자금시장의 유동성이 위축되면서 항공사들의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자의 끝이 보이지 않아 밸류에이션 바닥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항공사 자체적인 유동성 확보 노력만으로는 시장의 불신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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