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렸던 ELS‧DLS, 지금이 투자 적기?...위험요인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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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츠렸던 ELS‧DLS, 지금이 투자 적기?...위험요인도 여전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3.27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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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주가지수 고점 대비 급락...향후 녹인 진입 가능성 낮아져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그래픽=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그래픽=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완화되면서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 투자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ELS의 주요 기초자산인 주요국 주가지수 등이 저점을 지나는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녹인(knock-in) 구간에 접어든 상품 투자자들은 중도 환매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ELS 발행액은 지난 1월과 2월 각각 6조7608억원, 6조9562억원을 기록한 뒤 이달 3조6216억원으로 급감했다. DLS 발행액 또한 1월 1조2943억원, 2월 9042억원이었으나 이달 483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ELS‧DLS 시장이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 일정 조건만 충족하면 수익…중수익‧중위험 상품으로 주목

ELS는 가입기간 기초자산 가격이 정해진 수준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통상 6개월마다 돌아오는 상환 조건을 달성하면 조기 상환을 할 수 있다. 예컨대 3년 뒤 만기일에 유로스톡스(Stoxx)50지수가 최초 기초자산 평가일 수준의 60% 이상이면 연 5% 수익을 낼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기상환 조건이 낮아지는 스텝다운형 구조라면 6개월마다 돌아오는 평가일에 유로스톡스50지수가 최초 평가일 수준의 90%‧85%‧80%‧75%‧70%‧65% 수준이라면 조기상환을 할 수 있다. 조기 상환이 안 되면 만기까지 ELS를 보유해야 한다. 각 ELS마다 가입 기간과 기초자산 종류‧수, 조기상환 조건 등은 모두 다르다.

다만 가입기간 중 한 번이라도 녹인(knock-in‧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하면 원금을 날릴 위험에 처한다. 당장 원금을 잃는 건 아니지만 만기 때 기초자산이 정해진 조건을 만족하지 않을 경우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다. 녹인은 대개 기초자산이 최초 평가일 수준의 35%~50% 수준에서 결정된다.

ELS는 저금리 시대 중수익‧중위험 파생상품으로 주목받았다. 연 2%에 불과한 은행 금리 이상인 연 5% 전후 수익을 내면서 주식보다 위험도가 낮다는 특성 때문이었다. 조기상환 조건을 달성할 경우 단기에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

◆ 대표적인 기초자산 모두 낮은 수준…투자 기회 될 수도

이달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주요국 증시 주가지수가 동반 폭락하면서 ELS 매력이 높아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주가지수가 ‘바닥’ 수준이라면 그만큼 녹인 구간 기준이 낮아지기 때문에 원금 손실 부담이 적어진다. 조기상환 조건을 달성하기도 수월해진다. 소비자 입장에서 주가가 충분히 떨어져 향후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 ELS에 가입해 안정적인 수익을 노릴 수 있다.

이달 하순 들어 주요국 경기 부양책에 주가지수가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고점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ELS는 대부분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비롯해 유로스톡스50지수,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일본 닛케이(NIKKEI)225지수, 코스피200지수 등 5개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다.

지난 26일 종가 기준 홍콩H지수(9447.56)는 1년간 고점 대비 20.5% 하락했다. 유로스톡스50(2847.78)과 스탠다드앤드푸어스500지수(2630.07)는 고점 대비 각각 26.4%, 22.5% 하락했다. 닛케이225지수(1만8664.60)는 22.6%, 코스피200지수(229.34)는 25.4% 하락한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주요국 주요지수가 오를 때 ELS에 관심을 갖지만 중장기적 시각에선 이럴 때 오히려 하락 위험이 있다”며 “주가지수의 절대적 수준이 낮아졌을 때 가입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녹인이 부담스럽다면 녹인을 없앤 노 녹인(no konck-in) 상품을 고려할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처럼 일시적으로 주가가 ‘반토막’ 나더라도 조기상환 평가일과 만기 때 일정 수준 이상으로 회복되면 수익을 낼 수 있다. 녹인 상품보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ELS와 구조는 비슷하나 기초자산의 범위를 주가지수 외 원자재, 환율, 금리 등으로 확장한 DLS도 마찬가지다. 기초자산 가격이 더 이상 하락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투자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다만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원금 손실 논란 등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데다 주요국증시 동반 폭락으로 파생상품 투자심리는 여전히 위축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위험으로 여겨졌던 상품들이 고위험 상품으로 인식되면서 소비자들이 비슷한 상품 가입을 꺼려하고 있다”며 “또 올초 글로벌증시 상승기에 파생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최근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하는 등 섣불리 권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이미 녹인 구간 진입한 상품 다수…중도 환매 여부 고심

아울러 이달 주요국증시 주가지수와 국내유가 급락으로 녹인 구간에 진입한 ELS‧DLS 투자자들은 중도 환매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국내 주요 증권사 16곳이 이달 주가지수나 개별종목 주가, 유가 하락으로 녹인 구간에 진입했다고 공지한 상품은 1000개에 달한다.

특히 올초까지만 해도 미‧중 무역분쟁 완화와 글로벌 경기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주요국증시가 동반 상승 곡선을 그렸고 ELS‧DLS가 다시 주목받았다. 국제유가 또한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이 주저앉으면서 상품들이 줄줄이 녹인 구간에 들어선 것이다. 

물론 손실이 확정된 건 아니다. 대부분 상품 가입 기간이 2년~3년이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 그 사이 조기상환 평가일과 만기 시점에 기초자산이 회복돼 조건을 충족한다면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는다. 반면 중도 환매를 할 경우 당장 원금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한 예로 지난 11월 한때 원금 100% 손실 위기까지 갔던 우리은행의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F 상품이 2.2% 수익률을 확정한 바 있다. 당시 기초자산 평가일에 독일 채 10년물 금리가 기준점(-0.3%)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DLF는 DLS를 담은 펀드 상품이다.

업계에선 급히 유동성을 확보해야하는 상황이 아니고 만기 시점까지 기간이 많이 남아 있다면 중도 환매보다는 보유를 추천하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녹인 구간 진입이 아니더라도 당장 조기상환이 어려워지다 보니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는 것 같다”이라며 “처음 가입 때부터 만기 시점까지 유지하겠다는 생각이었다면 중장기적 시각에서 중도 환매 조건과 만기 시점 조건을 비교해 판단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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