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CEO 베조스, 폭락 직전 주식 34억달러어치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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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CEO 베조스, 폭락 직전 주식 34억달러어치 매각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3.25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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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최고 수준이던 2월 초 약 4조원 규모 주식 팔아
미 경영인과 정치권 인사들도 급락장 초반 주식 매각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MGM 회장도 보유주식 대거 팔아
"투자자 보호해야할 대주주, 약세장 부추겨" 비판도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사진=연합뉴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가 지난달 초 34억 달러(약 4조1700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아 급락장에 따른 대규모 손실을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조스를 비롯한 미국 기업 경영진은 물론 미 상원의원들도 급락장 초기에 주식을 대거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베조스는 뉴욕증시가 급락세를 보이기 직전인 지난달 초 34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베조스의 아마존 지분 3%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그가 과거 12개월 동안 매각한 것 중 가장 큰 규모다.

만일 그가 지난 20일까지 주식을 들고 있었다면, 대략 3억1700만달러(약 3800억원)의 잠재적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급락 직전에 주식을 팔아 잠재적 손실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WSJ은 베조스가 내부 정보를 근거로 주식을 매각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도했다.

통상적으로 미국 경영진들은 연초 세금 납부 등을 위한 현금 확보를 이유로 연초에 일정 부분 지분을 매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급락장 직전, 혹은 급락 초기에 주식을 매각한 것은 비단 베조스 뿐만은 아니었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지난 달 14일 2500만 달러(약 307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각해 930만 달러(약 114억원)의 잠재적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IHS마킷 CEO인 랜스 우글라는 지난 달19일 4700만 달러(약 577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각해 1920만 달러(약 236억원)의 잠재 손실을 면했다. IHS마킷은 이와 관련, 사전 계획에 따른 주식 매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아 주가가 급락하자 보유 지분을 매각한 경우도 있다.

MGM리조트인터내셔널의 짐 머렌 회장은 지난달 19일과 20일에 걸쳐 장중 최고가로 2220만달러(약 272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각, 1590만달러(약 195억원) 규모의 잠재 손실을 피했다. 이 회사의 현재 주가는 2월 최고치 대비 약 70% 떨어진 수준이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공동 창립자인 마크 로완 역시 지난 달에 이어 이달 초 9900만달러(약 1216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각해 4000만달러(약 491억원)의 잠재 손실을 면했다. 대변인은 지난해 가을 사전 계획된 일이라고 해명했다. 

정치권에서도 주식 매각 움직임은 있었다. 지난 주 일부 의회 의원들과 그들의 배우자, 투자자문위원들은 코로나19와 관련 논의를 진행한 후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 소속인 리처드 버 상원 정보위원장과 그의 부인은 지난 달 13일 하루 동안 170만 달러(약 20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당 캘리 뢰플러 의원의 남편인 제프리 스프레처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달 초 이후 자신의 보유하고 있던 1800만달러(약 221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각했다. 지난해 월 평균 주식 매각 규모가 평균 200만 달러(약 24억원) 이하였음을 감안하면, 급락장에서 평소보다 9배나 많은 주식을 매각한 것이다. 그는 주식을 매각함으로써 300만 달러(약 36억원) 규모의 잠재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무디스의 레이몬드 맥다니엘 최고경영자(CEO) 역시 1000만달러(약 122억원) 규모를 매각해 약 270만 달러(약 33억원) 규모의 잠재 손실을 피했다. 지난해 월 평균 매각 금액은 330만 달러(약 40억원)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월1일부터 3월19일까지 주식 판매와 관련된 4000건 이상의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서류를 조사한 결과, 이 기간 미국 기업들의 최고 경영진들은 약 92억 달러(약 11조31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S&P500 지수가 지난 달 19일 사상 최고치를 찍은 이후 3월20일까지 30% 빠졌음을 감안하면, 이들은 급락장에 따른 19억 달러(약 2조3300억원) 규모의 잠재적 손실을 피할 수 있었던 셈이다. 

지난 12개월간 단 한 차례도 주식을 팔지 않았던 150여명의 임직원들도 지난 2월과 3월 최소 100만달러 규모(약 12억2000만원)의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수천명의 내부 관계자들이 보유 주식을 팔았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트의 자료에 따르면, 2월1일부터 3월19일까지 미국 상장기업 경영진이 매각한 92억달러 주식은 지난해 같은 기간 매각한 주식(약 64억 달러, 약 7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30%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미국 기업의 수장과 정치권 인사들이 급락장 초반에 주식을 대거 매각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주가 안정을 도모해야 하는 이들이 오히려 주식을 대거 팔아 자신들의 손실은 최소화하고, 급락 추세는 더욱 부추겼다는 것이다.

기업 지배구조 자문사의 애덤 앱스타인은 "사전 계획에 따른 정당한 주식 매각이라 하더라도 CEO들이 주식을 파는 것은 투자자들에게는 악재일 수 밖에 없다"면서 "최고 경영진들에게 회사 주가가 급락할 때에는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주식을 팔지 않도록 조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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