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자 회복’ 점치던 한국은행…화들짝 ‘빅 컷+알파(α)’ 내놓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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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자 회복’ 점치던 한국은행…화들짝 ‘빅 컷+알파(α)’ 내놓나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3.1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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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15일 ‘제로(0)’ 진입...금리 동결 어려울 듯
글로벌 통화정책 공조 가속화
전문가 “금리 인하와 동시에 양적완화 조치 단행 가능성도"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춘 데 이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정책 공조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이 ‘빅 컷(big cut)’을 단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날 혹은 오는 17일 임시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조정할 전망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임시 금통위 회의 개최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초 금통위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맞춰 17‧18일 임시 회의를 열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연준이 지난 15일(현지시간) 긴급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금통위가 회의를 앞당길 수 있다는 추측이다. 

◆ 커지는 글로벌 경기 침체 공포

연준은 이날 오늘 17‧18일 FOMC 정례회의를 대체하는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금리를 1.00%포인트 인하, 기존 연 1.00%~1.25%에서 연 0.00%~0.25%로 낮췄다. 지난 3일 임시 회의에서 금리를 연 1.50%~1.75%에서 연 1.00%~1.25%로 0.5%포인트 내린 이후 약 2주 만이다.

연준은 또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5000억달러 규모 국채와 2000억달러 규모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기로 했다.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을 사실상 다시 시작하는 셈이다. 연준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그만큼 심각하게 바라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 “경제가 코로나19 사태를 이겨내고 고용‧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확신할 때까지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일은 우리가 숙고하기 전에 일어나야 한다”며 “우리는 지켜보고 인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한은 기준금리 0.50%P 인하 가능성 거론

연준의 발표 이후 시장의 관심은 한국은행으로 쏠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던 지난달 27일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 금리 인하에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당시엔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안정 상황을 살피면서 완화 정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4일과 10일 두 차례의 간부회의에선 금리 인하보다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인한 금융안정 위험(리스크)를 우려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코로나19가 미국‧유럽‧중동 등을 중심으로 전세계로 번져나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1일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가 기정사실화됐다. 그에 따른 경제적 충격 또한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미 금융위기 수준의 공포를 반영하고 있다.

한국은행으로서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타격을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를 통상적인 수준인 0.25% 낮추지 않고 0.50%포인트 내리는 빅 컷을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연 1.25%인 금리가 0.50%포인트 인하되면 0.75%로 낮아진다. 금리가 0%대가 되는 건 한국은행 역사상 처음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물론 양적완화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임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는 한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채권 매입과 대출 확대라는 양적완화 조치와 유사한 정책들을 추진할지도 주목받는다”며 “이례적 위기 상황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시장 기대를 넘어서는 강력한 완화적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주요국 중앙은행 통화정책 공조

연준뿐 아니라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공조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그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한국은행으로서도 기준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에 망설이는 모습만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영국 중앙은행 영란은행(BOE) 통화정책위원회(MPC)는 지난 11일 특별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0.75%에서 연 0.25%로 0.5%포인트 내렸다. 연 0.25%는 영란은행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이달 들어서만 기준금리를 두 차례나 인하했다. 지난 4일 기준금리인 오버나이트 금리를 연 1.75%에서 연 1.25%로 0.5%포인트 내린 데 이어 9일 만인 13일 다시 한 번 금리를 연 1.25%에서 연 0.75%로 0.5%포인트 낮췄다. 호주 중앙은행(RBA) 또한 지난 3일 기준금리를 기존 연 0.75%에서 역대 최저 수준인 연 0.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경우 지난 1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1200억 유로 순자산매입을 추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없어 유동성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다. 또 저금리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도입해 오는 6월 목표물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Ⅲ가)이 가동할 때까지 공백을 메울 방침이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에 이어 캐나다, 호주, 영국까지 기준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하면서 한국은행도 수수방관할 수 없게 됐다”며 “이미 이번주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 인하 조치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긴 했지만 인하 폭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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