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주요국 통화정책 대응 고려"...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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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주요국 통화정책 대응 고려"...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시사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3.1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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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금리인하 기조 반영해 4월 금통위서 0.25%P 인하할 듯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 들어서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주요국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각에선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음달 정례회의 전 회의를 열어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열고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의결, 국회에 제출했다. 보고서는 “통화 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라며 “코로나19의 확산 정도와 국내외 경제에 미치는 영향, 주요국의 통화정책 대응, 가계부채 증가세 등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 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주요국 통화정책 대응 고려할 것”

지난달 27일 열린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의결문과 비교하면 ‘주요국의 통화정책 대응’이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앞서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이 지난 3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대응과 관련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발표한 데 이어 주요국에선 연이어 완화적 통화정책이 발표됐다.

특히 같은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긴급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연방기금금리(FF)를 연 1.50%~1.75%에서 연 1.00%~1.25%로 인하했다.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 주요국도 금리 인하를 비롯한 통화정책 대응에 나섰다. 한국은행 역시 이같은 기조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주요국 중앙은행이 발 빠르게 움직인 건 지난달 중순 이후 코로나19가 한국‧미국‧유럽 등 중국 외 지역으로 급속히 확산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이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생산‧소비가 위축되면서 경기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한국은행 역시 “중국의 큰 경제 규모와 글로벌 분업 구조를 바탕으로 한 세계 경제의 연계성, 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 등을 고려할 때 감염증의 부정적 영향이 이전 사례보다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파급 영향은 확산 정도 및 지속 기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현재로선 그 영향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고 코로나19가 향후 성장경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긴급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거론

시장에선 한국은행이 다음달 9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25%포인트 인하, 연 1.00%로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때에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을 드러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7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후 “최근 국내 수요와 생산활동 위축은 경제적 요인이라기보다는 감염 위험에 따른 불안 심리의 확산에 주로 기인한 것”이라며 “현시점에서는 금리조정보다는 서비스업 등 코로나19의 피해를 크게 받는 취약부문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미시적 정책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언급,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을 하는 등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는 만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주요국의 통화정책 완화기조가 강화될 경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압력도 커질 전망이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시장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급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만큼 한국은행이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전 임시회의를 통해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미국 ‘9‧11 테러’ 직후인 2011년 9월과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임시 회의를 통해 금리를 내린 바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공조 차원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압력은 좀 더 늘어났다”며 “다음달 금통위 전까지 정책 공조 차원에서 긴급 회의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 금융불균형 및 통화정책 여력 등 고려 요인 많아

현실적으로 임시 회의를 통한 긴급 기준금리 인하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간 한국은행이 금융불균형 확대에 우려를 표한 만큼 급격한 입장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재정정책을 통한 대규모 경기 부양에 나선 점도 한국은행의 대응을 늦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재는 이달 10일 간부회의 후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금융안정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는 만큼 가능한 정책수단을 적극 활용하여 금융안정을 도모해 나가겠다”면서도 “중소기업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하고, 금융기관 건전성이 저해될 것으로 우려되는 경우 대출정책, 공개시장운영 등을 통해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시장이 기대하던 긴급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도 가계부채에 대한 경계심이 드러났다. 보고서는 “최근 대출 증가세가 확대되고 부동산 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 추가 상승 기대가 여전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이동 확대 가능성에 유의하면서 계속 금융안정 상황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여력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한국은행으로서는 기축통화국이 아닌 만큼 ‘실효 하한’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로선 한국은행이 금리의 실효 하한을 0%대로 낮추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거 사례와 비교하면 2011년 한국은행이 임시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내렸을 당시 기준금리는 연 4.5%로 미국보다 1.5%포인트 높았다. 2008년 긴급 금리 인하 때는 금리가 미국보다 3.5%포인트나 높은 연 5.0%였다. 미국과 금리 수준이 같은 현 통화정책 환경과 완전히 다른 셈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가 ‘0%대 기준금리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실효 하한’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드러냈다”며 “금리를 한 차례 더 인하하면 0%대 금리 기대감이 불거지는 걸 강력히 견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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